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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문닫게 한 대통령, 선거에 끼지 마" "한나라당 같은 손학규의 남북 인식"

노 대통령-손학규 후보, 탈당 경력 논란... 민주신당 경선 최대 쟁점으로

등록|2007.09.03 17:42 수정|2007.09.03 19:45

▲ 손학규 민주신당 예비후보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선거캠프에서 30만 청년 해외인턴 파견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 이종호


손학규 대통합민주신당 대선 예비후보의 한나라당 탈당 전력을 둘러싼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민주신당의 다른 후보들이 이 문제를 갖고  범여권 지지도 1위인 손 후보를 공격하던 상황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가세하면서 불이 붙어, 민주신당 경선의 최대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노 대통령은 지난 달 31일 "김영삼 대통령의 3당 합당을 비난하던 사람들이 범여권으로 넘어온 사람한테 가서 요즘 줄서가지고  부채질하느라고 아주 바쁘다"며 "아주 가관이다, 왜 YS는 건너가면 안 되고 그 사람은 건너와도 괜찮으냐"는 비판했다.

다음 날 손 후보는 이에 대해 "만약 만의 하나라도 이번 대선에 도움을 주겠다는 생각에서 남북정상회담을 하겠다면 그건 사양한다"고 맞받아쳤다. 손 후보는 "열린우리당을 문 닫게 한 장본인이 누군가, 노 대통령 아닌가"며 "대통령이 끼면 낄수록 이명박 후보가 올라가고 우리 민주신당 후보들 표가 깎인다"고 정면 반박했다.

손학규 탈당을 'YS 3당합당' '이인제 경선불복'으로 인식하는 노 대통령

3일 오전 정책발표회에서도 손 후보는 이같은 비판을 재확인하면서 "대선에서 과거식으로 정부가 개입한다든지, 대통령이 도움을 주면 이길 수 있다는 것이야말로 낡은 사고방식"이라고 공세를 강화했다.

또 노 대통령이 386정치인 등 자신의 캠프에 합류한 의원들을 겨냥한 것에 대해서도 "미래정치를 표방하는 만큼 결코 우리 스스로 미래를 폄하하는 발언이나 생각이 있어서는 안된다. 미래 동량들을 서로 키워주고 북돋워줄 때 미래가 있다"고 반박했다.

▲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남북정상회담이 오는 28~30일 평양에서 개최된다. 8일 오전 10시 청와대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국가안전보장회의를 개최하여 '제2차 남북정상회담' 개최의 건을 심의ㆍ의결하였다. ⓒ 청와대 제공


청와대도 즉각 반박하고 나섰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손 후보의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인식이 한나라당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다"고 비판했다.

천 대변인은  "민주신당 내에서 경선여론조사가 시작됐기 때문에 신중할 수밖에 없고, 남북정상회담 부분은 한 말씀드릴 수밖에 없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또 "노무현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누구에게 정치적으로 도움 주겠다는 생각도 없고 도움이 될 것도 없다고 본다"면서 "손 후보의 '사양한다'는 말은 하지 말라는 뜻이냐"고 불쾌감을 나타냈다. 천 대변인은 "노 대통령이 직접 이에 대해 언급한 것은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손 후보쪽도 "청와대 대변인까지 나서 경선 후보를 공격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한 행위"라며 "청와대가 경선 개입 의도를 갖고 특정 후보 공격을 반복한다면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희정 "운동권 출신이면 다 오케이냐"

노무현 대통령쪽은 손 후보의 한나라당 탈당과 민주신당 합류를 김영삼 전 대통령의 3당합당과 이인제 의원의 경선불복과 민주당 입당과 같은 사안으로 보고 있다. 이 두 가지가 노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가장 격하게 저항하고 비판한 사안이라는 점에서, 그가 손 후보에 대한 비판을 멈출 것이라고 예상하기는 어렵다.

같은 맥락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인 안희정 참여정부평가포럼(참평포럼) 집행위원장도 손 후보 비판에 가세했다. 그는 참평포럼 홈페이지에 올린 '되살아 난 YS망령, 운동권 출신이면 다 OK인가? 새로운 진보세력의 길'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민주신당의 정동영 후보와 함께 손 후보에게 맹공을 가했다.

그는 손 후보를 "10여 년 동안 몸담아 오던 자신의 당을 경선에 불리하다고 뛰쳐나온 그 분"이라고 칭하면서 "대북평화노선이라는 피켓만 들면 모두가 다 민주개혁세력이 되는 것은 아니다"고 비난했다.

또한 "과거에 운동권 출신이었으면 다 오케이입니까, 우리에게 유리하면 무조건 다 오케이 입니까"라며 "대북강경론자이든 대북평화론자이든 민주주의 대원칙, 사람과 사회의 원칙과 상식을 지키지 못한다면 그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또 "누구나 다 과거를 반성하고 그 반성을 토대로 새로운 도전의 기회는 주어져야 하지만, 그 분들이 무엇을 반성했고 그리고 그 반성은 무엇으로 증명되었느냐"면서, 손 후보쪽에 합류한 의원들을 향해 "그런데 왜 당신들은 거기에 줄을 서고 있느냐"고 물었다.

"국민들은 민주세력에게 일상생활 문제 해결을 요구"

▲ 지난달 27일 오후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대통합민주신당 대통령후보자 정책토론회에서 손학규 후보가 목을 축이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이런 비판에 대한 손 후보쪽 386의원들의 반박은 이렇다.

손 후보 캠프의 우상호 대변인은 대변인을 맡기 전에 "손학규가 범여권지지 1위니까 간 것인가? 아니면 그와 정치적 미래를 함께 만들어가도 되겠다는 어떤 동질성을 확인해서인가?"라는 질문에 "후자"라면서 "우리는 2002년에 이인제가 완전 대세론을 장악 했을 때에도 그 캠프로 가지 않고, 어려움에 처한 노무현을 도왔던 사람들"이라고 반박했다. 또 "6%의 지지율을 달리고 있는 사람한테 무슨 대세론이냐"고 반박했다.

그는 또 "국민들은 민주세력에게 '나의 일상생활의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고, 다음 정권을 잡을 사람은 결국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할 사람이어야 하는데, 그 적임자가 손학규"라고 덧붙였다.

역시 대표적 368인 송영길 의원도 <오마이뉴스>에 보낸 "그늘 없는 사회 만들어갈 'DNA 대통령'"이라는 글에서 "그러면 탈당하지 않고 이명박·박근혜 후보의 이전투구에 들러리 서는 것이 옳았다는 것이냐"면서  "손 후보가 탈당하여 대통합신당에 결합함으로써 새로운 희망이 생긴 것"이라고 손 후보의 탈당을 변호했다.

또 "대통령과 측근 핵심세력도 겸손하고 자제해야 한다"면서 겸허하게 국민과 당원의 평가를 물어야지, 특정후보를 배제하고 민심과 당심을 좌지우지하겠다는 자세는 교만이자 월권이고, 결코 당원과 국민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손 후보로서는 노 대통령과 각을 세움으로 '비노무현'이라는 이미지를 강조할 수 있음에도, 논란 자체가 그에게는 껄끄러울 수밖에 없다. 그의 기본적인 약점이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 쪽인 유시민 후보는 이 공방에 대해 손 후보에게 이렇게 충고성 비판을 날렸다. "노 대통령은 정치가치와 원칙을 말한 것인데, 손 후보는 감정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손 후보에게 큰 도전이 닥친 것인데, 국민들은 손 후보가 이 도전에 어떻게 대응하는지 지켜보고 있다.

▲ 유시민 민주신당 예비후보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선거캠프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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