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지금 나는 벌초 가는 길이에요

올 추석은 더 큰 둥근 달이 떠야 할텐데

등록|2007.09.09 12:02 수정|2007.09.09 12:12

전생의 거울산소에서 내려다보이는 저수지 ⓒ 송유미

우리 부모들은 우리들의 어린 시절을 꾸며 주셨으니 우리는 그들의 말년을 아름답게 꾸며 드려야 한다- A. 생텍쥐베리세상의 모든 자식들은 어쩔 수 없이 '불효자' 세상의 모든 자식들은 살아생전 부모님께 효도를 잘 하지 못한다. 아무리 효자상을 받은 사람이라도 할지라도 부모님에 대한 후회는 산처럼 남아 있는 것이 자식 아닐까. 영국의 문호 새뮤얼 존슨이 어렸을 때 그의 아버지는 사업에 실패해 길에서 책을 놓고 팔았다. 그는 매우 자존심이 상해 아버지가 병이 들었는데도, 절대 도와주지 않았다고 한다. 그리고 결국 아버지가 타계한 후 그는 그 시장에 가서 후회의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그후 50년이 다시 흘러 그 시장에 찾아갔는데, 달라지는 것은 아무 것도 없는데 몸이 약한 아버지가 그곳에 없다는 것과 존슨의 자신의 명성이 영국 제일로 높이 올라갔다는 사실에 그는 또 눈물을 흘렀다고 한다. 이런 후회의 눈물은 불효의 자식들이라면 누구나 한번씩은 흘리는 것 같다. 철이 조금 들 무렵부터 그 번창했던 가계가 자꾸 기울어, 외할머니와 따로 지낸 적이 많다. 엄마는 가끔 학교로 점심 도시락을 챙겨가지고 날 찾아왔다.  그 때마다 나는 반 친구들의 엄마에 비해 너무 나이가 든 할머니처럼 보이고, 궂은 식당가게 업을 하다가 달려온 '몸뻬' 차림에 괜히 낯이 뜨거워, "이딴 것 가지고 안와도 된다"면서 학교 근처에는 얼씬도 못하게 했다. 누구냐고 묻는 아이에게는, 우리 식당 가게 일하는 아줌마라고 이야기했던 적이 있다. 그때 어머니가 내 말에 얼마나 큰 상처를 받으셨을까 지금와서 생각하면, 아무리 철없는 시절의 일이라도 나도 나를 용서 할수 없는 불효를 하고 만 것이다.  

풀을 베어 드린 부모님의 묘소살던 마을을 내려다 보고 계신다 ⓒ 송유미

 불효자의 눈물은 효의 씨앗이 되지 않는다 자식의 입장이란 지구 저편이나 이편이나 세기를 달리 해도, 살아생전 효도를 못했으면서도, 언제나 추석이 임박해지면 돌아가신 부모님의 산소를 돌보아야 하는 일조차 무거운 책임감처럼 생각되어서 벌초를 가지 않으려는 온갖 핑계를 찾는다.
하지만 막상 수풀이 우거진 산소의 풀을 베다보면, 자신의 턱에 난 수염을 깨끗하게 면도하는 것처럼 점점 마음은 상쾌해지는 것이 지극한 '효성'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어리석은 자식의 마음일지 모른다.
요즘은 심부름센터 같은 곳에서 멀고 먼 오지의 성묘의 벌초를 대행해 준다고 한다. 쓸쓸한 이야기지만, 현대인에게 조상의 무덤을 돌보는 일은 이제 정말 지극한 '효자'된 착각을 일게 하는 일은 분명한 것 같다. 그러나 자식의 마음은 또 간사해서, 저 전생의 거울 같은 큰 저수지를 내려다 보면 까닭없이 볼을 타고 흐르는 후회의 눈물은 또 뭐란 말인가.  

이름없는 동산두 분의 산소를 두고 내려가다 ⓒ 송유미

 불러 봐도 울어 봐도 못 오실 어머님을
원통해 불러 보고 땅을 치며 통곡해요
다시 못 올 어머니여 불초한 이 자식은
생전에 지은 죄를 엎드려 빕니다
손발이 터지도록 피땀을 흘리시며
못 믿을 이 자식에 금의환향 바라시고
고생하신 어머님이 드디어 이 세상을
눈물로 가셨나요 그리운 어머님

북망산 가시는 길 그리도 급하셨소
이국이 우는 자식 나 몰라라 가셨나요
그리워라 어머님을 끝끝내 못 뵈옵고
산소에 엎드러져 한없이 웁니다
<불효자는 웁니다>-'진방남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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