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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 외롭습니까?

등록|2007.09.12 10:40 수정|2007.09.12 10:51
나는 ‘황신혜밴드’라고 해서 동명의 탤런트 이름을 차용하여 조금은 유머러스하게 이름을 지은 것인 줄 알았다. 그런데 알고 보니 황신혜밴드란 ‘황당’하고 ‘신기’하고 ‘혜성’같은 밴드라는 뜻이었다. 아니 그렇게 심오한 뜻이?

그나저나 이 분 참 매력적인 분이다. 이 분은 도대체 안 건드리는 분야가 없는 분인 것 같다. 개인전에 쓸 돈을 모으고자 하루에 한 번 라면만 먹으며 분투하여 서른 전에 벌써 네 번의 개인전을 열었단다. 대단한 열정이다. 뿐인가, 보통사람은 일생에 한 번 하기도 힘든 퍼포먼스, 연극, 공연, 노래, 글 등 두루두루 너끈하게 모두 섭렵했다. 그 열정 나 좀 떼어 주시면 안 되는지.(웃음)

하여간, 이 분은 자신을 일러 ‘무규칙이종격투기’를 하는 사람이라고 했는데 나는 그를 다방면에 사통팔달한 종합예술가라 부르고 싶다. 종합예술가 만으로도 충분 할 텐데 이분은 거기다 이력 한 자락을 더 얹었다. 카운슬러로.

<너 외롭구나>(예담)는 황신혜밴드를 만들어 ‘다섯 장의 독집 앨범’과 ‘다섯 장의 옴니버스 앨범’을 발표한 가수 김형태가 방황하는 청춘들에게 보내는 조언으로 엮어진 책이다.

저자는 자신의 누리 집에 올린 청춘들의 고민에 정신이 번쩍 드는 답 글들을 달아주었는데 혼자보기 아까운 명쾌한 조언들이라 책으로까지 묶게 된 모양이다. 그런데 그의 조언은 청춘들에게만 국한된 게 아니었다. 40대 아줌마인 내가 읽어도 ‘맞아 맞아’ 공감이 갔다. 갔다 뿐인가. 용기까지 덤으로 얻었다.

재미없고 후지면 당신 스스로 바꾸세요...

우리는 흔히 뭔가를 하고자 할 때 잘 안되면 나 자신의 됨됨이 보다 환경 탓을 하게 된다. 부모를 못 만나서, 후진 대학이라서, 혹은 못 생겨서 등등의 핑계를 댄다. 그러나 저자는 말한다.

나는, 감히 확언하건대, 젊은이에게 ‘나쁜 환경’이라는 것은 없다고 주장합니다. 왜냐하면 나쁜 환경 때문에 남들보다 더 노력해야 하고, 더 생각해야 하고, 시간을 더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노력과 생각과 시간은 누구에게나 평등한 것입니다. - 본문112쪽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삼박한 처세술 한 수를 부탁하는 청년에게 그는 말하기를.

처세술이 뛰어난 인간이기보다 교양 있는 인간이 되고자 애쓰고, 남들이 앞서가거나 말거나 싸움을 걸어오거나 말거나 적수들과 싸워 이기기보다 자신과 싸워서 이기는 일에 열중하세요.....싸워서 이기기보다 수준이 다른 사람이 되어버리세요. - 본문 114쪽

외로움은 청춘의 쓰디쓴 자양분...

돌이켜보면 나의 청춘은 외로움과의 싸움의 연속이었다. 늘 ‘한숨’이 나오도록 외로웠던 것 같다. 외로워서 책이니, 음악이니, 자연이니 하는 것들에 빠졌었는데 이 책 저자의 글을 읽으니 제대로 된 처방(?)을 했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은 안 외롭냐고? 물론 외롭다. 외롭기 때문에 지난해와 올해는 연속적으로 ‘영화’를 처방하고 있다.(웃음)

외로움은 세상을 움직이는 에너지입니다. 외로움은 청춘의 쓰디쓴 자양분입니다. 알 껍질 속에서 날개가 혼자 자라듯이. 이 세상에 혼자 덩그러니 남겨진 내 작은 방 안에서의 가슴 끓는 청춘의 외로움은 비상하는 날개가 돋으려는 아픔입니다. 그러므로 꿈이 있는 젊은이라면 기꺼이 외로워야 합니다...

...외로움을 낭비하지 않는 사람은 창조적이며, 건설적이고, 발전적인 사람입니다. 외로움이란 ‘나와 세계의 관계에 대해서 혼자 깊이 생각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외로움은 나를 깊이 들여다 볼 수 있는 거울이며 세상을 알고자 하는 갈증이며, 나와 타인과 세상을 조화롭게 연계시키고자 하는 열망입니다. - 본문 303쪽

저자의 지적처럼 어쩌면 청춘들에게 주어진 외로움은 청춘들을 보다 더 깊은 사람으로 거듭나게 하는 자양분에 다름 아닐 것이다. 그러므로, 외롭다고 쉬이 타협하지 말고 외로움에 과감히 맞서서 더욱 깊어지기를 저자는 권한다. 그 깊어짐의 매개가 예술이면 더욱 좋고.

저자는 ‘예술을 향수하고, 음미하고, 동경하고, 존중하고, 갈구하는 것이 사회의 기본적인 문화 환경’이 되기를 소망했는데 아무렴... 나이가 들수록 예술이야 말로 우리를 구원할 종교라는 생각이 든다.

하여간, 이 책은 학교의 선생님, 교수님들이 해주지 않는 지당한 말씀을 에누리 없이 섭렵해준다. 때문에 다 읽고 나면 저자에게 저절로 감사한 마음이 든다. 한 번 시험해 보시라, 진짜 그런지...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알라딘 서재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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