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이제 맥없다 안하겠지" - 심상정 "오늘 되게 더웠다"

[맞장토론 후] 두 후보의 얼굴엔 땀방울이 송글송글

등록|2007.09.13 18:29 수정|2007.09.13 19:57

▲ 민주노동당 대선후보 결선투표에 나선 권영길 후보와 심상정 후보가 1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한강CMB방송 스튜디오에서 맞장토론을 벌인 뒤 악수를 하고 있다. ⓒ 권우성


"당원들께서 이제는 맥없다는 소리를 안하시려나."

'맞장 토론'이 끝나자 권영길 후보는 마이크를 빼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만큼 치열하게 맞붙은 토론회였다. 특히 권 후보는 마음 먹은 듯 눈에 띄게 심상정 후보에게 날을 세웠다.

심 후보는 토론에 대해 "오늘 되게 더웠다"고 촌평했다. 조명이 내리쬔 스튜디오도, 권 후보의 맹공도 무더웠단 뜻이다.

[권영길] 재킷 벗은 권 후보 "속쓰리겠지만 지지율 차이 인정하라"

토론회 열기는 뜨거웠다. 권 후보는 '심바람'이 자신을 뛰어넘지 못한다면서 대세론을 일관되게 강조했다. 심 후보는 "과거 향수만으로 선거에 임하면 민주노동당의 대선 승리는 어렵다"며 변화의 표심을 자극했다.

권 후보는 토론회 시작 직전 재킷을 벗었다. 마음을 단단히 먹은 듯했다. 권 후보는 이날 '이명박(한나라당), 손학규(범여권), 권영길(민주노동당)'의 3자 가상 대결구도 때 지지율 조사결과와 심 후보의 언론 인터뷰 자료 등을 직접 들고 나오는 등 준비를 치밀하게 해왔다.

"본선 경쟁력이 무엇이겠나. 간단하다. 심 후보와 제가 지금 시장통, 길거리에 가서 시민들이 보이는 반응을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을 보면 심 후보가 안타깝고 마음 쓰리겠지만 '아, 저게 본선경쟁력이구나' 할 것이다. 본선 쟁력은 선거 때 누구에게 표를 많이 찍느냐다."

"심바람 돌풍 얘기하는데 죄송한 얘기지만, 여론조사할 때 심 후보는 (지지율이) 안잡힌다고 한다. 제가 표를 만들어왔는데, 저는 '이명박·손학규·권영길'의 3자 대결에서 10%대다."

자신의 공격에 심 후보가 반격을 해오면 "대단히 죄송스런 말씀이지만 이게 실전 경험 많은 사람과 한 번도 전투를 안해본 사람의 차이다", "속 쓰리겠지만 (지지율을) 한번 보시라, 수치를 부정하지 말라" 등으로 맞받아쳤다.

심 후보가 강점으로 내세우는 '여성 대통령론'에 대해서도 "주위에서 나한테 여성들에게 이렇게 인기 있는 줄 몰랐다고 한다. 특히 중년 여성들에게 그렇다"며 "여성이 여성에게 표를 안찍는 걸 어떻게 해석해야 하느냐는 게 정치학자들의 보편적 과제"라고 폄하했다.

[심상정] 미소 속에 칼 숨긴 심상정 "안이한 대세론으로 대선 임해선 안돼"

심 후보는 선배인 권 후보를 오히려 다독이며 토론에 임하는 모습이었다. 권 후보가 목소리를 높이면 거꾸로 자신은 차분함을 잃지 않았다.

최근 자신이 한 인터뷰에서 '권 후보는 당 발전에 퇴행적인 정파 투표와 연계했다'고 말한 내용을 권 후보가 인용하며, "권영길을 지지한 50%의 사람들이 정파를 따라가는 맹종주의자들이란 얘기냐"고 거듭 목소리를 높이자 "잠깐만요. 가라앉힌 뒤 얘기하시라"고 말했다.

이어 심 후보는 "저는 맹종주의자, 추종자 이런 표현은 쓴 사실이 없다"며 "민주노동당과 같은 대안정당에 정파는 반드시 필요하지만 족보나 연줄에 의존하는 낡은 정파를 지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심 후보가 마냥 웃으며 토론에 임한 건 아니었다. 겉으론 웃고 있어도 말은 매서웠다.

이날 권 후보가 '시장통 본선경쟁력' 발언으로 포문을 열자 심 후보는 "그렇게 안이한 관점으로 대선에 나가면 국민이 열망하는 승리를 못 따온다"며 맞받아쳤다. 그러면서 심 후보는 "이번 대선은 민주노동당이 정체된 지지율을 확보할 것이냐, 새로운 도약의 후보를 선택할 것이냐의 문제다"라며 "내가 대선후보가 되면 그 심바람은 민주노동당의 뜨거운 지지율 상승을 가져올 것"이라고 반격했다.

권 후보가 "속쓰리겠지만 보시라"며 '3자 대결 여론조사 결과'를 표로 만들어 제시했을 때도 웃으면서 "송구스럽게도 (속이) 안쓰리다. 민주노동당 대선 후보의 지지율은 '당(지지율)+알파'다. 내가 나가도 (지지율은) 그럴 것"이라고 되받았다.

'여성이 여성에게 표를 주지 않는다'는 권 후보의 주장에 대해서도 "대한민국 여성은 이제 정치의 주역으로 나서고 있다. 자신의 삶을 실질적으로 책임질 수 있는 정치인을 선택한다. 온몸으로 우리 사회의 가부장제 이데올로기에 맞서온 심상정이 여성들의 고통과 요구를 잘 이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민주노동당 대선후보 결선투표에 나선 권영길 후보와 심상정 후보의 맞장토론이 1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한강CMB방송 스튜디오에서 김민웅 교수의 사회로 열렸다. ⓒ 권우성


토론 뒤 웃으며 악수 나눈 두 후보... 이마엔 땀방울 송글송글

격렬한 토론을 마친 뒤 심 후보가 권 후보에게 먼저 다가가 악수를 청했다. 두 후보의 얼굴에 굵은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혀있었다.

권 후보가 "오늘은 당원들께서 맥없었다는 소리를 안하시려나"라고 혼잣말을 하자, 심 후보는 "뭐 이 정도도 날을 안세우면… (토론이 재미가 없다)"고 거들었다.

'오늘 날을 많이 세우시더라'고 권 후보에게 물었다. 권 후보는 쑥스럽게 웃으며 "아닌데…"라고 답했다. 이어 권 후보는 "오히려 심 후보가 분위기를 잘 맞춰줬다"며 심 후보를 치켜세웠다. '난처했던 대목은 없었느냐'는 질문에는 "특별히 그런 건 없었다"고 답했다.

심 후보는 '권 후보가 오늘 공격을 세게 하시더라'는 말에 "오늘 좀 그러시네. 좀 난감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명도 뜨겁고 토론회 열기도 그랬다"며 "당원들, 네티즌께서 어떻게 보셨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자평을 부탁하자, 그는 "토론은 항상 아쉽게 마련이다"며 "오늘 토론회가 당원들에게 본선 경쟁력의 판단기준이 증명된 자리가 됐길 바란다"고 말했다.

두 사람이 지난 1차 투표 이후 토론회에서 얼굴을 마주한 건 이날이 처음이다. 두 사람 중 누가 웃게 될 것인가. 오는 15일 치러질 민주노동당 대선 후보 선출대회에서 결정된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