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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공무원 지망자 많은 나라 희망 없다"

'취약지역' 대전·충남서 민심탐방 시작... "세종시, 훌륭한 계획"

등록|2007.09.12 16:19 수정|2007.09.12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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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후보를 맞는 대학생들의 서로 다른 자세 ⓒ 박정호

▲ 12일 오후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가 목원대학교를 방문하자 민주노동당 학생위원회 소속 목원대 학생 일부가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2신 : 12일 오후 5시 10분]

"이랜드 사태에 관심도 없는 후보"
목원대 학생들 '기습시위'
 "비정규직 문제에 관심도 없으면서…"
대전 목원대를 찾은 이명박 후보를 맞은 팻말이다.

이 후보는 이날 '청년실업과 일자리'를 주제로 학생들과 타운미팅(사무실을 벗어나 자유스러운 분위기에서 하는 회의)을 위해 이 대학을 찾았다. 그러나 이 후보의 방문에 반대하는 학생 4-5명이 기습시위를 벌였다.

이날 오후 3시 10분, 이 후보가 목원대 중앙도서관으로 올라서려 하자 이 대학 민주노동당 학생위원회 소속 학생들이 "이랜드 비정규직 사태 관심도 없는 이명박 후보"라며 이 후보의 방문을 반대하는 구호를 외쳤다. '비정규직 문제에 관심도 없으면서 무슨 청년실업을 논하느냐'고 적힌 팻말도 들었다.

학생들의 기습시위는 이내 끝났다. 곧 다른 학생들이 이들의 입을 막고 팻말을 부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잠시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대다수의 학생들은 이 후보를 반겼다. 학생들은 이 후보가 나타나자마자 몰려들어 사인을 요청하고 연신 '폰카'를 눌러댔다. 이 후보는 학생들의 폰카 앞에서 잠시 멈춰 '브이자'를 그리며 포즈를 취하기도 했다.

이 후보는 타운미팅에서 비정규직 문제와 관련, "세계 어느 선진국도 우리에 비해 비정규직이 그렇게 적은 숫자가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다만 외국은 비정규직도 일하는 동안 대우가 정규직과 비슷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후보는 "비정규직법이 이번에 통과되면서 오히려 비정규직이 어려움을 당하는 일이 생기기도 했다. 비정규직 문제는 한나라당이 법을 보완해서라도 차별대우를 받지 않도록 하겠다"며 관련 법 개정 의지를 내비쳤다.

자신이 대학 운동권 출신이어서 취업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는 경험담도 털어놨다. 이 후보는 "고려대 학생회장을 하다가 운동권 학생이 돼서 일자리 얻는 데 굉장히 어려움을 겪었다"며 "운동권 학생이어서 좋은 일자리에 갈 수 없어 임시로 근무하는 현대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이어 이 후보는 "당시 현대는 종업원 100명이 되지 않는 조그만 중소기업이었지만 나는 정말 열심히 일했다"며 "(여러분도) 수도권 어느 대학 출신보다 더 실력을 갖춘 분야가 있다면 일자리 차별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운동권 출신으로 취업 어려움 겪었다... 공무원 지망생 많은 나라, 희망없어"

이 후보는 공무원 시험을 준비중인 학생이 어려움을 털어놓자 "너무 안전한 직장만 찾지 말라"고 충고하기도 했다.

이 후보는 한 학생이 '곧 추석이 다가오지만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명절 때 집에도 못가고 도서관에서 라면을 먹으며 공부를 한다. 지방대 학생들은 특히 더 어려움이 많다'고 하소연하자 "목표를 세우려면 (명절에) 집에 못 가는 수도 있다. 너무 서러워 말라"며 농담을 던졌다. 학생들 사이에서 웃음이 터져나왔다.

이어 이 후보는 "하지만 너무 공무원만 되려고 하지 말라"고 덧붙였다. 이 후보는 "공무원이 되려는 사람이 많은 나라는 사실 희망이 있는 나라가 아니다"라며 "평생 안전한 일자리 얻겠다는 풍조가 있어 이렇게 된 건데 소극적 생각에서 벗어나 보다 도전적인 일자리를 찾아가라"고 당부했다.


▲ 목원대학교를 방문, 학생들과 청년실업을 주제로 토론을 벌이고 있는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 ⓒ 오마이뉴스 장재완

[1신 : 12일 오후 4시 30분]
이명박 "세종시, 훌륭한 계획"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가 자신의 '취약지역'에서 본격적인 민심탐방을 시작한다.

이 후보는 12일 오후 충남 연기 행정중심복합도시(세종시) 건설청과 대전 목원대를 잇따라 찾았다. 14일에는 대구-경북 지역 방문이 예정돼 있다.

대전은 이 후보가 서울시장 재직 시절 행정도시특별법에 반대한 전력 때문에, 대구-경북은 경선에서 맞수였던 박근혜 의원의 정치적 기반이라서 이 후보로선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는 곳이다.

특히 이날 행정도시 건설청을 찾아 도시건설 계획을 들은 뒤 "훌륭한 계획이다. (국회에 계류중인) 세종시특별법이 빠른 시간 내에 통과됐으면 좋겠다"며 각별한 관심을 갖고 있음을 강조했다.

"세종시 계획 훌륭... 특별법도 빨리"

이 후보는 이날 건설청 직원들과의 간담회에서 "아다시피 나는 행정중심도시가 여기 오는 것을 가장 반대했던 사람 중에 하나지만 이제는 반대와 찬성을 떠나서 이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돼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 후보는 "오늘 (건설청의 브리핑을) 들어보니 아주 훌륭한 계획을 갖고 있는 듯하다"며 "이 계획이 차질 없이 잘 진행돼 예산 낭비 없이 훌륭한 도시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또 국회에 계류돼있는 세종시특별법도 통과돼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 후보는 "세종시특별법을 국회에 올려놨다고 하니 빠른 시간 내에 통과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한 이 후보는 세종시 건설 계획과 관련, 행정기능 이외에 다른 분야도 접목시키는 구상을 갖고 있음을 내비쳤다. 이 후보는 "행정중심도시의 기능만 가지고 과연 50만 인구가 모여들 것인가, 그렇지 않으면 또 다른 기능이 있어야만 발전하고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지 생각하고 있다"며 "별도로 관심을 갖고 있는 사항이니 계속 검토해 보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세종시에 근무할 공무원들에 대해서도 "서울에서 이곳까지 KTX로 50분만에 온다는데  빠른게 좋은 건지 모르겠다"며 "공무원들의 근무환경을 잘 만들어 출·퇴근하는 게 아니라 살면서 근무하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시장 재직시절 행정도시법을 두고 '군대라도 동원해 막고 싶다'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진 데 대해서는 "잘못 전해진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후보는 건설청 방문뒤 목원대에서 학생들과 '타운미팅'을 하던 중 질문을 받고 "군대를 동원해서 (행정도시법을) 막겠다는 뜻이 아니고 '행정수도를 옮기는데 왜 서울시장이 그걸 막지 못하느냐, 수단이나 방법 가리지 않고 막아야 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대해 '그럼 내가 군대라도 동원해서 막아야 한다는 뜻이냐. 어떻게 막느냐'라고 말한 것이 정치인들을 거치면서 잘못 알려진 것이다. 바로 이해해달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 후보는 원래 건설청 브리핑을 들은 뒤 세종시 건설 예정지도 돌아볼 계획이었으나 예정시각보다 50분 늦은 1시 50분께 도착하는 바람에 건설청에서 30분만 머무른 뒤 떠났다. 이 후보 측은 "서울에서 오전 10시 30분에 출발했는데 차가 막혀 늦게 됐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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