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스케치] "손뼉 한 번 치라"는 요구에 미동도 안한 박근혜

이-박 회동에 취재진 150여명 몰려들어

등록|2007.09.07 17:43 수정|2007.09.07 18:38

▲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와 박근혜 의원이 7일 당내 경선이 끝난 후 처음으로 국회 귀빈식당에서 만났다. 강재섭 대표가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며 이명박 후보와 함께 손을 내밀었으나, 박근혜 의원은 웃기만 할 뿐 손뼉을 치지는 않았다. ⓒ 이종호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와 박근혜 의원의 7일 회동은 비교적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이뤄졌지만, 둘 사이의 어색한 기류가 완전히 가신 것은 아니었다.

회동 시간(오후3시)보다 10분 먼저 나타난 이 후보는 다소 상기된 표정이었다. 진회색 양복에 에메랄드 그린 빛깔의 넥타이를 맨 그는 소감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만나면 좋죠. 우리 당 사람인데…."라고 받아넘겼다. 이 후보는 회동이 끝나자 박 의원과 함께 국회의사당 앞까지 나아가 박 의원이 승용차에 타도록 배웅하는 등 극진히 예를 갖추기도 했다.

하늘색 블라우스에 회색 바지를 차려입은 박 의원은 회동에 앞서 "무슨 말을 할 거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굉장히 성격이 급하시다, 전당대회에서 이미 입장을 다 밝히지 않았냐"고 답했다.

두 사람의 만남이 이루어진 국회 귀빈식당에 모인 기자들의 숫자만 어림잡아 150여 명. 평소 많은 기자들을 몰고 다녔던 박 의원조차 이 후보와 악수하는 순간 너무나 많은 카메라 플래시가 한꺼번에 터지자 "아이고, 눈부셔라"라고 감탄사를 던졌고, 강재섭 대표는 테이블 위에 놓인 무선 마이크 수를 일일이 세어본 뒤 "전부 22개나 된다, 유사 이래 가장 많다"고 혀를 내둘렀다.

15분간의 공개 회동에서 두 사람은 만면에 웃음을 띠었지만, 간간이 어색한 광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 ⓒ 이종호


이 후보가 '이인동심 기리단금(二人同心 其利斷金 : 두 사람이 힘을 합치면 쇠도 끊는다)'는 한자성어를 소개하자 강 대표가 "고장난명(孤掌難鳴 : 두 손바닥을 마주치지 않으면 소리가 나지 않는다)이라고 두 분도 서로 손뼉 한번 치시라"고 둘의 스킨십을 유도했다. 이에 이 후보가 오른 손을 들어보려고 했지만, 박 의원이 전혀 움직이지 않자 손을 슬그머니 내렸다.

둘의 어색한 분위기는 회담 이후에도 이어졌다. 두 사람은 회동을 마친 뒤 나란히 걸으며 국회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에서 약식 기자회견을 했는데, 이 후보가 주로 말을 한 데 반해 박 의원은 극도로 말을 아끼는 표정이었다.

이 후보는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박 대표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 두 사람이 힘을 합쳐 정권교체를 하자는데 (의견이) 똑같았다"고 말하면 박 의원은 "공개된 자리에서 이야기한 대로 정권교체를 위해 잘 해보자고 했지만, 구체적인 얘기는 없었다"고 받는 식이었다.

이 후보는 "합의문이 없냐"는 질문에 "같은 당끼리 무슨 합의문이냐"고 반문했고, 회동 결과에 대해서는 "두 사람이 얘기해 보니 감정 하나도 없었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나경원 대변인도 "이 후보가 경선 이후 가장 흡족한 표정이었고, 박 의원도 밝은 표정이었다"며  "한나라당은 더 이상 화합 문제에 대해서는 국민 여러분들이 걱정하시지 않아도 되는 마무리가 되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날 회동에는 박 의원의 경선을 돕던 옛 참모들이 모처럼 나와 눈길을 끌었다. 김재원 전 대변인과 유정복 전 비서실장, 이정현 전 대변인, 최원영·허용범 공보특보가 그들이다. 캠프 시절 대변인을 맡았던 김재원 의원은 "어제(6일) 박 의원을 만났는데 당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더라"고 전했고, 이 전 대변인은 "당내 갈등 같은 건 없다, 알아서 쓰시라"고 말을 아꼈다.

▲ 이명박 후보와 박근혜 의원이 비공개 회동을 마친 뒤, 함께 나오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이종호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