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담장과 감또개. 예쁜 담장 위에 누군가 얹어놓은 듯한 땡감 하나! 무언가 말하고 싶은 게 있을 듯해요. ⓒ 손현희
시- 한빛/손현희
감나무 밑에서
제법 모양을 갖춘
살 오른 녀석들을 올려다보다
뒤통수를 때리는 무언가에 놀라
고개를 돌리니
한창 삶을 채우던
애기 땡감 하나,
떼구르르 굴렀다.
아직 삶 채우기가 끝나지 않았는데
왜 벌써 제 집과 이별하는 걸까?
그러고 보니
발 아래 제 놈 같은 녀석들
여럿이 뒹굴고 있었다.
옳아! 그게 제 몫인 거야!
아직 실하지 않을 때
남겨진 식구들
배불리 채우라고
좁은 틈,
제 식구에게 넘겨주고
저는 떠나온 게 분명해.
나를 채우려던 욕심이
땡감에게 쑥스러웠다.
▲ 아직 제 삶 채우기도 끝내지 못했는데...남은 식구들을 생각하며 자기를 버리는 땡감 하나! 감나무 밑에 가면, 아직 채 익지도 않은 '애기 땡감' 이 여기저기 떨어져 흩어진 걸 많이 본답니다. ⓒ 손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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