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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는 숲속의 공주'는 언제 잠에서 깨어날까?

[이번주 대선 기상도] 한나라당 공기가 수상하다

등록|2007.09.03 09:40 수정|2007.09.03 10:16

▲ 권영길 노회찬 심상정 민주노동당 대선 후보가 2일 오후 창원 문성체육관에서 열린 경남지역 경선에 참여해 연호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윤성효


반환점 돈 민노당 경선, 권영길·노회찬·심상정 대결은 죽~ 계속된다

지난주 민주노동당의 대선후보 전국 순회경선이 막 반환점을 돌았습니다. 아직 ‘이변’의 조짐은 없습니다. 권영길 후보는 2일 자신의 정치적 ‘텃밭’인 경남지역 선출대회에서 전체 유효 투표자 4274명 가운데 2686표(62.9%)를 획득, 압도적인 표차로 1위를 차지하며 6연승을 거두었습니다.

이로써 지금까지 총 11개 지역 중 6개 지역 개표가 끝난 순회경선에서 1만5821명이 투표를 마친 가운데, 권 후보는 누적 합계 8066표(51.3%)를 얻어 다시 과반의 득표율을 달성했습니다. 3885표(24.7%)를 얻은 노회찬 후보와 3788표(24.1%)를 얻은 심상정 후보는 근소한 차로 2, 3위를 유지했습니다.

민노당 후보 경선은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1, 2위 후보가 결선 투표를 하게 돼 있습니다. 그래서 권 후보는 가는 데마다 “1차 투표에서 끝내 주십시오”라고 호소하는 반면에, 노 후보와 심 후보는 권 후보의 과반 득표를 저지해 결선투표까지 경선을 끌고 가겠다는 입장입니다.

민노당 경선은 앞으로 ▲3일 부산(2591명) ▲5일 울산(2727명) ▲7일 충북(1389명) ▲8일 강원(1713명) ▲9일 서울·경기·인천(2만1951명)의 일정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현재의 추세대로라면 ‘권영길 대세론’이 먹혀 1차 투표에서 끝날지 아니면 결선투표로 갈지는 여전히 예측 불허입니다. 선거인단의 절반 가까이(43%)가 몰려 있는 수도권 대회전의 결과가 나와야 승부를 가늠할 수 있는데 수도권 선출대회는 마지막 일정에 잡혀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지역별로 개표가 이뤄질 때마다 과반을 넘나드는 권영길 후보의 표정이 바뀌고, 서로 2, 3위 순위가 교차해 노회찬·심상정 후보의 희비가 엇갈리는 민노당 경선은 이번주에도 죽~ 계속됩니다.

민주신당 예비경선, 한명숙 유시민 추미애 3인 중 1명은 탈락한다

지난주 <오마이뉴스>가 생중계한 대선 예비후보 인터넷토론회로 경선 레이스를 시작한 대통합민주신당은 이번 주초에 3일(9월 3~5일) 동안 ‘컷오프’(예비경선)를 위한 여론조사를 실시합니다.

민주신당 예비경선은 선거인단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해서 예비후보 9명 가운데 4명을 ‘컷오프’하는 방식입니다. 문제는 1인2표제라는 점입니다.

1인2표제의 경우에는, 유권자가 자신이 선호하는 순서대로 2명을 고르는 ‘진심투표’ 외에 자신이 싫어하는 후보를 배제하기 위한 ‘전략투표’를 할 수도 있습니다. 또 이론적으로는 이른바 ‘비노 후보’들(손학규 정동영 추미애 천정배)과 ‘친노 후보’들(이해찬 한명숙 유시민 김두관) 사이의 ‘집단적 배제’와 ‘전략적 제휴’도 가능합니다.

지난주에 민주신당의 대선후보 적합도 1~2순위를 조사한 각종 여론조사결과에 따르면, 예비경선 순위는 손학규, 정동영, 이해찬, 한명숙, 유시민, 추미애, 천정배, 김두관, 신기남 후보의 순서로 나타납니다. 비교적 따끈따끈한 ‘선데이폴’(중앙SUNDAY 2일자 여론조사)의 1~2순위 합계도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조사대로라면 5위인 유시민 후보까지 살고, 6위인 추미애 후보 이하의 4인은 컷오프 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부동층이 두터운 데다가 유권자의 전략적 투표 가능성과 후보간 제휴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누가 컷오프 될지는 여전히 유동적입니다.

다만, 그동안의 추이를 감안하면 3위까지는 안정권이고 오차범위 안에 있는 4~6위(한명숙 유시민 추미애) 후보 중 1명이 탈락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그리고 더 확실한 것은 ‘튀지 않는 통합’ 후보(한명숙)와 ‘튀는’ 후보(유시민), 그리고 ‘유일한 민주당 영입’ 후보(추미애) 중에서 누가 죽든 ‘뉴스’가 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한편, 민주당은 지난주(8월 30∼31일) 대선 예비후보 등록을 마치고 본격적인 경선 체제에 돌입했습니다. 민주당은 김영환 전 과학기술부 장관이 31일 출마 철회 의사를 밝힘에 따라 조순형·이인제·신국환 의원과 김민석 전 의원 그리고 장상 전 대표의 5파전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민주당은 9월 20일부터 제주도를 시작으로 전국 순회 경선을 실시해 10월 16일 대의원대회에서 당 대선후보를 확정할 예정입니다. 이렇게 해서 민주신당 대선후보와 후보단일화를 꾀한다는 구상입니다.

경선 끝낸 한나라당, 언제쯤 진군 나발 불까

▲ 지난 달 6일 오후 경남 창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한나라당 대선후보자선출을 위한 경남합동연설회에서 박근혜 후보와 이명박 후보가 나란히 앉아서 다른 후보의 연설을 듣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한나라당이 수상합니다. 지지난주(8월 20일)에 일찌감치 이명박 전 서울시장을 대통령 후보로 선출해 놓고도 그 기세를 전혀 살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나라당 주장대로 ‘잃어버린 10년’을 되찾으려면 할 일이 태산 같은데 전혀 진도를 나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고지가 바로 저긴데 진군 나발 소리가 안들립니다.

그럴 만도 합니다. <중앙SUNDAY>는 한나라당 경선 발표 직전인 8월 19일자에 이명박·박근혜 후보 단독 인터뷰를 나란히 실었습니다. 그런데 제목을 보면 이 후보 인터뷰는 “내가 압승해야 진 사람도 승복하기 좋아”였고, 박 후보 인터뷰는 “시한폭탄 후보 선택하면 천추의 한(恨) 된다”였습니다.

결국 ‘말’이 그대로 ‘씨’가 된 셈입니다. 이 후보는 ‘압승’은커녕 선거인단 선거에서 지는 바람에 승복을 받기가 어려워졌고, 선거인단 선거에서 이기고도 여론조사에서 진 박 후보로서는 ‘천추의 한’이 남을 수밖에요. 그러니 서로 손을 내밀지도 어깨를 겯지도 못하는 어정쩡한 상황이 지속되는 겁니다.

오는 9월 10일이면 대통령 선거일 D-100일입니다. 다른 해 같으면 신발 끈을 질끈 동여매고 심기일전해야 할 때인데 그런 기미가 좀처럼 안보입니다. 한나라당은 여전히 ‘반쪽 정당’이기 때문입니다.

지난주 초에 이명박·박근혜 후보는 공교롭게 같은 날(27일) 서울시내 큰 식당에서 선거 캠프 해단식을 겸한 만찬 회동을 가졌습니다. 승자는 불고기를, 패자는 자장면을 먹었습니다. 그러나 정작 불고기 먹는 사람들은 조심스러워 했고 자장면 먹는 사람들은 당당했습니다. 잘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승자와 패자가 바뀐 것 같았습니다.

한나라당은 경선 기간의 상처와 후유증을 치유하고 화합을 다지기 위해 지리산에서 1박2일(30~31일)로 의원·당협위원장 연찬회도 가졌습니다. 그러나 박근혜 전 대표측 의원들과 당협위원장들이 대거 불참해 이 역시 ‘반쪽 연찬회’가 되고 말았습니다.

역시 ‘말’ 때문입니다. ‘박근혜측 사람들이 반성해야 한다’는 이재오 최고위원의 발언은 울고 싶은 박근혜측 인사들의 뺨을 때려준 격입니다. 이명박 후보의 ‘뼈 있는 명언’도 패자 진영의 울분을 토하게 했습니다.

이명박의 ‘뼈 있는 명언’, “자는 척하는 사람은 절대로 깨울 수 없다”

이 후보는 8월 28일(화) 상임고문단과의 오찬에서 당의 화합을 위한 후보의 역할을 강조하자 “경선과정에서 다시 못 볼 것 같은 발언들을 서로 했기 때문에 스스로 쑥스러워하는 것인데 시간이 지나면 해결이 될 것”이라며 이런 명언을 했습니다.

“자는 척하는 사람은 절대로 깨울 수 없다. 오히려 깊은 잠을 자고 있는 사람은 깨울 수 있다. 그래서 시간이 필요하고 기다릴 것인데, 자는 척하다가 정말 잠이 들 수 있다. 그때 깨워야 되겠다.”

사실 ‘깊은 잠을 자고 있는 사람은 깨울 수 있어도 자는 척하는 사람은 절대로 깨울 수 없다’는 말은 누가 봐도 적재적소와 적시에 쓰인 촌철살인의 명언입니다. 그러나 여기서 한발 더 나간, ‘자는 척하다가 정말 잠이 들 수 있다’는 말이 심기를 건드릴 만했습니다.

서청원 전 박근혜 캠프 상임고문은 2일 대구·경북 경선선대위 해단식에 참석해 “이명박 후보가 최근 후보가 된 2주일여를 보면서, 굉장히 실망하고 있다”면서 이 후보를 향해 이렇게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당의) 색깔을 바꿔야 한다, 잠자는 척하지 말라’ 이런 말은 쓸데없다. 선거인단에서 왜 졌는가에 반성하고 자성하고 옷깃을 여미고 박 전 대표를 찾아가 ‘도와달라. 당신이 아니면 진다’고 해도 시원찮은데 엉뚱한 얘기를 하는 것은 잘못됐다.”

이 자리는 박근혜 전 대표가 지난 27일 캠프 해단식 이후 처음으로 대규모 집회에 참석하는 자리여서 그의 발언 하나하나에 눈과 귀가 쏠리는 것은 당연했습니다. 그러나 박 전 대표는 캠프 해단식 때와 마찬가지로 이날도 이 후보 중심의 정권교체 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박 전 대표는 “비록 제가 후보가 되지는 못했지만, 여러분의 소중한 뜻을 받들어 제가 할 일이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앞으로도 바른 정치를 할 것이고, 당과 나라를 위해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겠다”고 밝혔을 뿐입니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어렴풋이 짐작할 뿐, 박 전 대표가 말한 ‘할 일’과 ‘할 수 있는 모든 것’이 무엇인지 알 길이 없습니다. 다만, 이명박 후보가 ‘잠자는 숲속의 공주’를 언제 깨울지, ‘잠자는 숲속의 공주’가 잠에서 깨어날지는 이번주에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면 박 전 대표의 ‘정권교체 위한 백의종군’ 발언의 방점이 ‘백의’에 찍혀 있는지, 아니면 ‘종군’에 찍혀 있는지도 드러나지 않을까요? 참, 3일부터는 17대 국회 정기국회의 막이 올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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