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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정 '심바람' 2차 결선에서도 통할까

[득표 분석] 10승 거두고도 충북에서 뼈아픈 1패로 대세론 '멈칫'

등록|2007.09.09 21:38 수정|2007.09.09 23:18
[기사수정 : 9일 밤 11시 15분]

백현종 민주노동당 경선관리위원장이 기호 1번 심상정 후보부터 최종득표율 누계 결과를 발표하자, 그 순간 심 후보의 입가에 은은한 미소가 번졌다.

이어 기호 2번 노회찬 후보에 이어 기호 3번 권영길 후보의 최종득표율 누계가 49.37%라고 발표되자 권영길 후보 역시 웃었다. 그러나 아쉬움이 담긴 허탈한 웃음이었다.

예상했던 대로 '서울 표심'이 9일 오후 서울 올림픽공원 역도경기장에서 열린 민주노동당 대통령 후보 선출대회를 갈랐다.

권영길, 인천-경기 56~57% 얻고도, 서울에서 37.5% 얻어 과반 실패

▲ 9일 오후 서울 올림픽공원 역도경기장에서 열린 민주노동당 대선후보 선출대회에서 권영길 후보가 연설을 하고 있다. ⓒ 권우성

전체 선거인단의 43%를 차지하는 수도권(서울·경기·인천) 지역 개표에서 권영길 후보는 경기 57%, 인천 56%로 과반수를 훨씬 넘겼으나 서울에서 37.5%를 얻는 데 그쳐 결국 '마지막 끝내기'의 고비를 넘지 못했다.

반면에 심상정 후보는 오히려 서울에서는 노회찬 후보와 1%p 이상 차이를 내지 못했으나 경기에서 2%p, 인천에서 무려 4%p 이상 따돌림으로써 2위에 안착해 결선에 진출했다.

지난 7일 충북지역 경선에서 1위를 차지함으로써 처음으로 구호가 아닌 행동으로 '권영길 대세론'에 제동을 건 것이 주효한 셈이다.

노회찬 후보로서는 인천에서 심 후보에게 4%p 이상 뒤진 것이 2위로 결선에 진출하지 못한 패인이었다.

권영길 후보의 경우 전국을 11개 권역으로 나누어 지난달 20일부터 진행된 후보자 선출대회에서 10승을 했지만, 끝내 0.63%p 부족한 과반의 벽을 넘지 못했다. 표로 환산하면 243표였다.

결과적으로 선거인단 수도 별로 많지 않은 충북에서 1위를 놓치면서 '허'를 찔린 것이 경선 막판의 부담으로 작용한 셈이다.

심상정, 충북지역에 집중해 1위 한 것이 결선 진출에 주효

▲ 9일 오후 서울 올림픽공원 역도경기장에서 열린 민주노동당 대선후보 선출대회에서 심상정 후보가 연설을 하고 있다. ⓒ 권우성

지난 7일 충북지역 개표 결과(유표투표 1152명, 투표율 83.45%)는 ▲심상정 497표(43.14%) ▲노회찬 323표(28.04%) ▲권영길 332표(28.82%)였다.

충북지역은 대선후보 경선과 도당 당직선거를 함께 치렀는데 흥미있는 현상은 도당 당직선거에서 40%에 육박하는 득표력을 올린 우파 지지 그룹에서 노 후보와 심 후보 쪽으로 상당한 이탈표가 생겼고 특히 노동현장의 표심을 심 후보가 고스란히 가져간 것으로 분석된다.

일부에서는 이를 민주노총 충북본부에 캠프를 차리고 '선택과 집중'을 한 심상정 선대본부의 조직적 물량 공세에 따른 결과물로 보기도 한다. 또 다른 일부에서는 이른바 자주파 그룹의 '심상정 띄우기 전략'이 가동된 결과로 해석하기도 한다.

그러나 과반에서 겨우 0.63%p 모자란 '아슬아슬한' 결과를 '전략적 선택'으로 보는 것은 막판 상승세인 '심바람'을 무시한 위험한 정치공학적 발상일 수 있다. 더구나 2차 결선투표에서 '노-심 연대'가 이뤄지면 '심바람'은 걷잡을 수 없는 태풍으로 바뀔 수도 있다.

권 후보가 개표 결과 발표 이후 노 후보와의 인연을 강조한 것도 이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권 후보는 "노회찬 동지와는 97년 출마 과정에서부터 지금까지 함께 걸어온 사이"라고 강조하고 "97년 대선, 민주노동당 창당 준비 과정에서뿐 아니라 당 대표와 사무총장으로서도 함께 길을 걸어왔다"면서 "노회찬 동지에게 더욱 더 위로와 격려를 보낸다"고 말했다.

한편 '심바람'이 권영길 후보의 '대선 직행'을 아슬아슬하게 막기는 했지만, '권영길 대세론'을 뒤엎을 수 있는 새로운 동력을 만들어내기에는 1, 2위간 표 차이(8989표, 23.3%)가 크다는 점도 지적된다. 또한 2차 결선투표에서 심상정 후보에게 쏠릴 노회찬 지지표가 어느 정도일 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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