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싸움, 먼저 항복해준 집사람 그렇게 고마워
7시30분에 집에 들어온 부인에게 화를 내며 말다툼
"엄마는 ?"
"아직 안 오셨는데요."
"고추 따러 가서? 언제 갔는데?"
"오전에 가셨는데-."
하루 종일 비가 내리고 있었다. 그것도 장대비가. 여유를 주지 않고 내리는 비가 마음을 산란하게 하고 있었다. 일을 하면서도 내내 가라앉는 기분을 주체하기 어렵다. 날씨가 생활을 좌지우지한다는 말을 실감하지 않을 수 없다. 뜨거운 열기가 넘쳐나고 있을 때는 시원하기만 하면 좋겠다는 생각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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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마음을 그래서 간사하다고 하는지도 모르겠다. 지치지도 않고 내리는 비에 한기가 배어들고 있었고 자동차의 히터를 틀 수밖에 없을 정도가 되었다. 때가 되니, 어김없이 바뀌는 계절의 힘이 감동하지 않을 수 없다. 절대로 물러가지 않을 것 같았던 여름도 내리는 비에는 속절없이 물러나고 있었다.
'오후 7시가 넘었는데--'
시계를 보니, 작은 바늘이 7 이라는 숫자를 이미 지나 있었다. 그래도 나타나지 않는 집사람에 대한 감정이 교차하고 있었다. 다른 때 같았으면 전화로 확인을 해보았을 것이다. 그런데 아침에 나갔을 때 이미 고추를 따러 간다고 하였기 때문에 참고 있었다. 거기에다 부딪히고 있는 감정들이 오기로 발동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였다.
감정이란 참 묘하다. 내 마음의 변화라는 것은 분명한데, 내 스스로 조절하기가 어렵다. 다른 사람의 기분이 아닌 바로 나 자신의 생각임에도 불구하고 내 마음대로 통제할 수가 없으니, 난감해진다. 그럴 필요가 없다고 나 스스로에게 위로의 말을 해주어도 아무런 소용이 없다. 의지와는 상관없이 제 멋대로 움직이고 있으니, 당혹스럽기도 하다.
친구들끼리 모여서 재미있게 놀다보니, 늦을 수도 있을 것이고 생각할 수도 있었다. 그런데 자꾸 엉뚱한 생각이 앞선다. 비가 내리는데, 무슨 일이 그렇게 재미가 있을까? 가족들의 저녁은 아예 생각도 하지 않고 자기 노는 데에만 정신이 팔려 있다고 생각하니, 화가 치민다. 그것도 전화 한 통도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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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란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 처음에는 그 힘이 미미하다. 아무 일도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을 정도로 분분명하다. 그런데 발동을 하게 되면, 걷잡을 수가 없다. 제 마음대로 방방 뜨게 되면,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어진다. 폭발하는 화산처럼 그 위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예측불허의 방향성에 황당해진다.
7시 30분이 되어서야 집사람이 들어왔다.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있는 불길을 억지로 참아내고 있었다. 기분 같아서는 폭발시키고 싶었다. 퍼붓고 나면 마음이 편안해질 것은 분명하였다. 그러나 그렇게 쉽게 판단할 일이 아니었다. 그 뒤에 감당해야 할 후 폭풍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사태를 주목하면서 판단하는 것이 현명한 일이었다.
집에 들어온 집사람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놀다가 늦었다는 말 한 마디하고는 하지 못한 일들을 서두르고 있었다. 부엌의 일들을 하고 있는 사람에게 가슴 속의 화를 폭발시킬 수는 없었다. 어찌어찌 참고 있는데, 다가와서는 죽겠다고 하소연이다. 무릎 관절과 허리가 아파서 죽겠다고 하는 것이었다. 참아야 하였다.
"뭐라고? 그렇게 아픈 사람이 지금까지 뭐했어?"
참을 수가 없었다. 집사람은 뻥 하였다. 예상 밖의 반응에 놀라더니, 이내 정신을 차리고 반격하는 것이었다. 집에서 살림하는 사람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생각해보았느냐고 반격하는데, 대처 불능이었다. 그것은 벌집이었다. 동시다발적으로 공격해 들어오는 폭격을 피해갈 수 없었다. 경험을 통해서 잘 알고 있으면서도 성급한 행동의 보답이었다.
냉전이 시작되었다. 감정은 통제하지 못할 정도로 지속적으로 폭발하고 있었지만, 집사람의 방어 능력에 미치지 못하고 있었다. 결국 방법은 입을 굳게 다물어버리는 것뿐이었다. 울화가 치밀고 참을 수 없는 분노로 인해 고통이 커지고 있었지만, 할 수 있는 방법은 유일무이하였다. 씩씩거리면서 속으로 삭혀야 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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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요."
자정이 가까워지려는 즈음에 집사람도 더는 견딜 수 없다고 생각하였는지, 먼저 말을 하였다.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다. 냉정이 이루어지고 있는 시간은 지옥이었다. 고추가 맵다고 하지만, 그 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힘들고 참아내기 어려운 매운 맛이었다. 먼저 항복(?)해준 집사람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다. 고추의 매운 맛을 통해 삶을 다시 생각할 수 있었다.
"아직 안 오셨는데요."
"고추 따러 가서? 언제 갔는데?"
"오전에 가셨는데-."
하루 종일 비가 내리고 있었다. 그것도 장대비가. 여유를 주지 않고 내리는 비가 마음을 산란하게 하고 있었다. 일을 하면서도 내내 가라앉는 기분을 주체하기 어렵다. 날씨가 생활을 좌지우지한다는 말을 실감하지 않을 수 없다. 뜨거운 열기가 넘쳐나고 있을 때는 시원하기만 하면 좋겠다는 생각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사람의 마음을 그래서 간사하다고 하는지도 모르겠다. 지치지도 않고 내리는 비에 한기가 배어들고 있었고 자동차의 히터를 틀 수밖에 없을 정도가 되었다. 때가 되니, 어김없이 바뀌는 계절의 힘이 감동하지 않을 수 없다. 절대로 물러가지 않을 것 같았던 여름도 내리는 비에는 속절없이 물러나고 있었다.
'오후 7시가 넘었는데--'
시계를 보니, 작은 바늘이 7 이라는 숫자를 이미 지나 있었다. 그래도 나타나지 않는 집사람에 대한 감정이 교차하고 있었다. 다른 때 같았으면 전화로 확인을 해보았을 것이다. 그런데 아침에 나갔을 때 이미 고추를 따러 간다고 하였기 때문에 참고 있었다. 거기에다 부딪히고 있는 감정들이 오기로 발동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였다.
감정이란 참 묘하다. 내 마음의 변화라는 것은 분명한데, 내 스스로 조절하기가 어렵다. 다른 사람의 기분이 아닌 바로 나 자신의 생각임에도 불구하고 내 마음대로 통제할 수가 없으니, 난감해진다. 그럴 필요가 없다고 나 스스로에게 위로의 말을 해주어도 아무런 소용이 없다. 의지와는 상관없이 제 멋대로 움직이고 있으니, 당혹스럽기도 하다.
친구들끼리 모여서 재미있게 놀다보니, 늦을 수도 있을 것이고 생각할 수도 있었다. 그런데 자꾸 엉뚱한 생각이 앞선다. 비가 내리는데, 무슨 일이 그렇게 재미가 있을까? 가족들의 저녁은 아예 생각도 하지 않고 자기 노는 데에만 정신이 팔려 있다고 생각하니, 화가 치민다. 그것도 전화 한 통도 없이.
분노란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 처음에는 그 힘이 미미하다. 아무 일도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을 정도로 분분명하다. 그런데 발동을 하게 되면, 걷잡을 수가 없다. 제 마음대로 방방 뜨게 되면,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어진다. 폭발하는 화산처럼 그 위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예측불허의 방향성에 황당해진다.
7시 30분이 되어서야 집사람이 들어왔다.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있는 불길을 억지로 참아내고 있었다. 기분 같아서는 폭발시키고 싶었다. 퍼붓고 나면 마음이 편안해질 것은 분명하였다. 그러나 그렇게 쉽게 판단할 일이 아니었다. 그 뒤에 감당해야 할 후 폭풍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사태를 주목하면서 판단하는 것이 현명한 일이었다.
집에 들어온 집사람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놀다가 늦었다는 말 한 마디하고는 하지 못한 일들을 서두르고 있었다. 부엌의 일들을 하고 있는 사람에게 가슴 속의 화를 폭발시킬 수는 없었다. 어찌어찌 참고 있는데, 다가와서는 죽겠다고 하소연이다. 무릎 관절과 허리가 아파서 죽겠다고 하는 것이었다. 참아야 하였다.
"뭐라고? 그렇게 아픈 사람이 지금까지 뭐했어?"
참을 수가 없었다. 집사람은 뻥 하였다. 예상 밖의 반응에 놀라더니, 이내 정신을 차리고 반격하는 것이었다. 집에서 살림하는 사람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생각해보았느냐고 반격하는데, 대처 불능이었다. 그것은 벌집이었다. 동시다발적으로 공격해 들어오는 폭격을 피해갈 수 없었다. 경험을 통해서 잘 알고 있으면서도 성급한 행동의 보답이었다.
냉전이 시작되었다. 감정은 통제하지 못할 정도로 지속적으로 폭발하고 있었지만, 집사람의 방어 능력에 미치지 못하고 있었다. 결국 방법은 입을 굳게 다물어버리는 것뿐이었다. 울화가 치밀고 참을 수 없는 분노로 인해 고통이 커지고 있었지만, 할 수 있는 방법은 유일무이하였다. 씩씩거리면서 속으로 삭혀야 할 뿐이었다.
"미안해요."
자정이 가까워지려는 즈음에 집사람도 더는 견딜 수 없다고 생각하였는지, 먼저 말을 하였다.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다. 냉정이 이루어지고 있는 시간은 지옥이었다. 고추가 맵다고 하지만, 그 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힘들고 참아내기 어려운 매운 맛이었다. 먼저 항복(?)해준 집사람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다. 고추의 매운 맛을 통해 삶을 다시 생각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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