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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인력 강한 남성 '판타지' 소설!

최완규 장편소설 <히든>

등록|2007.09.07 10:04 수정|2007.09.07 10:31
<주몽>, <허준>, <상도>, <올인>, <종합병원>의 공통점은? 최완규가 대본을 썼다는 사실이다. 드라마 작가로 김수현이 유명하지만, 이렇듯 작품의 면모를 살펴본다면 최완규 또한 만만치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그 드라마 작가가 첫 장편소설을 써냈다. 야쿠자와 도박의 세계를 배경으로 하는, 재일 조선인의 사랑과 의리를 그린 <히든>으로 찾아온 것이다.

▲ <히든> 1권 겉표지 ⓒ 랜덤하우스코리아

주인공의 이름은 성만. 재일 조선인이지만 일본에서 꿋꿋하게 살아가고 있다. 그의 꿈은 성장한 후에 조선인들을 위해 일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의 꿈은 어처구니없는 사건으로 깨지게 된다. 친한 친구 똥배가 도박으로 신세를 망칠 위기에 처한 것이다. 어머니를 생각한다면 성만은 친구를 외면해야 한다. 하지만 의리로 똘똘 뭉친 성만은 그렇게 할 수가 없다. 어머니가 그렇게도 말리던 도박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게 되는 것이다. 친구를 위해서.

<히든>의 이야기는 어딘가에서 들어봄직한 내용들이다. 특히 야쿠자와 도박의 세계에 친구 때문에 빠져든다는 것은 여러 번 나왔던 이야기다. 진부하다면 진부할 수 있는 그런 소재인 셈이다. 그렇다면 <히든>은 진부한 소설일까? 초반부의 설정만 놓고 본다면 그렇다고 할 수 있겠지만 소설의 맛깔스러움은 그것을 거부하고 있다. 진부하다면 싫증이 나기 마련인데 이 소설은 뛰어난 가독성을 지녔기 때문이다.

<히든>이 독자를 사로잡는 비결의 첫 번째는 드라마가 그렇듯 소설이 강약을 적절하게 조절한다는 것이다. <허준>이나 <주몽> 그리고 <올인>이 그랬듯 착한 주인공,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주인공에게는 매순간 위기가 찾아온다. 아이러니하게도 그것은 본인이 자초한 것이 아니다. 주변 사람들에 의한 경우가 많다. 친구나 가족의 실수 때문에 애꿎은 주인공이 위기를 맞이하는 것이다.

짐작하다시피 위기의 순간, 주인공은 그것을 극적으로 넘어선다. 이제 좀 한숨을 돌리나 싶으면 또 다른 위기가 찾아온다. 이전 것에 비할 수 없는 위기감을 조성하는 그것들은 또 다시 사람들의 마음을 조급하게 만들며 사람들을 사로잡는데 <히든>도 그렇다. 소설이 중간 중간 끊기는 순간은, 드라마가 결정적인 순간에 끝나는 순간과 비슷하다. 다음 회를 기다리듯이 다음 페이지를 넘기게 만든다. 주인공이 또 다시 그것을 해결한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그렇게 만드는 것이다.

<히든>의 흡인력엔 재일조선인과 야쿠자와의 만남이라는 설정도 한몫하고 있다. <히든>의 주인공은 어쩔 수 없이 야쿠자 세계에 발을 들여놓는다. 그곳에서 주인공은 야쿠자와 우정을 키워가면서 한편으로는 경쟁을 하는데 그 관계가 이채롭다. 야쿠자와 재일 조선인은 일본의 음지에 존재하는 이들로 <히든> 속에서는 동병상련의 입장이다. 이들이 힘을 합친다면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양지로 나가기 위해 한쪽을 밟을 수도 있다. 최완규는 그 관계가 주는 긴장감을 생생하게 그려냈다. 소설의 흡인력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런 내용으로 볼 때 <히든>은 즐거움을 주기 위한 소설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이 책을 들고 문학적인 가치를 찾는다는 것은 무의미하다. 이 책의 가치는 힘든 시간을 잊고 잠시라도 즐거운 시간을 마련해주는 것이다. '남자의 길'을 말하는 <히든>은 그 역할로 충분하다. 지나치게 남성들을 위한 것이 흠이라면 흠이겠지만, 그래도 그게 어디인가. 읽는 동안 삶의 노곤함을 잊고 잠시라도 로망에 젖을 수 있게 해주는 것, 그것도 소설이 발휘해야 할 역할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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