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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통한 인생역전, 과연 가능할까?

[서평] 고미숙의 <공부의 달인, 호모 쿵푸스>

등록|2007.09.09 15:54 수정|2007.09.09 16:16

▲ <호모 쿵푸스> 책 겉그림 ⓒ 그린비

나는 유쾌한 사람이 좋다. 진지한 문장보다 가볍고 유머가 있으되 여운이 남는 글 읽기를 좋아한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저자 고미숙의 글을 좋아한다. 요가와 등산으로 몸을 단련하고 놀이로서의 공부를 실천하는 저자를 삶의 모델로 삼는 젊은이들도 많을 것 같다. 
'공부하거나 존재하지 않거나!' 이 말은 공부가 직업인 학자에게 해당되는 말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공부란 학교에서만 하는 것인가. 졸업과 동시에 우리의 공부는 끝난 것일까. 물론 대답은 아니다.

사람은 평생 동안 공부를 해야 한다.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없다면 우리는 즐거움도 얻을 수 없다. 우리가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는 거기에 있다. 시시각각 변하는 세상은 우리에게 끊임없이 공부할 것을 요구한다. 짝사랑일지라도 사랑의 대상이 있는 것이 축복이듯 내가 좋아하는 분야의 공부를 할 수 있다는 건 축복이다.

'10대 20대는 체력은 좋지만, 잡념이 많고 경험의 폭이 좁아서 텍스트를 장학하는 능력이 훨씬 뒤떨어진다'고 한다. '공부는 젊을 때 해야 하는 것이라는 건 말짱 거짓말'이며 공부란 궁극적으로 자기를 넘어서는 것이므로 젊은 날에 하는 공부보다 오히려 나이가 들어 하는 공부에 더 깊이가 있다는 이야기도 들려준다. 굳이 학교에 나가 강의를 듣지 않아도 할 수 있는 공부는 바로 책과 사귀는 것이다.

어떤 책을 읽으면 좋을까?

쉽고 재미있는 책, 읽어서 몽땅 이해되는 책은 당장 덮으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것은 저자의 수준이 자기와 똑같다는 뜻이라고 하는데 그런 책을 굳이 시간과 공을 들여 읽을 필요가 있을까. 우리를 뛰어넘을 수 있는 책 읽기는 어떤 것인가. 세상에 책은 넘쳐나는데 어떤 책을 읽어야 할 지 막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사람에 따라 관심 분야도 다르고 좋아하는 장르도 천차만별이지만 저자는 고전을 읽으라고 조언한다. 이를테면 <서유기> <수호지> <홍루몽> <옥루몽> 같은 장편을 도스토예프스키나 톨스토이, 프루스트나 보르헤스 등 사상적 깊이를 갖춘 서양소설과 함께 읽으라는 것이다. 이는 '소설적 재미도 맛보고 동시에 철학적 사유의 힘도 기를 수 있기 때문'이란다.

그와 동시에 소크라테스와 플라톤, 노자와 장자, 사서삼경 등 동서양의 사상사를 넘나들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이쯤에서 보통 독자들은 주눅이 들 것이다. 과연 한 페이지를 넘길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런 독자를 위해 저자는 친구와 함께 읽을 것을 권한다. 혼자서 읽기에는 어렵지만 함께 읽다 보면 너끈히 독파할 수 있다는 거다. '독서야 말로 친구와 함께 할 때 진정 빛나는 활동'이며 '책이 맺어주는 인연은 그 책의 내공만큼이나 깊을 터이니 운명적 만남이란 다름 아닌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이라는 이야기도 들려준다.

..사랑은 인간의 활동 가운데 가장 활발한 생명 작용에 해당한다. 그리고 생명은 안과 밖의 소통 속에서 이루어진다. 즉, 삶과 세계에 대한 통찰력이 내 몸의 내공을 결정짓는다. 따라서 사랑의 패턴은 삶의 패턴과 나란히 함께 간다. 사는 건 엉망인데, 사랑은 멋지게 되는 경우는 없다. 절대! 따라서 삶에 대한 통찰력이 없이 누군가를 지속적으로 사랑을 한다는 건 불가능하다. 이상형을 만나도 소용없다. 왜? 사랑은 내 존재의 깊은 곳이 울릴 때라야 비로소 가능한 것이지 외부에서 주입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제 눈에 안경이니, 눈에 콩깍지가 씌었느니 하는 말이 다 거기에서 연유한다....(113쪽)

운명적 사랑을 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자신이 상대의 운명을 바꾸어줄 만한 능력을 가지면 된다는 저자의 이야기는 놀라웠다. 그리고 그걸 터득하는 길은 오로지 독서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자기를 넘어서고 상대의 운명을 바꾸어줄 만한 능력을 가진 사람이 사랑도 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아무리 얼굴을 뜯어고치고 몸매를 다듬는다 한들 근본적으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건 뛰어난 미모가 아니라는 거다.  

머리가 아닌 몸으로 하는 공부, '호모 쿵푸스'의 공부법이 소개되어 있는 이 책은 청소년들이 읽으면 좋겠다. 책 한 권으로 인생이 달라질 수 있다니 생각만 해도 가슴이 두근거리는 일이다. 하루하루가 소중한 모든 이들에게 책을 통한 인생역전은 어떻게 이루어질 수 있는지 알려주는 이 책과의 만남은 더없이 유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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