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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박' 성공률 최고, 쿠바인의 '함께 살기'

[자전거세계여행 쿠바 10편] 7월 13일 쿠바 여행을 마치며

등록|2007.09.13 11:43 수정|2007.09.13 15:11
지난해 5월 중국을 시작으로 인도·미국을 차례차례 자전거로 종단했던 박정규 기자가 2차 세계일주에 나섰습니다. 6월 14일 체 게바라의 숨결이 살아있는 쿠바를 시작으로 2008년 12월까지 남미·북아프리카를 누빌 예정입니다. [편집자말]

혁명의 영웅들을 기억하는 사람들 ⓒ 박정규



쿠바 여행을 마치고 잠시 쿠바에 대해 생각해 본다. 여행 전부터 아는 사람을 만나러 가는 길처럼 체 게바라를 그리워하면서 설렘으로 페달을 밟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한 정류장의 벽화에서 그를 만났다. 이후에도 다양한 벽화와 표지판에서 쉽게 볼 수 있었고 뿐만 아니라 다른 전쟁영웅들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쿠바인들은 자신들에게 자유를 안겨 주었던 사람들을 기억하고 감사하기 위해서 그들을 어딘가에 먼저 새긴 다음 가슴 속에 새긴 것 같다.

▲ ⓒ 박정규



▲ ⓒ 박정규



사실 어느 나라보다 걱정이 앞섰다. 민박집(카사 파티큘라:Casa particular)이 너무 많아서 더 이상 정부에서 허가를 내주지 않기 때문이다. 이 사실은 가정 방문을 불가능하게 만들 수도 있다는 걸 의미한다. 그러나 처음 두드린 집의 문이 열리기 시작하면서 약 한달 동안 14회 정도 가정 방문에 성공했다.

▲ ⓒ 박정규



자신들이 가진 것으로 나누기를 기뻐했던 사람들 ⓒ 박정규



평균 1-2회만에 웃으면서 문을 열어주었는데 지금까지 여행한 국가 중에 이런 성공률은 거의 없었다. (중국, 인도, 미국 등) 민박집은 많았지만 작은 꼬마부터 어르신까지 지친 나그네를 특별하게 대접하려는 집이 더 많았다.

▲ 대가족이 함께 모여 살고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 박정규



▲ ⓒ 박정규



대부분의 가정에서는 음악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춤을 출 수 있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고 실제로 카세트 하나로 온 가족과 댄스파티를 벌였던 적도 있다. 강에서 수영하는 가족과 수영을 하기도 하고, 망고를 주는 사람이 많아서 받기를 거절한 적도 있다. 이들은 자신들이 가진 것에 만족하고 나누는 법을 알고 있었다.

춤과 함께하는 사람들 ⓒ 박정규



자연과 함께하는 아이들 ⓒ 박정규



트럭 버스를 타고 가면서도 노래를 부르는 사람도 있고, 필자를 향해 웃으며 손 흔들어 주는 사람도 많았다. 마차를 몰고 가는 사람도 눈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 ⓒ 박정규



있는 것에 감사할 줄 아는 사람들 ⓒ 박정규



시골의 재래식 화장실 안에서 찢어진 종이를 손으로 비비면서, 지나가는 마차를 바라볼 때나도 모르게 마음이 푸근해졌다. 아직까지 하얀 화장지를 사용하는 집이 많지 않았다.

▲ 재래식 화장실의 신문지와 나뭇잎이 주는 향수 ⓒ 박정규



▲ ⓒ 박정규



▲ 넓고 높은 길 덕분에 나도 모르게 여유를 가져본다 ⓒ 박정규



가정방문한 집을 떠날 때면 친구들은 아쉬운 표정으로 어려운 질문을 던진다.

"또 언제 올 거야?" "음……. 아직 여행이 끝나려면 2년은 있어야 하고 대학도 졸업해야 하니까 최소 5-6년은……" 잠시 침묵이 이어지고 어색한 웃음을 뒤로하고 다시 길 위로 올라가고 여행은 계속된다. 또 다른 친구가 기다리는 곳을 향해서……. 

쿠바인이 사는 법은 "가족과 친구와 함께 기뻐하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 하트 모양의 재미있게 생긴 과일 ⓒ 박정규


2007년 7월 13일 베네수엘라 카라카스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꿈을 위해 달리는 청년 박정규 올림.
덧붙이는 글 공식 홈페이지 www.kyulang.net / 연락처 kyulang@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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