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재활사의 말 이야기

언어재활사가 만나는 다양한 의사소통장애 환자들과 함께하는 이야기를 통해서 언어치료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가닿기 바라는 마음으로 쓰는 글입니다.

사는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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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명화

11화실어증 환자도 노래를 부를 수 있어요
환자 마음을 다독이는 것도 치료사의 역할

아무 소리도 나지 않는다. 그저 우는구나 얼굴을 보고서야 알 수 있을 뿐. 목에 기관 절개 튜브를(기도에 튜브를 삽입하여 침과 분비물로 인한 기도 폐쇄를 예방하고, 산소 공급을 하기 위함) 끼고 있는 그녀는 아무런 소리도 낼 수 없다. 목소리가...

24.10.28 10:28 ㅣ 황명화(julia98)
10화퇴원할 때가 되었다는 신호
치료는 완벽함보다 과정이 더 중요합니다

부스스한 머리, 퉁퉁 부은 눈. 첫인상이 강렬하다. 예사롭지 않은 기운이 느껴진다.말을 안 하는 건지 못하는 건지 말이 없다고 환자와 같이 온 보호자는 애가 탄다. 왜 젊은 게 말을 안 하냐고... '음... 안타깝지만 그건 못 하는 겁니다'라는 말...

24.09.02 13:44 ㅣ 황명화(julia98)
9화아이의 말하기, 부모 책임도 있습니다
아이의 언어발달에 중요한 '부모의 반응성'

친구들과 가족동반 모임이 있었다. 친구네 아이들에 비해 우리 아이들이 좀 큰 편이라 상대적으로 내 마음이 조금 가벼웠고, 여유가 있는 데다가 나는 언어재활사니까 자연스럽게 직업병이 발동, '타인의 말하기'를 관찰하게 되었다. 이날 관찰에서...

24.07.19 15:55 ㅣ 황명화(julia98)
8화7세, 발음이 정확한지 확인할 때입니다
우리말은 7세 경에 모든 음소가 발달... 조음오류 그냥 두지 마세요

"떤땐님 누니 빤딱빤딱해요."오늘 오랜만에 눈화장을 했는데 이리 알아봐 주다니 이쁜이 고마워. "아니, 이게 뭔 말이래?" 하시는 분을 위해 잠깐 설명하자면, 언어치료를 받으러 온 아동이 내 눈이 예쁘다고 칭찬해 주는 말이다. 아직까지도 "...

24.07.11 14:07 ㅣ 황명화(julia98)
7화매일매일의 치료가 쌓여 그날이 옵니다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반복하는 자에게 주어지는 나아지는 기쁨

급성기 환자들을 주로 만나다 보면 유난히 치료사를 힘들게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너무 많이 잠을 잔다거나, 내가 뭐라 말해도 듣는 둥 마는 둥 한다거나 욕설을 하고 폭력적으로 군다거나 하는 등의. 그러나 그들도 결국에는 달라지는 모습을 보...

24.06.07 10:57 ㅣ 황명화(julia98)
6화"어얼마, 주울 거어...?" 속도 느린 A군의 한 마디
천천히 느리더라도 포기하지 않으면 앞으로는 더 잘할 거야

"A야, 너 감쪽같이 연기했구나~ 선생님은 척 보면 안다. 누가 네가 말 못 한다고 해? 네 연기에 다른 선생님들이 다 속았네, 속았어. 이제부터 언어치료실에서 행동으로 대답하는 건 없다. 다 말로 표현해야 해." 다시 돌아온 A...

24.05.07 10:00 ㅣ 황명화(julia98)
5화 실어증 증상 보이던 환자, 드디어 자기 이름을 말했다
이별은 늘 어렵다... 언젠가 인사하며 다시 만나게 될까

이별은 언제나 어렵고, 매번 낯설다. 이건 아무래도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에서의 이별인 '치료 종결'이, 치료가 완료돼서라기보다는 기간의 경과로 어쩔 수 없이 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생겨서인 듯하다. 내가 근무하는 곳에서...

24.04.08 10:39 ㅣ 황명화(julia98)
4화"아, 에, 이~ 왜 안 되지?" 그래서 이걸 하는 겁니다
마비 말 장애 환자들의 치료 구강운동... 적기에 하는 것이 중요

"입을 최대한 크게 움직이시는 겁니다. 제가 하는 말을 따라 하시면서 제 입모양을 보세요. 아, 에, 이, 오, 우...""거울로 본인 입의 움직임을 잘 보셔야 해요.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보다 더 잘 안 움직이고 있을 가능성이 높거든요."마비 ...

24.03.19 09:37 ㅣ 황명화(julia98)
3화어느 실어증 환자의 병동 과제를 보고
빽빽이 적힌 하기 싫음의 흔적들도 자기 표현의 증거

치료가 끝나고 나면 다음날 치료 시간에 올 때까지 병동에서 수행할 과제를 내준다. 어느 날 A 환자가 가져온 숙제 종이에 이렇게 쓰여 있었다.'숙제 없었어면 좋겠다''숙제 없었어면 좋겠다''숙제 없었어면 좋겠다' 얼마나 힘들...

24.03.04 10:25 ㅣ 황명화(julia98)
2화의사소통은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브로카실어증 환자들과의 따뜻한 기억들

"으...음...내가...마..말....자...잘...안나..."(의미 : "내가 말이 잘 안 나와서 불편해요") 시종일관 말을 하다가 마는 이 환자는 브로카실어증 환자이다. 말을 꺼내기도 어렵거니와 말을 이어나가기도 어렵다. 브로카실어...

24.02.05 14:31 ㅣ 황명화(julia98)
1화치료사에게 욕하는 환자를 대하는 법
[언어재활사의 말 이야기] 나를 타성에 젖지 않게 하는 베르니케 실어증 환자들

사람들은 같은 일을 오래 하면 타성에 빠지게 되는데, 베르니케 실어증 환자들은 내가 타성에 젖지 않도록 만들어주는 감사한 존재다.오랜 시간 이 일을 하면서 매번 만난 베르니케 실어증 환자들은 모두 다 달랐으니 말 다 했지. 그 다름은 나...

24.01.28 19:19 ㅣ 황명화(julia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