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전의 박진감과 서사의 충족에서 모두 실패하다
[리뷰] 토니 빌 감독의 <라파예트>
▲ 라파예트 부대의 용사들 ⓒ (주)미로비전
마침, 정기구독하는 모 영화잡지의 J평론가도 호의적으로 글을 써서 <라파예트>를 보게 되었다. 그런데 <라파예트>는 생각과는 많이 달랐다. <진주만> 정도를 예상했던 서사는 J평론가도 지적했지만, 빈곤해 보였다.
근본적으로 영화는 서사가 바탕이 돼야 한다. 극영화의 뼈대가 되는 줄거리가 부실(이 경우에는 진부)하다보면 설혹 CG나 그래픽이 뛰어나도 그 영화에서 좋은 인상을 받는 것은 한계가 있다. 이 얘기는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어느 영화에도 해당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라파예트>에서 좋았던 점을 찾으라면, 한 가지 정도는 있는 것 같다. 어른이 되어서 말하기에는 유치한 얘기지만, 전선에서 동고동락을 하는 전우들의 이야기는 새로운 것들이 판을 치는 세상에서 진부하면서도 늘 새로운 것 이상 가는 감동을 준다.
독일군에게 죽은 팀장의 복수를 위해 출격하는 대원, 전선에서 고립된 전우를 살리기 위해 최악의 수단을 쓰는 동료, 흑인동료에게 사과를 하는 백인동료, 상관의 명령을 어겼지만 민간인을 구한 공적으로 훈장을 받는 주인공 등.
<들장미 소녀 캔디>에서 소녀들이 꿈꾸는 소녀들의 로망과는 또다른 '남자아이'들의 로망이 <라파예트>에는 부분적으로 등장한다. 그렇다고 그것들이 아주 훌륭하게 구현되었다는 것은 아니지만, 남자아이들이 전쟁영화를 보면서 꿈꾸는 낭만적이거나 자기희생적인 로망이 <라파예트>에는 어느 정도 들어있다.
동어반복적인 표현을 쓰면 그렇게 만들어진 전쟁영화만이 남자관객들에게 일정 정도는 어필한다고 볼 수도 있다. 냉정하게 말하면, 할리우드의 영화제작자들은 관객들의 공통취향을 잘 파악하고 있다. 또 그런 영화들이 박스오피스에서 일정한 순위를 점할 수 있는 것이다.
가끔 반영웅적이거나 반전쟁적인 전쟁영화들이 제작되어 화제를 모은다. 대략 그런 영화들은 관객들의 로망을 비켜가기도 하고, 때론 관객들에게서 자신이 알고있는 전쟁에 대한 신화를 탈각시켜서 관객들을 괴롭히기도 한다. 반면, 이런 영화에서 정체모를 통쾌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올해 들어서 많은 영화평론가들이 후하게 평점을 줬던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가 그런 영화가 아닌가 짐작한다. 가까운 시일 내에 꼭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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