▲ 21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위성정당 방지법 긴급토론회에서 한국선거학회 김형철 학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2023.11.21 ⓒ 연합뉴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그나마 이견을 좁혔다고 알려진 '권역별 비례대표제'마저 거대 양당에만 유리하다는 시뮬레이션 결과가 나왔다. 일각에서는 '위성정당 방지'를 내세우지만, 결국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만 득을 보는 쪽으로 선거제 개편 논의가 흘러가는 상황이 재확인된 셈이다.
한국선거학회장 김형철 성공회대학교 교수는 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위성정당 방지법 긴급 토론회에서 '권역별 병립형 비례대표제는 위성정당 방지를 위한 유일한 대안인가'라는 주제로 발제를 맡았다.
김 교수는 발제문에서 "현재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잠정 합의된 권역별 비례제 안은 3개 권역으로 비례의석을 배분하는 것이며 어떻게 구획할 것인지는 제시하고 있지 않다"며 "가장 현실성 있는 구획은 수도권, 중부권, 남부권"이라는 전제 아래 의석 분포를 가정했다.
1. 수도권(서울, 인천, 경기) 24석
2. 중부권(대구, 경북, 대전, 충남, 충북, 강원, 세종) 11석
3. 남부권(광주, 전남, 전북, 제주, 부산, 울산, 경남) 12석
권역별 병립형으로 위성정당 방지? 양당 의석 수만 유지
▲ 지난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특별시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열린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모의 개표에서 선관위 관계자들이 모의 투표용지를 분류하고 있다. ⓒ 연합뉴스
김형철 교수는 여기에 21대 총선 결과를 반영, 유효득표율 3%(현행 법상 3% 이상 득표한 정당만 비례대표 의석을 배분 받음) 이상의 의석을 차지한 정당들의 가상 비례 의석 수를 계산했다. 그 결과 미래한국당(옛 미래통합당의 위성정당)은 실제 의석 수보다 2석 줄어든 17석을 차지하지만 더불어시민당(더불어민주당의 위성정당) 17석, 정의당 5석, 열린민주당 3석은 그대로였다. 국민의당(3석→4석)과 민생당(0석→1석)만 남부권에서 1석씩 늘어날 뿐이었다.
거대 양당의 위성정당 창당으로 준연동형 비례제가 전혀 작동하지 않았던 21대 총선 결과와 다를 바 없는 계산값은 권역별 병립형 비례제가 '비례성과 대표성 강화'라는 선거제 개편 목적에 전혀 부합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다만 권역별 '연동형'의 경우 미래한국당 의석 수에는 거의 변화가 없었지만(17석→14석), 더불어시민당의 의석(17석→2석)이 정의당(5석→14석)과 국민의당(4석→9석), 열린민주당(3석→7석), 민생당(1석→1석)으로 골고루 나눠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는 권역별 비례제를 주장하는 다른 논거인 '지역주의 완화와 지방소멸 문제 대응'도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봤다. 인구 수 등을 감안하면 수도권 의석이 상당수를 차지, 수도권 민심이 과대대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권역별로 접근하더라도 각 권역 안에서 농산어촌보다 도시 인구 비중이 크기 때문에 도시 중심의 득표전략에 따른 후보공천과 선거공약이 우선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권역별 의석 수 자체가 적기 때문에 평균 10표 중 1표가 사표가 된다고도 분석했다.
그는 "위성정당 방지를 위한 근본적인 방안은 순수비례대표제를 채택하거나 비례의석의 확대를 통한 연동형 비례제를 채택하는 것"이라면서도 "두 대안 모두 정치권에서 거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47석의 비례 의석이라도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현행 제도 유지(전국단위의 준연동형 비례제) ▲지역할당 비례명부제(열세지역 후보 선순위 공천, 다수 공천 등)의 도입 ▲ 농산어촌 후보 우선 공천 등으로 다양한 세력의 의회 진출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고 했다.
위성정당 방지도 이미 발의된 법안들을 종합해 제도화할 수 있다. 김 교수는 ▲지역구 선거에 참여하는 정당의 비례대표 선거 참여 의무화(민형배·박성준 의원 안) ▲선거 후 일정 기간 내 지역구 위주 정당과 비례 위주 정당 간 합당 시 국가보조금 지급 제외 및 삭감(이탄희 의원 안) 등을 법으로 규정하자고 했다.
그는 무엇보다 "민주당만이라도 위성정당 전략 포기를 선언하고 실천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이는 유권자의 신뢰와 더불어 지지층의 확장을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54명 "국민과 약속 지킬 건가, 국힘과 야합할 건가"
▲ 이탄희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위성정당 방지법' 당론 추진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한규, 김두관, 민형배, 윤준병, 이탄희 의원. ⓒ 남소연
한편 토론회를 공동주최한 민주당 의원 54명은 위성정당 방지법의 필요성을 다시금 호소했다.
이들은 22일 성명을 내고 "실효적인 위성정당 방지를 위해 김상희 전 부의장이 발의할 '공직선거법'과 이탄희 의원이 발의한 '정치자금법'의 패키지 추진이 필요하다"며 "거대 양당도 반드시 비례대표를 내도록 해 위성정당에 표를 몰아주는 행위를 방지하고, 총선 후 모정당과 위성정당이 합당할 때는 국고보조금을 절반 삭감해 후보자 추천·합당단계에서 모두 제동을 걸어야 한다"고 했다.
이들은 "원내지도부에 당론 채택을 요청하고 절차와 일정을 협의하겠다"며 "민주당은 여러 차례 국민께 연동형 비례제 수호와 위성정당 방지를 약속해왔다. '국민과의 약속'을 지킬 것인지, '국민의힘과 야합'할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또 "민주당은 개혁정당이다. 양당 기득권을 선택하고 연합정치를 버리면 민주당은 고립된다. 진보가 떠나고, 중도를 놓치며, 국민 신뢰를 잃는다"며 "표 계산으로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없다"고 호소했다. 다음은 54명 명단이다.
강민정, 강훈식, 권인숙, 기동민, 김경협, 김교흥, 김두관, 김상희, 김성환, 김영배, 김의겸, 김정호, 김종민, 김한규, 남인순, 문진석, 민병덕, 민형배, 박재호, 서동용, 신정훈, 안민석, 양이원영, 오기형, 오영환, 우원식, 유정주, 윤건영, 윤영덕, 윤영찬, 윤준병, 이동주, 이병훈, 이수진(비례), 이용빈, 이용선, 이용우, 이탄희, 이학영, 이형석, 위성곤, 장철민, 전용기, 전재수, 전해철, 정필모, 조오섭, 진선미, 최기상, 황운하, 허영, 허종식, 홍기원, 홍영표 의원(가나다 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