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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흙길 밟으러 '제주 올레'?

서귀포 말미오름에서 섭지코지까지...도보여행 즐기기

등록|2007.09.06 09:05 수정|2007.09.06 15:00

▲ (사)제주올레(이사장 서명숙)은 8일 발족식과 함께 성산오름부터 섭지코지까지 도보로 걷는 행사를 연다. ⓒ (사)제주올레 제공


렌터카는 필요 없고, 네비게이션을 켜두지 않아도 좋다. 자동차 바퀴 대신 든든한 두 다리가 있고, 네비게이션의 안내 멘트가 없어도 길 찾는 데 무리가 없기 때문.

(사)제주올레(이사장 서명숙)와 같이 걸으면, 네비게이션에도 잡히지 않는 제주도의 옛길과 흙길을 직접 밟아볼 수 있다.

(사)제주올레가 오는 8일 오전 10시 발족식과 함께 '성산 따라걷기' 행사를 연다. 이번 행사는 걷기 편한 복장과 도시락만 지참한다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참가비는 공짜, 제주도를 속속들이 알고 싶은 의욕만 있으면 된다.

(사)제주올레가 소개하는 여행로는 말미오름(서귀포시 성산읍)에서 종달리 해안도로-오조리 해안도로-성산포 갑문-성산 일출봉을 거쳐 드라마 ‘올인’으로 유명한 섭지코지에 이르는 15km 구간이다.

도보여행에는 오승국 제주4·3연구소 이사가 안내하고, 여행작가로 널리 알려진 한비야 월드비전 긴급구호팀장, 최열 환경재단 대표, 건축가 김진애씨, 방송인 최광기씨 등이 길동무로 합류한다.

(사)제주올레는 5일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이번 행로에 대해 "국내 최초로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된 성산오름을 여러 각도에서 감상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고 밝혔다.

서명숙 이사장 등으로 구성된 탐사팀은 7월 25일부터 한달여간 서귀포 동쪽 끝(시흥리)에서 서쪽 끝(모슬포)까지 사전 답사하면서 첫 번째 행로를 탐색, 정비했다. 이들은 제주의 상징성과 풍경을 압축적으로 볼 수 있도록 성산오름과 섭지코지 등을 행로에 포함시켰다.

도로공사 NO! 자연 그대로의 길 걷기

(사)제주올레는 제주의 옛길이나 잊혀진 흙길을 되찾아서 되살리고, 끊어진 길을 이어서 관광객들에게 소개하고자 만들어진 비영리 법인단체다.

'올레'는 집으로 통하는 골목길을 뜻하는 순수 제주어로, 이 단체는 길을 만들기 위한 대대적인 공사를 거부하고, 비포장도로거나 우회로라고 해도 자연 그대로의 길을 제주 관광객들에게 권할 계획이다. '안티 공사'가 이 단체의 모토인 셈.

(사)제주올레는 여행로 공사 대신 도보 여행자들의 편의를 위해 개발된 코스에 색깔이 다른 ‘올레 사인’을 부착할 예정이다.

또한 새 도로를 발견할 때마다 상세한 정보를 담은 안내 책자인 <간세다리>를 발간하고, 다음달까지 자체 홈페이지를 열어 숙소나 먹거리 등 제주 관광에 관한 상세한 정보를 관광객에게 제공할 방침이다.

법인의 이사장은 <시사저널>과 <오마이뉴스> 편집장을 지낸 서명숙씨고, 손석희 성신여대 교수, 정신과 의사 정혜신씨, 조용환(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이유진 국제평화교류협회 이사장, 허영선 전 제민일보 편집부국장, 이창익 제주대 교수, 문성윤 변호사 등이 이사로 참여한다.

"제주를 찾은 당신, 간세를 피워라"

서명숙 (사)제주올레 이사장은 <시사저널>과 <오마이뉴스> 편집장을 지냈다. 일분일초를 다투는 언론사에서 일했던 그가 되레 "게으름을 피우라"고 주문한다.

그가 만든 (사)제주올레의 정기 홍보물 이름도 <간세다리>다. 제주어로 '간세'는 게으름을 뜻하는 것으로, 제주 출신 사이에서는 부정적 의미다. 하지만 서 이사장은 "느린 삶이 아름답다"고 잘라 말한다. 평생 부지런히 살았는데, 남에게 피해만 주지 않는다면 계속 게으름을 피우란다.

그리도 또 "느리게 걷고, 오래 느끼는 여행을 해보라"고 권한다. 머문 만큼 보이고, 걷는 만큼 느낀다는 것.

그는 5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관광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며 "관광지에 가서 '무엇 무엇을 봤다'는 것에서 벗어나, 느릿느릿 그 지역의 속살을 만져봐야 관광지를 제대로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관광객들이 여유를 즐기기 위해 제주도까지 와서도 렌터카나 대형버스를 타고 제주의 '포인트'만 보고 떠나는 것이 아쉬웠다"고 말했다. (사)제주올레를 만들게 된 배경이기도 하다.

그는 지난해 7월 <오마이뉴스>를 그만둔 뒤 9월 5일부터 10월 15일까지 한달여간 스페인 북부의 산티아고를 도보로 여행하고 돌아왔다. 그는 "산티아고에서는 '얼마나 빨리 경유했냐'보다 '얼마나 오래 머물렀느냐'가 관건"이라며 "제주 또한 마찬가지로, 옛문화나 자연 그대로를 충분히 즐길만한 곳"이라고 평가했다.
 
자신의 고향인 제주도에 도보 여행로를 만들겠다고 결심한 서 이사장은 도보 여행을 널리 알리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여유로운 삶을 찾기 위해 먼 땅의 산티아고를 찾기보다 한국에도 그런 길을 만들어보자는 것.

그는 "한국이 급격하게 발전하면서 옛것이 순식간에 사라졌지만, 그나마 옛집과 옛문화가 살아있는 제주도부터 시작했다"면서 "한국의 '산티아고'는 어디든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제주올레가 만드는 브로셔나 홈페이지를 통해 누구나 나설 수 있는 제주도의 도보 여행로를 소개할 것"이라며 "(사)제주올레에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출발 일시 및 장소 : 8일 오전 10시 서귀포시 성산읍 시흥초등학교 집합
대상 : 걷고 싶은 도민 및 국내외 관광객
준비물 : 걷기 편한 복장, 비올 것을 대비해 비옷
점심 : 각자 지참
문의 : 011-691-0314 이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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