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정 장관, 외신과는 화기애애
국내 언론사 기자들, 취재 할 수도 안 할 수도 없어 난처
▲ 이재정 통일부 장관.이재정 통일부 장관.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권우성
대신 형식과 장소가 기사거리였다.
기자회견 장소가 정부가 취재지원선진화방안에 따라 통합 브리핑룸을 설치한 외교부 청사 1층이었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기자들은 취재지원선진화방안을 비판하면서 새로 마련된 외교부 청사 1층에서의 브리핑을 거부하고 있다.
이날 이 장관의 외신기자 상대 기자회견은 국내 언론들도 참석할 수 있었다. 그러나 외교부 청사 1층에서 하는 브리핑을 거부하고 있는 국내 언론들 입장에서는 상당히 난처한 처지가 됐다.
이재정 장관의 브리핑에 난처한 국내 언론 기자들
통일부 장관이 기자회견을 하니, 기사거리가 있든 없든 가야 하는데 1층에서 하는 브리핑에는 참석할 수 없고, 그렇다고 안 가자니 영 기분이 개운치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종합청사에서 기자실을 완전히 폐쇄하고, 외교부청사 1층에서의 브리핑을 정례화하기 위한 수순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결국 국내 언론 기자들 몇 명이 외교부 청사 1층으로 가기는 갔는데 기자 회견 내용 취재가 아니라 왜 하필 외교부 청사에서 하는 지를 취재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 장관은 "지난번에 프레스센터(외신기자클럽)에서 한번 외신들을 상대로 브리핑을 했고 이번에는 2차 정상회담의 의미를 중점적으로 설명하기 위한 것"이라고 답했다.
이날 외신들 상대 기자회견은 대단히 화기애애하게 진행됐다.
남남갈등의 최전선에 위치한 통일부라는 속성에다, 평소 보수진영으로부터 '보은 인사'의 대표적 사례 겸 '노(무현)의 남자'로 지목된 이재정 장관이 수장으로 있는 터라 통일부 정례 브리핑에서는 공격적인 질문이 많이 나왔고, 이 장관은 곤혹스러워하거나 발끈하는 모습을 가끔 보였다.
그러나 이날만큼은 이 장관의 모습은 상당히 여유있게 보였다. 평소 적지않게 말 실수를 해 곤욕을 치렀던 이 장관은 기자회견이 진행될수록 피곤해하기는커녕 미소까지 지었다.
기분이 좋았던 탓인지 이 장관은 "You are the last(당신이 마지막)"이라며 한 기자의 질문에 답한 뒤로도 5~6명 정도의 외신 기자들로부터 질문을 더 받았다.
국내 기자들, 이 장관 말 실수 기대했으나...
사람이 '오버'하면 실수를 하는 법. "혹시 이 장관이 또 말 실수 해서 뜻밖의 기사거리나 나오지 않을까"라고 계속 지켜봤는데 다행인지 불행인지 기우(?)로 끝났다. 이렇게 해서 기자회견은 50분이나 걸렸다.
한편 이날 외신기자들이 가장 많이 질문한 것은 다름아닌 2차 남북정상회담 때 외신기자들도 풀 기자단으로 갈 수 있도록 한국 정부가 노력해달라는 것이었다. 질문이 아니라 일종의 민원이었다. 무려 4번이나 같은 질문 또는 요구가 나왔다.
"통일부가 롯데호텔에 프레스센터를 만들어놓겠지만 생생한 정보 전달에는 한계가 있다"는 불평이 나왔고, 이에 대해 이 장관은 "외신기자들의 방북은 북미 관계의 진전 정도에 달려 있는 것 같다, 현재 이미 방북단 규모가 정해져서 이번에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한은 이미 노무현 대통령 내외 2명 외에 총 220명으로 방북단 규모를 정했는데, 이 가운데 취재진은 50명으로 확정했다.
그러자 한 외신 기자가 "보시다시피 여기에 미국 기자만 있는게 아니라, 일본 기자, 중국 기자도 있다"며 "아직 시간이 남아있으니 외신기자들도 2차 정상회담에 풀 취재를 할 수 있도록 한국 정부가 노력해달라"고 '간곡히' 부탁했다.
기자회견이 끝나고 이 장관이 자리를 떠나려는데 <파이낸셜타임스>의 서울주재 기자는 갑자기 손을 들고 "2차 정상회담 직전에 다시 한번 외신들만을 상대로한 브리핑을 해달라"고 부탁했고 이 장관은 웃음으로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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