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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독자들의 마지막 반란

참언론독자단 마지막 캠페인 "자발적 구독운동"

등록|2007.09.14 10:11 수정|2007.09.14 11:14
'창간기자'보다 더 바쁜 '창간독자'


▲ '진품 시사저널 예약운동'을 펼치던 시사모 운영위원들이 금창태 사장의 고발조처로 검찰에 출두해 찍은 사진. 웃으려고 하지만 저마다 표정이 쓸쓸하고 처연하기까지 하다. 시사모 운영위원들, 그동안 수고 많았다 ⓒ 시사IN

창간을 하루 앞둔 <시사IN> 기자들은 마감을 하느라 분주하다. 하지만 이들 못지 않게 바쁜 사람들이 있다. 바로 참언론독자단(옛 '시사모')이다. 기사를 쓰고 있는 지금도 벌려 놓은 일을 수습하느라 정신이 없다. 캠페인에 들어갈 <시사IN 독자판>은 마감을 끝내고 출력이 진행 중이고, 함께 들어갈 휴대폰 액정 클리너와 A4 투명파일은 도안을 늦게 넘겨서 일요일까지 나올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요즘 사람들은 리플릿 한 장 달랑 주면 반응도 안 하고, 휴대폰 액정 클리너를 증정하면 잘 팔린다고 하니 '끼워 팔기'도 이런 끼워 팔기가 없다. 하느님 맙소사. 내가 <시사IN> 때문에 장사꾼이 다 됐나 보다.

다행히 시사모의 회원 분 중에 휴대폰 클리너 사업을 하시는 분이 있어 원가로 제작해 주셨다. 감사드린다. 덕분에 금쪽같은 제작비가 엄청 살아났다. 이번에는 합병호라 좀 일이 많은가. 표도 제작해야 하고, 표지 이미지며 각종 사진이나 그림은 왜 이렇게 많은지 미술부 기자들은 5분에 한 번씩 모여서 회의를 한다. 그 옆에서 서성거리다가 회의가 잠시 멈추면 다가가서 일거리를 내민다. 이번 캠페인에 동원된 제작물들은 순전히 '시사인 미술부'의 공이다.

가만 있자, 일단 <시사IN 독자판> 1만부는 금요일에 오기로 했고 휴대폰 클리너는 토요일에 배달이 된다. 대충 '잔치 준비'가 다 된 것 같은데, 생각지 못한 복병이 기다리고 있다. 1만부를 포장하고 분류할 박스는 어디서 충당할 것인가. 114에 전화를 걸어서 폐지회사에 전화하는 데까지는 성공했지만, 거기는 수거만 하고 팔지는 않는단다. 이걸 어쩐담. 생각해 낸 게 인터넷이다.

역시 인터넷에는 박스만 전문으로 파는 곳이 있었다. 이것으로 일이 끝난 것이 아니다. 물품 배달처를 확인해야 하고, 작업 장소를 섭외해야 하고, 서포터스에게 나와주십쇼 하고 공지에 문자까지 다 보내야 한다. 오늘은 웬걸. <시사IN> 기자들과 함께 야근을 했다. 문정우 편집국장 왈, "아니, 자네도 오늘 야근인가?" <시사IN> 독자 하기 정말 힘들다. 에휴~

'시사IN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 군 복무중이러서 함께 싸우지는 못하고 군인으로서는 거금인 1만5천원을 대신 보냈다. 돈에 전투력이 실린 것일까. 성금과 투자금은 수십만 배로 늘어서 하나의 회사가 되었다 ⓒ 시사IN

참언론독자단의 전신인 '시사모'는 2006년 10월 16일 시사저널 사태에 공분한 지식인, 일반 독자들의 열의가 모여 결성됐다. 그 동안 유의미한 캠페인을 몇 개 남겼는데, 그 중에서도 '나도 고소하라' 운동과 '진품 시사저널 예약운동'이 가장 알려졌다. 알고 보니 '나도 고소하라' 운동은 내력이 있다.

1999년 조선일보가 최장집 교수를 빨갱이로 모는 이른바 '사상논쟁'을 벌이고 있을 때, 이를 비판하던 지식인들을 모조리 고발 조치하고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여 비판 기자인 월간 <말> 지의 정지환 기자에게 400만원, 비판매체인 <인물과 사상>과 전북대 강준만 교수에게 700만원을 지급하라는 요지의 판결을 내리면서 시작됐다. 당시 인물과 사상 자유게시판(통칭 '인자게시판')에는 자신의 주민등록번호까지 공개하며 수많은 사람들이 '나도 고소하라' 운동을 시작했다. 그때 서명 대열에 합류한 대표적 지식인 중 한 명인 당시 한겨레신문 논설위원인 홍세화 씨는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한다.

"조선일보 기자가 최장집 교수를 빨갱이로 몰기 위해 '스승의 등에 칼을 꽂은 청부살인업자'가 되어 '마조히즘적인 정신분열증상'을 보이며 사상 검증을 했던 것은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다. 나를 고소하라! 서명 홍세화"(시민의 신문, "금창태 씨! 나도 고소하시오")

진품 시사저널 예약운동'은 기존의 소비자 운동이나 미디어 소비자 운동과는 구별되는 캠페인이었다. '불매운동'이나 '안티 조선일보 운동'은 대체로 네거티브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데 비해, '진품 예약운동'은 기자들이 일선으로 복귀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미리 구독을 약정하는 캠페인이다. 현재 추진중인 '자발적 구독운동' 역시 '진품 시사저널 예약운동'의 취지를 계승하고 있다.

우연찮게도 오는 10월 16일은 '독자단'의 생일날이다. 창간으로부터는 한 달이다. 독자단은 남은 한 달 동안 모든 열의와 역량을 쏟아 부어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으로 남기기로 결정했다. '참언론독자단' 공지에는 이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기록돼 있다.

고인 물은 썩듯이 좋은 뜻도 오래 가면 여기저기 탈이 나는 법. 이제 '시사모'와 ‘독자단’이라는 이름으로 진행해왔던 독자 미디어 운동을 마무리할 때가 다가온 듯합니다. 이번에 제안하고자 하는 캠페인은 그 동안의 활동을 정리하는 우리의 마지막 잔치가 될 것입니다. (중략) 그리하여 그 날 10월 16일에 '일반 독자'로 돌아가려 합니다. 
덧붙이는 글 기자는 '참언론독자단'(옛 시사모)의 운영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아이디 安逸(안일)이며 '자발적 구독운동' 프로젝트의 간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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