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왕사신기>, 제2의 <디 워>인가?
총24회 제작비만 430억원... 화려한 CG 압권, '이야기'는 글쎄
▲ MBC 수목드라마 <태왕사신기>가 10일(월) '스페셜'로 시작했다. ⓒ 김종학프로덕션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태왕사신기>의 김종학 PD는 “<디 워>를 보진 못했다”고 했지만, <디 워>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듯 했다. 김종학 PD는 덧붙였다.
원하건 원하지 않건, <태왕사신기>는 <디 워>와 비교를 피할 수 없게 생겼다. <태왕사신기>는 왜 <디 워>를 떠올리게 하나?
먼저 제작비다. 이만하면 제작비 신기록이다. 김종학 프로덕션이 제작한 <태왕사신기>는 현재 밝혀진 바만 무려 430억원이다. 24부작이니까 회당 18억 원이다.
평균 회당 1억원인 여타 한국 드라마에 비하면 무려 18배다. 그것도 끝난 게 아니다. 100% 사전 제작을 목표로 했지만, 끝내 끝내지 못했다. 현재 20회까지만 제작됐다. 아직 4회 제작이 남았다.
<디 워> 역시 순수 제작비만 300억원 원이었다. 한국 영화사상 유례 없는 제작비였다. 한국영화 평균제작비가 대략 30억원이다. <디 워>는 그 10배였다.
제작비만 430억 원, CG는 순수 국내기술?
▲ <태왕사신기> ⓒ 김종학프로덕션
또 <디 워>하면 컴퓨터 그래픽(CG)이다. 국내 영화에서 보기 드문 CG를 적극 활용했다. 이무기, 용 뿐만 아니라 많은 장면을 CG로 제작했다. 결과도 놀라웠다. 할리우드 부럽지 않단 평가를 받았다. <태왕사신기>도 못지않다. CG를 적극 활용했다. 태초에 하느님의 아들인 ‘환웅’이 이 땅에 데리고 왔다는 사신(四神)인 청룡, 백호, 현무, 주작은 모두 CG다. 고구려 성이나 전투 장면에서도 CG를 적극 활용했다. 결과도 놀라웠다. TV로 보기 아까울 만큼 CG는 근사했다.
게다가 그 세계적인 CG는 둘 다 ‘국내 기술’이다. <태왕사신기>는 초기엔 <반지의 제왕> CG를 만든 팀에 CG를 의뢰했다. 하지만 어그러졌다. 결국 국내 기술로 만들었다. 주식회사 ‘몹’이 제작했다. <디 워>는 심형래가 대표로 있는 영구 아트무비에서 만들었다.
이렇게 거대 제작비를 들인 데는 이유가 있었다. <디 워>는 애초부터 미국 개봉이 목표였다. 목표대로 오는 14일 미국 2000여 개관에서 개봉한다. 또 이 사실을 마케팅에 적극 활용했다. 수익을 맞추기 위해서라도 <디 워>는 미국 진출에 사활을 걸었다. <태왕사신기>도 일단 아시아 시장 진출에 사활을 걸었다. 제작도 되기 전에 일단 일본, 대만 등 아시아 6개국에 우선 판매했다. 올 겨울엔 일본 NHK에서 방송 예정이다.
고무줄처럼 늘어난 제작 기간도 닮았다. 영화나 드라마는 제작 기간이 길어야 6개월 이내다. 그런데 <디 워>는 끝내 6년이 걸렸다. <태왕사신기>는 3년이 걸렸다. 애초 예정된 시간은 넘긴지 오래였다. 상영 날짜는 계속 뒤로 밀렸다. <디 워>가 과연 극장에 걸리긴 걸리나 말이 많았다. <태왕사신기>도 TV로 하기 전까진 믿을 수 없단 우스개 소리까지 나왔다.
또 <디 워>는 국내 신화를 적극 활용했다. 이무기가 여의주를 물어야 용이 돼 하늘로 승천한단 신화였다. <태왕사신기>도 우리 민족 고유의 신화에 주목했다. 하느님의 아들로 태초에 이 땅을 이롭게 하고자 내려온 ‘환웅’ 이야기로 시작했다. 아예 그 ‘환웅’이 환생한 인물이 광개토대왕이라고 설정했다. 거기다 우리 수호신으로 고구려 벽화에 존재하던 사신(四神)인 청룡, 백호, 현무, 주작이 광개토대왕을 수호케 했다.
화려한 영상, 이야기는 어떨까?
▲ <태왕사신기>의 환웅(배용준). 환웅은 훗날 '쥬신의 왕'이 될 담덕으로 환생한다. ⓒ 김종학프로덕션
과연 닮은 꼴은 이뿐일까? <디 워>는 '애국심' 마케팅 논란에 휩싸였지만, <태왕사신기>의 김종학 PD는 대놓고 "애국심에 호소한다"고 말했다. 어쩌면 <태왕사신기>도 방송이 나간 뒤, <디 워>와 비슷한 논란에 휩싸일지 모른다. 공개된 <태왕사신기> 1회의 CG는 환상적이었다. 할리우드 영화 못지 않았다. 더구나 국내 기술이라니 믿겨지지 않을 정도였다.
문제는 이야기였다. <태왕사신기>는 태초에 ‘환웅’(배용준)에 얽힌 가진(문소리)과 새오(이지아) 이야기를 1회로 정리했다. 2회부터 고구려였다. 그런데 1회는 단박에 이해가 가지 않았다. 등장 인물은 많았고 이야기는 복잡했다. 누가 누군지 헷갈렸고, 이야기는 살짝 살짝 끊겼다. 김종학 PD도 “그게 가장 걱정”이라며 “쉽게 풀어가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첫 방송 전에 10일 스페셜 편성은 그 일환이었다. 스페셜은 드라마만 봐선 이해하기 힘든 환웅과 사신의 관계, 광개토대왕과 사신의 관계와 역할에 대한 예습이었다.
거기다 초반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도 닮았다. <디 워>에서는 조선에 태어난 이무기와 주인공들이 500년 뒤 LA에 환생한다. <태왕사신기>도 주인공들이 훗날 환생한다. 땅을 이롭게 하려고 하늘에서 내려왔던 환웅과 가진, 새오가 훗날 고구려 초기에 담덕(배용준), 기하(문소리), 수지니(이지아)로 환생한다. 게다가 전생을 보여주는 방식은 두 작품이 아예 같다. 둘 다 내레이션이다.
<디 워>는 전생에 도사였던 잭이 이든에게 전생을 설명해준다. 조선시대 화면 위로 잭의 내레이션이 흐른다. <태왕사신기>는 현고가 수지니에게 ‘환웅’ 시대 이야기를 들려준다. “가진은 저항할 수 없는 힘을 느끼고 있었어.” ‘환웅’ 시대 화면 위로 이런 전지전능한 내레이션이 흐른다. 과연 이 해설자 목소리는 효과적일까?
물론 <디 워>와 달리 <태왕사신기>는 배우들 연기력이 집중 포화를 받을 것 같진 않다. 탄탄한 배우들이 포진했다. 한류의 주역인 배용준 뿐만 아니라, 문소리, 최민수, 윤태영이 드라마틱한 광개토대왕의 파란만장 일대기를 떠받친다. 새오 역을 맡은 이지아만 신인이다. 특히 화천회(과거 중국) 대장로 역을 맡은 최민수의 연기는 깜짝 놀랄 만큼 발군이다.
1회와 2회의 반 가량을 미리 본 기자들은 CG는 훌륭하다고 입을 모았지만, ‘이야기’엔 말을 아꼈다. 훌륭한 영상에 반해 서사가 부족하단 <디 워> 평가를 의식한 탓인지 김종학 PD는 누차 강조했다. “드라마에 내러티브(서사) 만큼 중요한 건 없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언제나 ‘이야기’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