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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봉 대걸레! 늘어나기도 해야 할 거 아닌가?

[차이나 유즈 일기 1] 중국산 대걸레 사용기

등록|2007.09.12 14:54 수정|2007.09.12 17:13
"최근 차이나 프리 운동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얼마 전 뉴스에서 '차이나 프리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식품을 중심으로 공산품까지 중국산을 되도록 쓰지 말자는 운동인 모양이었다. 그 뉴스를 보면서 나도 모르게 '너희들은 차이나 프리, 난 어쨌든 차이나 유즈' 이런 말이 떠올랐다. 중국에 살고 있는 나로서 중국산을 쓰지 않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남들은 '차이나 프리'할 때 어차피 중국에 살고 있으니 '차이나 유즈' 일기를 써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 기록도 되고 남들에게 좋은 참고도 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시작한 '차이나 유즈' 일기, 첫 번째 제품은 바로 대걸레이다. <기자주>

"가격이 싼 줄 알았는데 대걸레는 꽤 비싸네.'

얼마 전 청소 도구를 사려고 중국 대형 마트에 갔습니다. 빗자루, 대걸레 등 두 개를 합쳐도 가격이 중국 돈 50원이 넘지 않을 줄 알았는데 대걸레 하나만도 100원이 넘는 것이었습니다. 한국 돈으로 치면 만원 조금 넘는 돈이었지만, 중국 물가를 생각해보면 결코 싼 가격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걸레 포장지그림으로 보았을 때 걸레가 상당히 좋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 양중모


건전한 지갑 경제를 위해 대걸레 하나에 100원이나 주고 살 수는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너무 싼 것을 사자니 품질이 조악할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결국 100원보다 1원 싼 99원에 대걸레 하나를 샀습니다. 빗자루 등 다른 청소 용품까지 다 산 합계액이 126.7원이었으니 그래도 대걸레가 꽤 비싼 편이었습니다.

예상 외로 청소도구를 사는 데 돈이 많이 들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지만 집을 깨끗하게 하기 위해서라면 그 정도 투자는 할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드디어 집으로 돌아와 청소 준비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먼저 빗자루를 들고 집안 구석구석을 깨끗이 쓸기 시작했습니다. 아주 잘 쓸립니다.

빗자루는 100점 만점!

그러나 세세한 먼지와 얼룩까지 빗자루가 깨끗하게 닦아내지는 못했습니다. 그래도 만족스러웠습니다. 이제 대걸레를 이용해 방안 곳곳을 깨끗하게 닦아주면 집 안이 반짝반짝 윤이 날 것이라는 생각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자, 드디어 청소 용품 중 가장 많은 돈을 투자한 대걸레를 꺼낼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포장을 풀어보니 걸레, 걸레와 대걸레 자루를 이어주는 것, 대걸레 자루 이렇게 3개로 분리되어 있었습니다.

"조립을 해야겠군."

삼단 분리 변신 여의봉 걸레!세 개를 합치면 이제 멋진 걸레가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 양중모


예전에 어머니 아프실 때 집안 청소를 종종 해봐서 걸레 조립 정도는 설명서를 보지 않고도 할 수 있다고 자신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첫 번째 조립부터 이상한 느낌이 듭니다. 걸레 가운데가 쑥 올라와 있는 것입니다. 왜 그런지 자세히 생각해보지도 않고 저도 모르게 이런 말이 나올 뻔했습니다.

"아, 하여간 중국은 제품을 이상하게 만들어."

그러나 가만히 살펴보니 제가 걸레를 거꾸로 끼운 것이었습니다. 주의 깊지 못한 제 잘못이었는데 괜히 중국산이라서 이상하다는 탓만 하려 했던 것입니다. 다시 제자리를 찾아 걸레를 끼우고 이제 대걸레 자루를 끼울 차례입니다. 열심히 돌립니다. 여기까지는 모든 일이 순조로웠습니다.

그런데 대걸레치고 크기가 좀 작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마트에서 진열된 것은 분명히 긴 모양이고, 제품 포장지 겉면에 나와 있는 모습도 길었습니다.

앗, 여의봉 대걸레 자루네!

'어떻게 된 거지?' 아, 자세히 살펴보니 이 대걸레 자루는 여의봉처럼 늘였다 줄였다 할 수 있는 것입니다.

'늘어나라 여의봉!' 대걸레 자루 한쪽을 당기니 쑥 늘어납니다. '아이들도 쓸 수 있고, 어른들도 쓸 수 있겠네. 하 거 참 괜찮네.' 이런 생각을 하는 순간 대걸레 자루가 다시 아래로 쑥 들어갑니다.

'헉!' 이러면 늘어났다가 줄어드는 것이 아무런 소용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제 키에 맞아야 제가 걸레질을 하는데 편한데 긴 상태로 유지가 안 된다면 대걸레 자루가 여의봉처럼 늘었다 줄었다 하는 것이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다시 대걸레 자루를 쑥 잡아당깁니다. 자세히 살피니 중간 부분에 파란색 원형 모양이 보입니다.

이 곳을 고정하면 긴 걸레!빨간 부분을 돌리면 긴 상태로 고정시킬 수 있습니다. ⓒ 양중모


'아하!' 그랬습니다. 저 부분을 돌려서 고정시키라는 것일 게입니다. 돌립니다. 점점 고정되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다 고정이 되었다고 생각할 무렵 더 확실히 하기 위해 한 번 더 힘을 주었습니다. 아니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또 돌아갑니다. 그래서 다시 돌렸습니다. 똑같은 일을 몇 번이나 계속해서 반복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제가 무한도전 멤버도 아니고 언제까지 대걸레 자루를 돌리고 또 돌릴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어느 정도 고정된 느낌이 들자 청소를 하기로 시작했습니다.

'룰루랄라!' 청소를 하면 마음도 깨끗해진다고 누가 그랬던가요? 저도 제 마음을 청소하는 기분으로 신나게 청소를 하기 시작합니다.

늘어나지는 않고 줄기만 하는 여의봉 대걸레 자루!

'어이쿠!' 그런데 난데없이 이 여의봉 대걸레 자루가 아래로 쑥 작아지는 것입니다. 아무런 대비가 없었던 저는 대걸레 자루를 따라 허리가 저절로 낮추어졌습니다. 몸이 유연하지 못한지라 갑작스런 상황에 근육들이 살짝 놀란 모양입니다.

'허 이거 참!' 아까 꽉 돌리지 않아 고정시켜야 할 부분을 고정시키지 못했나 하는 생각이 들어 다시 한 번 돌려 고정시켰습니다. 그런데 또 줄어듭니다. 아, 이제 서서히 성질이 나기 시작합니다.

'그래, 살살 잡고 하자.' 제가 힘을 너무 세게 주어서 대걸레 자루가 줄어든다고 생각하고 살살 잡고 하기 시작합니다. 몇 초가 지났을까? 애써 다시 잡아 빼어 길게 만든 대걸레 자루가 또 아래로 쑥 내려갑니다.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라오려고 했습니다.

'참자. 참아. 내가 사용법을 제대로 몰라서 그런 것일게야.' 그리고 생각해낸 방법이 대걸레 자루를 늘려서 고정시키는 부분을 한 손으로 잡고 걸레질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야, 역시 똑똑해!' 스스로 자신에게 만족한 것도 잠시, 또 다시 얼마 후 분노가 폭발했습니다. 이번에는 대걸레 자루를 늘인 상태로 고정시키는 부분이 아닌 걸레에 대걸레 자루를 꼽는 부분이 빠진 것이었습니다. 이 일을 어찌할 것입니까. 중국 물가를 고려해 보았을 때 적지 않은 돈을 주고 산 제품인데 나를 이렇게 애먹이다니!

결국 분노 폭발하다

"안 해! 청소 안 해!"

결국 성질이 난 저는 청소 포기를 선언했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더러운 방을 보니 그럴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결국 다시 대걸레를 집었습니다. 이제는 키에 맞추려고 대걸레 자루를 늘리지도 않고 처음 포장지 안에 들어 있던 그 작은 모양채로 열심히 방바닥을 닦았습니다. 그랬더니 그래도 깨끗하게 잘 닦였습니다.

잡아당기지 않은 짧은 상태의 걸레길게 늘렸으나 계속 줄어 들어 결국 이 상태로 청소했습니다. ⓒ 양중모


"그래, 뭐 깨끗하게 잘 닦이면 되지. 뭐!"

아, 그런데 가만 뭔가 이상합니다. 대걸레가 방을 깨끗하게 잘 닦는 것이 가장 중요한 임무이긴 합니다. 하지만 제가 비싼 돈 주고 이 여의봉 대걸레를 산 것은 허리 굽히고 대걸레질하기 싫어서 아니었던가요?

뭐, 어쨌든 집을 청소한다는 임무는 해냈으니 대걸레에게 과도한 비난은 하지 말아주십시오. 고생했지 않습니까.

또 빗자루는 중국산이라도 자기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냈고. 그러니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하는 중국산 제품 사용 일기 첫 번째 날을 평가하자면 '절반의 성공' 정도는 되겠습니다.

아닌 것 같다고요? 으음, 그렇다면 다음부터는 좀 더 주의 깊게 제품을 골라 더 좋은 소식 전해드리겠습니다. 그래서 값싸지만 좋은 중국산 제품들을 찾아 소개해드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믿어주세요!

<2번째 제품 사용기를 기대해주세요.>
덧붙이는 글 여러분도 중국산을 사용해도 괜찮을지 궁금한 제품이 있으시다면 댓글이나 쪽지 남겨주십시오. 자금 사정과 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선에서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제가 사용하는 것은 빙산의 일각이니 제 글로 인해 중국 제품이 나쁘다는 오해는 하시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중국산도 잘 고르면 좋은 거 많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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