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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드라마 요즘 왜 이러나?

평일드라마 시청률에서 존재감 희미...일일, 주말드라마는 비판 받아

등록|2007.09.15 11:12 수정|2007.09.15 11:26

▲ 평일 드라마는 시청률에서 고전하고 마니아 드라마로 분류되고 있는 실정이다. ⓒ KBS

KBS 드라마가 이상해지고 있다. 평일 드라마가 좀처럼 기를 펴지 못하고 있고, 시청률 높은 드라마는 비난을 받으며 공감대를 얻지 못하고 있다.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KBS의 큰 문제는 평일 시간대 드라마가 시청률에서 고전하고 있다는 점이다.

평일 드라마 존재감 상실

월화드라마 <아이 엠 샘>은 여전히 한 자릿수 시청률로 고전을 하고, 당초 방송되기 전 남북합작드라마로 주목을 받았던 <사육신>은 단조로운 스토리와 북한식 어법이 문제로 제기되면서 3%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두 드라마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당초 <아이 엠 샘> 전의 작품들도 똑같은 상황이었다. SBS <내 남자의 여자> 때문에 <헬로! 애기씨>와 <꽃을 찾으러 왔단다!>가 낮은 시청률을 보이며 종영했고, MBC <커피프린스 1호점>으로 <한성별곡>과 <아이 엠 샘>이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다.

이는 수목드라마도 마찬가지다. <마왕>서부터 <경성스캔들>, <사육신>까지 MBC <고맙습니다>와 SBS<쩐의 전쟁> 때문에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지금은 MBC <태왕사신기>가 2회 만에 26.9% 시청률을 경신하며 <사육신>은 더욱더 곤두박질하고 말았다.

즉, SBS와 MBC가 장군멍군 할 때 KBS는 시청률에서 재미를 보지 못해 작년의 인기를 무색케 하고 있다. 물론 시청률이 다는 아니다. <마왕>과 <경성스캔들>은 마니아층으로부터 열렬한 지지를 받고 종영해 대박 난 작품에 못지않은 호평을 받았다.

그래서 일명 ‘마니아 드라마’로 분류되어 그 안에서 의미를 찾고 있는 중이다. 마니아 드라마의 경우 시청률에서는 선전하지 못하지만 화제가 되는 면에 있어서는 시청률이 높은 드라마보다 더 눈길을 끌기도 한다.

그럼에도 ‘드라마 왕국’을 자처하는(물론 모든 방송사들이 자사가 드라마 왕국이라 부르지만) KBS의 평일 드라마가 거의 존재감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다.

더 큰 문제는 양 방송사의 대작 틈에 끼어 당분간 낮은 시청률로 고전을 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SBS <왕과 나>가 이미 시청률 20%를 넘었고 곧 이어 이병훈 감독의 <이산>이 MBC에서 방영될 예정이다. 사극의 달인이라 불리는 이들이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여 그 틈 사이에서 KBS는 고전을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 <사육신>은 시청률, 공감대 모두 잃고 애국가보다 낮은 시청률 2.6%를 올리고 있다. ⓒ KBS

특히 <아이 엠 샘>이후 이렇다 할 후속작품이 없다는 점이다. 수목드라마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태왕사신기> 방영 이후 <사육신>은 2.6%로 애국가보다도 낮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더 큰 문제는 마니아 드라마로 분류되지도 못한 채 촌스러운 드라마로 전락해버렸다는 것이다.

마니아 드라마도 좋지만 시청률과 작품,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드라마가 나와야 하는데 현재 KBS에서는 그럴 만한 작품이 나오지 않고 있다. 사실 MBC <커피프린스 1호점>만 해도 시청률과 네티즌들의 인기, 화제, 작품성에서 모두 만족할 만한 수치를 얻어냈다.

일일, 주말 드라마는 ‘욕하면서 보는 드라마’로 전락

이런 점에서 생각해 볼 때 지난 해 잘나갔던 것만 믿고 안일하게 작품을 제작하고 선정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여기에 KBS의 더 큰 악재는 바로 시청률 높은 드라마는 시청률만 높을 뿐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사실상 일일드라마와 주말드라마는 KBS방송사의 효자, 효녀 노릇을 하고 있다. 오죽했으면 MBC가 KBS 일일드라마와 맞대결을 피하고 7시대로 옮기는 파격적인 편성을 했겠는가 말이다. 주말드라마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KBS 주말드라마는 <애정의 조건>과 <소문난 칠공주>이후 1위를 독점하고 있으며 일단 출발부터 20% 시청률을 올리는 고공비행을 하고 있다.

요 몇 년간 MBC가 시청률을 압도했던 작품은 단 한 작품 <누나>이외에는 전무후무하다. 그것도 <소문난 칠공주>가 끝이 난 틈을 타 아주 잠깐 시청률이 역전되었을 뿐이다.

사정이 이렇지만 문제는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고 비난을 받는다는 것이다. 최근 종영한 일일드라마 <하늘만큼 땅만큼>은 시청률만 고공비행했을 뿐 아무런 영향력을 주지 못했다. 오히려 평일 드라마보다 이슈를 만들어 내지 못했다. 또한 <애정의 조건>부터 <행복한 여자>까지, KBS주말드라마는 줄곧 시청자들로부터 비난을 받았다.

시청률을 올리고자 선정적이며, 자극적인 내용 전개로 눈살을 찌푸리게 한 것이다. 결국 “욕 하면서도 보는 드라마‘의 공식이 탄생해 높은 시청률이 빛이 바랬다. 지금 방송되는 <며느리 전성시대>도 극중 초반에 종교 논란 등 여러 가지 논란거리가 등장해 비난을 받은 바 있다.

결국 시청률이 높은 것은 중장년층이 KBS 채널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즉 공감하지 못하면서도 고정적으로 보던 채널에 익숙한 시청자들이 KBS 드라마를 보는 것일 뿐 그 이상의 의미를 찾을 수 없다.

새롭게 시작한 일일드라마 <미우나 고우나>도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며느리 전성시대>도 요즘 같은 세상에 족발집을 경영하며 가부장적인 가족제도를 유지하는 곳이 몇이나 되느냐며 시청자들은 반문하고 있다.

▲ 일일드라마, 주말드라마는 시청률은 높지만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고 있다. ⓒ KBS

때문에 일일드라마와 주말드라마는 평일드라마처럼 존재감이 없다. 오히려 마니아 드라마보다도 못한 실정일지도 모르겠다. 과거 <부모님 전상서>는 대가족 제도를 그렸지만 아름다운 보수주의라는 평을 들으며 시청률과 작품성을 모두 만족시켜 주었다.

하지만 그 이후부터 KBS주말드라마는 언제나 논란의 중심에 섰고 시청률을 올리고자 자극적이며 작위적인 전개를 한다는 평을 들어야만 했다. 일일드라마도 예외는 아니다. 결과적으로 현재 KBS는 드라마 왕국이란 말이 무색한 상황이다. 시청률이 높아도 아무런 공감대를 얻지 못하고, 마니아 드라마는 드라마대로 시청률에 고전하고 있으며, 점점 마니아 드라마로 분류되어 지지도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안일한 제작, 신선한 기획의도 실종

이러한 원인은 두 가지로 축약될 수 있는데, 하나는 안일한 제작과 관행이다. 기존 일일드라마와 주말드라마는 크게 변동이 없다. 대가족 제도를 바탕으로 그 안에 젊은 연기자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사랑과 결혼 사이에서 벌어지는 출생의 비밀, 불륜, 집안의 반대 등을 주로 다루고 있다.

이러한 내용들을 연이어 보여주면서 시청률은 높을지 몰라도 시청자들로부터 매번 비난을 들을 수밖에 없는 상황을 자초한 것이다. 그리고 지속적으로 이러한 패턴을 고집하고 유지하고 있다.

그것은 바로 중장년층이 KBS를 선호하기 때문에 시청률을 일단 높이고 보자는 계산이 바탕에 깔려 있는 것이다. 논란의 대상이 되든, 비난을 받든 시청률만 높으면 그만이라는 점이 KBS 일일드라마와 주말드라마를 외면하게 하는 가장 큰 이유다.

비록 평일 시간대 마니아 드라마가 등장하고는 있지만 그것도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킬 만큼 신선한 것은 아니다.

또 하나의 이유는 신선한 기획의도가 담긴 드라마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비록 마니아 드라마가 인기를 끌고는 있지만 사실상 그것이 KBS의 전매특허는 아니다. MBC와 SBS에서도 그러한 마니아 드라마는 얼마든지 많다.

그렇다면 결과적으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으면서도 중장년층이 아닌 20~30대의 지지를 끌어 올릴만한 신선한 작품이 없다는 이야기이다. 중장년층에 비해 젊은 시청자들은 변화가 빠르다.

그들의 눈높이에 맞춰 시청률과 작품성의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면 신선한 기획이 담긴 작품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 하지만 KBS는 월화드라마는 고정적으로 내용은 각기 조금씩 달라도 ‘세상을 밝게 보고자’한다.

그런데 문제는 세상을 너무나 밝게 그리고자 한 나머지 현실성이 결여된 작품들이 많다. 일례로 <핼로우 애기씨!>가 대표적인 작품이다. 이러한 원인들로 인해 지금 KBS 드라마는 총체적인 위기를 맞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스케일이 큰 대작을 제작해 시청자들의 눈도장을 찍을 만한 작품도 없다. 앞으로 새로운 변화가 없는 이상 당분간 KBS드라마는 고전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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