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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대통령 "정윤재 의혹, 꼭 소설같은 느낌"

방송의날 축사..."취재 선진화 방안, 정정당당하게 토론하자"

등록|2007.09.03 21:56 수정|2007.09.03 22:23

▲ 노무현 대통령(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이종호

노무현 대통령이 이른바 '취재선진화 방안'을 둘러싼 갈등과 관련해 재차 불만을 토로하면서도 언론계에 대화하자고 요구했다.

노 대통령은 3일 오후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제44회 방송의 날 축하연'에 참석해 정윤재 전 비서관 의혹사건에 대해 자신의 심경을 밝히면서, 취재선진화 방안의 독소조항으로 꼽혔던 '공보관실을 통한 공무원 접촉·접촉뒤 사후보고'에 대해 양보의사를 시사했다.

노 대통령은 "요즘 신정아·정윤재씨 그리고 저희 처남 권기문씨까지 떠오르고 있지만 저 역시 결론을 잘 모른다"고 전제한 뒤 "지금 이만큼 언론을 장식할 만한 기본적 사실을 가지고 있는가, 제기할 만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가, 저는 좀 부실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윤재 전 비서관 의혹, 기본적 사실 갖고 있나"

노 대통령은 이번 의혹에 대해 "꼭 소설같다, 이런 느낌을 받는 부분도 있다"면서 "그냥 우연일 수도 있지만 저와 언론과의 갈등관계로부터 비롯된 것일 수도 있다는 의심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언론이 노 대통령 자신과의 갈등때문에 별다른 의혹이 없음에도 정윤재 전 비서관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는 생각을 밝힌 것이다.

그는 이어 "저도 그런 의심을 갖고 있거니와, '제발 대선 국면에서라도 대통령이 좀 언론하고 맞서고 갈등 일으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충고를 하는 분들이 있는 걸 보면 이것이 저 혼자만의 상상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솔직히 말씀드려서 너무 괴롭고 힘이 들지만, 저는 물러서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이유를 "이게 역사의 인연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역사 발전의 숙명적 과제 속에 저와 언론이 이 시점에서 만나도록 예정돼 있기 때문에 이 시기에서 만났고, 이 조우를 저는 피할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참여정부에 주어진 숙명적 과제가 "특권과 (관치)유착의 구조를 완전히 청산하는 것"이고, 이 연장선상에서 언론문제를 접근하고 있다는 것이다.

"참여정부와 언론, 숙명의 대결 하고 있다"

▲ 지난 5월 김창호 국정홍보처장이 세종로 정부합동청사 브리핑실에서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을 설명하는 가운데 수십명의 기자들이 국정홍보처의 발표를 기록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노무현 대통령은 "언론 개혁의 제1차적 과제인 '권력으로부터의 언론자유'는 감히 해결되었다고 말하고 싶다"면서 두 번째 남은 문제는 '시장 권력으로부터의 자유'를 어떻게 확보할 것이냐, '사주로부터의 기자의 자유'는 어떻게 확보할 것이냐 하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곧 이어 "이 문제를 가지고 참여정부와 언론이 숙명의 대결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또 "합의가 됐으면 좋겠으나, 인식을 공유할 수 없다면 양심과 정의와 민주주의 원칙에 의해서 해결하자고 할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 대통령은 "언론이 사유 재산이 아니고 사회적 공기라고 한다면, 이 문제를 둘러싼 사실 보도에 있어서 공정한 기회를 달라"면서 "취재 관행 개선에 관한 문제에 있어서, 그동안 정부가 주장하는 그 많은 사실들이 적어도 제가 접하는 언론에서는 보도된 것을 본 일이 없고 언론 보도 분석 보고에서도 접한 일이 없다"고 토로했다.

계속해서 "지난번에는 토론을 거부했지만 지금이라도 정정당당하게 토론하자, 기자실 재개의 문제나 사무실 무단 출입의 문제는 이미 적어도 공식적인 쟁점이 아닌 것 같다"면서 "취재를 지원하는 공무원의 접촉의 문제는 취재 불편이 없도록 구체적인 요구가 있으면 얼마든지 합의·대화하고 합의 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노 대통령이 제안한 토론 대상을 '신문과 방송의 편집·보도국장'이라고 설명했다.

"정치권력은 5년 뒤에 심판받는데, 언론권력은?"

노 대통령의 이같은 언급은 정부의 취재선진화 방안 중, 가장 큰 비판을 받았던 '공보관실을 통한 공무원 접촉과 접촉 뒤 사후보고'에 대한 일종의 양보로도 해석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통령은 "없는 정책이 정책으로 보도되는 일, 정책이 아직까지 생기기도 전에 '엇박자'부터 먼저 보도되는 일, 그리고 아직 결정도 하지 않은 정책이 말 뒤집기로 나오는 일, 이런 것은 우리 정부로서는 정부의 신뢰 유지를 위해서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그렇게 되지 않도록 제도적으로 장치를 만들어 나갈 수밖에 없다. 이 부분은 양보할 수 없는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물론 토론에서 저희가 저의 이 주장이 사실이 아니고 잘못된 것이라면 그때는 한 발 더 물러서겠다"고 여지를 남겼다.

그는 계속해서 언론에 대해 "권력이라는 점만은 인정해야 될 것"이라고 요구하면서 "정치권력은 선출된 것으로서 정통성의 근거를 가지고 소신껏 일하고 5년 뒤에 심판을 받는데  언론의 정통성은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이고, 누구로부터 심판을 받느냐"고 물었다.

그리고 "스스로의 절제, 스스로의 기여를 통해서 정통성을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자답했다. 언론이 '시장권력'이나 '시장권력의 대변인'으로서가 아니라 '시민의 자리' '소비자의 자리'에 서 있어야 한다는 지론을 다시 한번 강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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