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현지인들에 비웃음 사는 한국식 선교

[아프간 피랍, 무엇을 남겼나 8] 인도네시아 한인교포의 편지

등록|2007.09.07 09:01 수정|2007.09.07 10:41
인도네시아에서 거주하고 있는 한 한국교포가 아프간 피랍 사태에서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편지에 담아 <오마이뉴스>에 보내왔다. 김미정 대학생 인턴 기자에게 이메일로 보내온 글을 전문 게재한다. <편집자주>

▲ 아프간 피랍 43일만에 재회한 귀환자들과 가족들이 서로 끌어안고 흐느끼고 있습니다. 안양샘병원에 마련된 환영식장은 온통 울음바다였습니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마음이 편한 것만은 아닙니다. ⓒ 오마이뉴스 선대식


저는 인도네시아에서 거주하고 있는 개신교인입니다. 그러나 한국 개신교가 그동안 해외선교사역에 있어서 지나치게 열정적이고 다소 일방적인 선교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것은 방법론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독교인의 사명으로 이해하고 싶지만 현지인들에게 얼마나 공감을 얻어 내고 있는지에 대한 실효성은 여전히 의문으로 남습니다.

선교를 위한 전술로서 봉사활동과 순수한 봉사활동에 대한 현지인들의 반응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의료봉사 활동이라든가 순수한 봉사활동은 현지인으로부터 많은 환영을 받고 있습니다.

실례로, 한국의 동서대학교에서는 십여 년째 매년 여름방학 때마다 담당교수가 엄격하게 학생들을 선발하여 사전에 현지문화에 대한 인식을 충분히 시킨 후 인도네시아 특정지역을 방문해 의료, 건설, 교육 등의 분야에서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봉사활동을 실시하여 인도네시아에서 한국에 대한 호감을 확대하고 있는 모범적인 사례도 있습니다.

그들이 알아들을 수도 없는 성가 찬양은 자아도취에 불과

대부분의 선교사들이 종래와는 달리 직업을 가지고 현지 문화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현지밀착 선교를 전개하는 것은 타당하다고 봅니다. 그러나 여름방학만 되면 단기적이고 일회성 행사로서 전문 선교사가 아닌 일반 대학생이나 교회단체에서 여행 및 봉사활동을 겸하여 선교활동을 수행하는 것은 현지인들에게 별로 호응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삽 들고 도로 보수하고 유치원에서 한글 단어나 알려주고 통기타로 그들이 알아들을 수도 없는 한국 복음성가를 찬양한다고 해외선교가 된다는 생각은 너무나도 단순한 발상이며 자아도취라고 생각합니다.

인도네시아는 전 인구의 85%가 회교도입니다. 이 나라에서 한국식 선교활동은 현지 무슬림으로부터 비웃음을 살 뿐입니다. 물질적 공여가 그들에게 일시적으로 고마운 마음을 가지게 할 수 있겠지만 삶의 일부인 종교를 개종하는 것과는 엄청난 거리가 있습니다.

현재 인도네시아에는 개신교도가 전 인구의 8% 정도 됩니다. 비록 중동의 국가와는 달리 개신교, 가톨릭, 불교, 힌두교 등도 합법적인 종교로 인정받고 있지만 현재도 종교상의 갈등을 겪고 있는 나라입니다. 매년 인도네시아 현지의 개신교 및 가톨릭 신자와 이슬람 신자들끼리 수십 차례의 무력충돌이 있고, 집단테러 행위에 해당하는 인명살상, 교회방화도 벌어지는 나라입니다.

한국에서 정규 선교사 교육을 받고 파견 나온 선교사들은 인도네시아 문화를 이해하고자 하는 바탕을 갖추고 나오기 때문에 현지 적응력이 높고 종교적 문화적 갈등을 거의 일으키는 일이 없습니다. 또 파견 나오는 선교사들도 한인 교회 목회사역이라든지 아니면 현지 신학교 교수라든지 아니면 기존 현지개척 교회 지원을 위한 사역을 하면서 본인의 고유 직업을 갖춘 분들이고 합법적인 비자를 받아서 거주하기 때문에 법적으로도 별다른 문제가 없습니다.

주변을 감동시키는 삶 자체가 진정한 선교

그러나 관광비자 신분으로 선교 활동 내지 봉사활동을 빙자해서 나와서 수행하는 어설픈 선교는 자칫 현지문화와 충돌을 야기할 소지가 많습니다. 엄밀하게 말하면 모두 불법이며 누구든지 신고만 하면 국외로 추방되게 현지 실정법은 정해 놓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는 종교의 자유는 있지만 중동의 이슬람 국가와 마찬가지로 타인에게 선교 및 개종을 권유하는 것은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인도네시아 현실을 감안할 때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일회성 선교나 봉사활동보다는 자신의 삶에서 기독교적 향기를 풍기며 주변을 감동시키는 삶 자체로써 선교하는 것이 옳습니다. 오히려 입으로만 선교하거나 말과 행위가 서로 이율배반적인 기독교인의 선교는 오히려 진정한 선교의 장애요소라고 봅니다.

예를 들면 교회에 다닌다는 사람들이 남들로부터 더 많은 손가락질을 당하고 세상의 비웃음을 사고 있는 오늘날 한국교회의 현실을 먼저 반성해야 합니다.

인도네시아에 거주하는 한국 기독교인들은 이러한 문제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무턱대고 길거리에서 전도하거나 전단지 돌리는 일은 하지 않습니다. 단지 자신의 직장에서 또는 가정에서 현지인들을 상대로 소리 없이 자신의 삶을 보여 줌으로써 기독교도들은 이런 점이 다르구나 하는 것을 몸소 보여 주고자 합니다.

또 제가 다니고 있는 교회는 오늘 당장 몇 명을 우리 교회로 끌고 와서 무슨 말인지도 모르는 한인교회 설교를 듣게 하거나 문화적 위화감을 주기보다는, 가난하고 열악한 현지교회의 현지인 지도자들을 뒤에서 후원함으로써 보이지 않는 선교를 하고 있습니다.

이와 반대로 길거리 전도를 하면 정신병자 취급을 받거나 앞에서는 기독교 신자라 하지만 뒤에서는 매일 같이 술을 마시며 기독교적 삶의 태도를 보이지 않는 모습은 현지인에게 조롱을 사는 행위입니다.

이제 일방적인 선교 재고해야

진정한 종교인은 어느 종교를 막론하고 존경 받아야 하며 결코 조롱거리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선교는 기독교인의 피할 수 없는 사명이지만 수용을 거부하는 자에게 강요해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아프가니스탄의 국민들도 왜 한국인들이 자신들에게 선교를 하려고 했는지 의문일 것입니다. 이제 일방적인 선교는 재고해야 할 때가 왔다고 봅니다.

또한 한국의 개신교에서도 이번 일을 계기로 해외선교 전략을 더욱 체계적으로 보완하는 전환점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우리 모두 새로운 선교 대안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아야 한다고 봅니다. 주님이 주신 땅 끝까지 선교하라는 사명을 어떻게 지혜롭게 펼쳐 나갈지 교계의 지도자들은 다시 한 번 선교전략을 검토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럼, 주님 안에서 평안을 기원하면서….

인도네시아에서 평범한 교민의 한 사람이 드림.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