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정애
1막, 2막이 내려지고 가을이란 새로운 무대로 관객맞이에 분주한 자연, 머잖아 초록의 물결은 소슬바람에 곱고도 화려한 빛으로 새 단장을 하고 무한한 대지의 품안에서 농익은 가을이 풍악을 울리면 또 한 번 산야(山野)가 떠들썩하겠지.
▲ ⓒ 김정애
지난 달 27일은 아침부터 찌뿌듯하니 몸살기운이 있는 것처럼 하늘도 그러했다. 비가 오려는지 구름이 모여든다. 저 멀리 먹구름 사이로 보이는 남녘의 파란 하늘이 비취색 바다를 연상케 한다. 그 곳은 아직도 여름내 달궈진 태양이 마지막 열기를 뿜어내는지 멀리서 보아도 눈이 부셨다.
서에서 동으로 끊임없이 헤쳐 모여를 반복하며 빠른 속도로 이동하는 먹구름, 작은 구름조각이 모여 큰 덩어리를 이루고 이내 물먹은 솜처럼 무게감이 느껴져 마치 정지한 듯 움직임이 둔해진다.
군데군데 파랗던 하늘도 회색 칠을 한 듯 온통 시커멓다. 이름 모를 새 대여섯 마리가 비가 내릴 걸 감지했는지 바쁘게 날개 짓을 하며 까만 점이 되어 어디론가 사라진다. 금방이라도 울어버릴 것처럼 먹구름으로 뒤덮인 하늘이 급기야 후두두 소리를 내며 굵은 빗방울을 쏟아낸다.
▲ ⓒ 김정애
구월의 첫날인 오늘도 아침부터 비가 내린다. 천둥번개를 동반하고 세차게 몰아치던 여름비와는 달리 여염집 아낙처럼 소리죽여 조심스레 내린다. 어느 새 내 가슴까지 가을이 스며들었는지 잠시 잊고 살던 이들의 안부가 궁금해진다.
유난히 무더웠던 여름, 별 탈 없이 모두 무사했는지 안부전화라도 해 봐야겠다. 나이 탓인지 이젠 욕심보다는 그저 아무 일 없이 지낸 어제 같은 오늘이었으면 하는 바람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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