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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문화원 파행사태 1년, 정상화 험난

원장·사무국장 벌금형에 운영난 가중, 문화예술계에도 악영향

등록|2007.09.03 13:35 수정|2007.09.03 13:47

▲ 파행 1년을 맞고 있지만 정상화가 험난한 천안문화원 모습. ⓒ 윤평호

지난해 9월4일 직원들의 집단 사표 제출과 문화원장의 성추행 고소로 표면화된 천안문화원 파행사태가 어느덧 1년을 맞고 있다. 해를 넘기면서까지 파행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천안문화원은 자치단체 지원도 끊겨 혹독한 운영난에 처해 있다.

파행사태로 지원중단, 직원급료도 지급 못해

반백년의 역사를 간직한 천안문화원의 수장인 권연옥 원장은 강제추행 혐의가 재판부에서 인정, 1, 2심 재판부에서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고 현재 대법원에 상고중이다. 20여년 넘게 천안문화원의 실무를 총괄해온 이정우 사무국장은 업무상 횡령 혐의로 1심에서 벌금 200만원이 선고, 2심 재판을 앞두고 있다.

원장과 사무국장간 갈등의 골이 해소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27일에는 원장 주재하에 인사위원회가 개최, 이정우 사무국장의 3개월 대기발령이 의결됐다. 권 원장은 "문화원 인사규정에 따른 적법한 징계"라고 밝혔지만 이 사무국장은 "인사위가 월권을 했다"며 "2주안에 불복신청서를 제출할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지난 1년간 문화원 파행사태가 깊은 생채기를 남긴 건 원장과 사무국장 뿐만이 아니다. 문화원을 떠난 직원들이나 현재 문화원에 몸 담고 있는 직원들도 고통을 겪기는 마찬가지.

작년 9월 문화원에 사표를 제출하고 떠난 정모씨는 부동산중개사무실 일을 도우며 현재 생계를 잇고 있다. 다른 여직원과 함께 원장을 성추행 혐의로 검찰에 고소한 여직원 한명은 "거듭되는 재판으로 상황이 끝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홀가분하지 않고 새 일을 하기도 어렵다"며 고충을 털어놨다.

특히 여직원은 "고심끝에 단행한 고소를 마치 자기방어를 위한 행동으로 오해하는 시선에 심적인 고통이 크다"고 말했다.

직원들의 집단 사직 후 충원돼 현재 문화원에서 일하고 있는 한 직원은 "지원 중단으로 내부 전등도 교체하지 못하고 있다"며 "몇달째 급여도 지급되지 않는 등 직원들 사기도 땅에 떨어져 더 이상 버티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다른 문화원 명예도 동반 추락, 지역예술계에도 악영향

내부문제로 촉발된 천안문화원의 파행사태로 올해로 개원 53년이 된 천안문화원의 입지는 곤궁해졌다.

천안문화원은 지난 2005년과 2006년 연초에 천안시와 함께 신년교례회를 주관했다. 파행사태의 영향으로 올해는 주관단체가 다른 곳으로 바뀌었다. 정월대보름 행사도 천안문화원에서 천안예총으로 주관단체가 달라졌다. 지난 7월에는 해마다 개최하던 개원 기념식도 열지 못했다.

천안문화원의 위상추락은 외부에까지 악영향을 끼쳤다. 천안의 간판 문화원으로 대내외에 알려진 천안문화원의 위상이 추락하고 성환문화원과 아우내문화원에도 영향을 미친 것.

송용삼 성환문화원 원장은 "천안문화원 파행사태의 영향이 많다"며 "천안문화원 파행사태가 알려지면서 성환문화원에 대한 주민들 신뢰도 전과 같지 않다"고 말했다. 김성준 아우내문화원 사무국장은 대외 행사에서 문화원 파행사태의 악영향을 실감한다고 전했다. 김 사무국장은 "전국 문화원 행사에 참석해 천안은 왜 그러느냐는 다른 지역 문화원 관계자들의 힐책을 접할 때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50여년의 역사속에 천안문화원은 그동안 천안문화예술의 한 축을 형성했다. 한 축이 흔들리며 천안예술계도 타격을 입었다.

윤성희 천안예총 지회장은 "천안문화원 파행사태로 예술계에서도 편가르기와 분열양상이 잠복, 지역예술 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윤 지회장은 "천안문화원과 천안예총은 지역문화예술을 이끌어가는 양축"이라며 "한쪽 바퀴가 빠지면서 뒤뚱거리고 속도도 더디게 됐다"고 말했다.

파행사태 1년을 맞고 있는 천안문화원의 현관 입구에는 지금 "밝은 얼굴 넓은 마음. 예쁜 행동이 시작되는 곳, 신나고 행복한 우리들의 공간. 생각이 크는 즐거운 교육, 다양한 이색체험활동, 천안문화원"이라는 글귀가 인쇄된 안내판이 게시되어 있다.

정상화 길이 요원한 천안문화원. 언제쯤이면 글귀가 아닌 실제로 그런 모습을 구현할 수 있을까.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천안신문 446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윤평호 기자의 블로그 주소는 http://blog.naver.com/cnsisa. 윤평호 기자는 천안지역 주간신문이 천안신문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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