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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대통령에 '큰절'한 고 윤이상 선생 부인

이수자 여사 접견... "윤 선생님 살아오셨으면..."

등록|2007.09.13 18:00 수정|2007.09.13 17:59

▲ 고 윤이상 선생 부인 이수자 여사가 13일 청와대에서 노무현 대통령을 접견하던중에 큰절을 하고있다. ⓒ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이상헌 기자 = 노무현 대통령은 13일 청와대에서 40년 만에 모국 땅을 밟은 세계적인 작곡가 고(故) 윤이상 선생의 미망인인 이수자(80) 여사와 딸 윤정씨를 접견했다.

노 대통령은 이 여사를 보자마자 "몇 년 만이시냐"고 물었고, 이 여사는 "동백림 사건 이후 40년 만"이라고 답한 뒤 "제가 대통령에게 진지하게 인사를 드려야 할 것 같다"며 자리에서 일어나 예의를 깍듯이 갖췄다.

이어 이 여사는 "윤이상 선생은 훌륭하게 살아왔다. 역사적인 질곡 속에 남편이 고생을 많이 했는데 역대 정권 그 어느 누구도 명예회복을 해주지 못했는데 노 대통령이 남편의 명예를 회복시켜 주신데 대해 큰 절을 올리겠다"고 말하면서 그 자리에서 '큰 절'을 했다.

노 대통령은 당황한 듯 손으로 만류하는 자세를 취하면서 엉겁결에 선 채로 절을 받고서 "제가 어쩔 줄 모르겠다. 이런 자세로 절을 받아본 적이 없어서"라며 다소 겸연쩍어 했다. 그러면서 "그 심경이 전달되는 것 같다. 연세가 굉장히 많은 것으로 아는데 정정하시다"고 화답하면서 "윤 선생님 생전에 오셨으면 좋았을텐데"라고 아쉬움을 피력했다.

이 여사는 "사람이 큰 일을 겪으면 감정을 잘 느끼지 못한다. 오랜 세월 기쁘면 기쁜 것인지, 슬프면 슬픈 것인지 잘 느끼지 못하고 살아왔다. 남편이 죽었을 때도 눈물이 나오지 않았다"며 "그런데 이번에 아시아나 비행기를 타니까 '아 정말로 고향에 가나보다' 느껴지면서 눈물이 났다"고 노 대통령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 여사는 자신의 저서 <내 남편 윤이상> 두 권을 노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이날 접견에는 이 여사와 딸 윤정씨 외에도 윤이상 평화재단 이사장인 박재규 경남대 총장과 재단 이사인 신계륜 전 국회의원, 상임이사인 장용철 전 재단 사무처장 등이 참석했고, 권양숙 여사와 문재인 비서실장도 자리를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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