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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호공고가 지켜질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어요"

동호공고 1학년 이지나 학생이 네티즌에게 보내는 편지

등록|2007.09.07 09:09 수정|2007.09.10 16:18
서울시교육위원회가 동호정보공업고등학교 폐교 안건을 다시 서울시청으로 돌려보낼 예정이랍니다. 폐교라는 극단적인 상황은 피하게 된 것입니다. 이런 결정에는 동호공고 폐교를 반대를 외친 네티즌들의 여론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동호공고 1학년에 재학중인 이지나 학생이 네티즌 여러분들에게 띄우는 글을 보내왔습니다. <편집자주>
안녕하세요, 동호정보공업고등학교 방송영상과 1학년에 재학 중인 이지나입니다. 
선선한 날씨에 기분까지 맑아지는 이 때, 바로 오늘(6일)까지도 저희들의 배움터인 동호공고는 매우 일방적으로 진행된 폐교라는 절벽 끝에 몰려 아등바등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저희의 편에서 이해를 해주고 공감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생각에 외롭고 막막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슬픔도 잠시, 몇몇 열정적인 선생님들과 아이들의 노력으로  많은 분들의 관심과 응원을 받으며 저희는 희망을 놓치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을 고마움과 든든함 속에 부당한 처사에 대응했고 결국 막연하고 불투명했던 학교의 존폐 여부는 매우 밝고 환해졌습니다. 저희 학교가 이번 사태를 겪으며 더욱 발전하고, 성장을 할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힘들고 지쳤던 지난 시간들이 결코 헛된 것은 아닐 것입니다. 

정말 이번에 잃고, 피해보는 게 굉장히 많을 것이라 걱정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저는 정신적으로, 마음 깊이 얻은 것이 많아 뿌듯하기까지 합니다. 아마 이 감정은 비단 저만이 것이 아닐 것입니다.

다시 저희 동호공고는 지켜질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습니다. 당위성이 없고 편협했던 판단은 많은 분들의 정의감으로 올바르게 나아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직 이 사회에 정의가 살아있다는 사실을 몸소 겪어보니 간접적으로 보고, 듣고, 느꼈던 것과는 확연히 다르게 온몸이 부르르 떨릴 정도로 굉장히 만족스럽고 감격스럽습니다.

솔직히 그 동안 많은 어른들이 밉고 원망스럽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것입니다. 하지만 아직 세상엔 제가 생각했던 그러한 분들보다는 올바른 가치관을 가진 분들이 훨씬 더 많다는 것을 알았기에, 저도 자라 어른이 되면 그렇게 되야겠다고 굳게 다짐도 할 수 있었습니다.

저희를 지지하고 응원해주신 수많은 네티즌 여러분들과 관심을 가져주신 많은 언론매체의 기자 분들, 그리고 결국은 폐교는 부당한 처사라는 결론을 내려주신 교육위원회 분들에게 그저 고맙고, 감사한 마음뿐입니다. 제 눈앞에 있다면 "고맙습니다!"라고 큰 소리로 외치며 배꼽인사를 하고 싶을 정도입니다.

부디 이 사건을 계기로 많은 분들이 자신이 하고자 하는 분야의 공부를 하며, 흥미와 열정을 가지고 노력하는 실업계의 학생들에게 더욱 관심과 애정을 가져 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이제부터라도 미숙한 아이들을 배척하는 것이 아니라, 잘못된 점이 있으면 개선해주고, 선도해 줄 수 있는 교육이 실천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정의로운 사회를 굳게 믿으며 저희는 학생의 신분에 충실해 공부에 매진하도록 하겠습니다. 함께 웃고 서로 보듬어주며 잘못된 점을 고쳐나갈 수 있는 ‘우리’가 될 수 있도록 저희도 노력할 것입니다.

동호공고는 앞으로 방송영상콘텐츠 특성화고로 거듭나 수많은 방송인재들을 창출할 전문계 고등학교로 거듭날 것을 확신합니다. 이번 사태를 겪은 저희들은 앞으로 사회에 보탬이 되는 사람이 될 것을 약속드립니다.

다시 한 번, 진심으로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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