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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찌' 충격에 빠진 손학규... 왕따 경선?

우상호 "예상보다 큰 패배" 광주행... 중도하차론 '솔~솔~'

등록|2007.09.16 20:50 수정|2007.09.17 11:44

▲ 16일 충북·강원지역에서 3위를 차지한 손학규 후보가 연설을 하는 가운데 1위를 한 정동영 후보와 2위를 한 이해찬 후보가 얘기를 나누며 웃고 있다. 손 후보는 '레드카드를 받은 선수들을 결승전에 내보낼 수 없다'며 남은 투표에서 자신을 지지해줄 것을 호소했다. ⓒ 권우성

"조직 앞에서는 정말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더라."

16일 오후 5시경 충북 청주시 상당구청 뒷문, 손학규 후보 캠프의 한 관계자가 주말 내내 쏟아지는 비를 원망스럽게 바라보며 한 마디 했다. 대통합민주신당 충북·강원 지역 후보 경선 결과 발표를 1시간 앞두고서다. 그는 이미 두 지역에서의 패배를 예상하고 있었다.

같은 시각 상당구청 앞문은 개표 결과를 보기 위해 몰려든 인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정동영 후보측 지지자들은 상징색인 오렌지색 풍선을 흔들며 정 후보를 기다리고 있었고, 이해찬 후보측 지지자들은 연두색 머플러를 둘렀다. 그러나 손학규 후보측 지지자들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1시간 뒤, 손 후보는 '예상대로' 패배했다. 충북·강원 지역 경선 결과만 놓고 보면 '꼴찌'다. 손 후보는 전날(15일) 제주에서 2위를 하기는 했지만 울산에서 4위를 기록해 역시 '꼴찌'를 했다.

이른바 '신정아 쓰나미'와 태풍 등으로 인한 저조한 투표율 등 여러가지 악재가 있었고, 경선이 초반전이라고는 하지만, 범여권 후보 중 '부동의 지지율 1위'라는 수식어가 무색할 만큼의 '충격'적인 결과였다.

우상호 "위기다. 이런 왕따 선거는 처음 치러 봐"

손학규 후보 캠프에서도 "예상보다 더 큰 패배의 결과"에 흔들리는 기색이 역력했다. 우상호 대변인은 "초반 승기를 잡는 데 실패했다"며 '대세론'에 비상이 걸렸음을 인정했다. 우 대변인은 패배의 원인을 "낮은 투표율과 조직선거"에서 찾았다.

그는 심지어 "같은 당 안에서 이런 왕따 선거는 처음 치러본다"며 혀를 내둘렀다. 그는 "불리한 판세를 확인하고 비상체제에 돌입했다"며 "위기의식을 가지고 젖 먹던 힘까지 뛰기로 했다"고 말했다.

손학규 후보 캠프에서는 오는 29일 치러질 광주전남 경선에 사활을 걸고 있다. 우 대변인은 "광주전남 민심은 전략적 투표를 할 확률이 높기 때문에 기대를 갖고 있다"며 "광주전남이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손학규 후보가 충북·강원 지역 경선이 진행된 16일 광주를 찾은 것도 이 때문이다.

손 후보의 광주행은 첫 경선 이틀 전인 13일 결정됐다고 한다. 우 대변인은 "(무등산에서) 산상 메시지를 던지면서 광주전남에 승부를 걸어야겠다고 생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손 후보의 산상 메지시는 평소와 강도가 달랐다. 우선 그는 "경선의 격전지를 뒤로 하고, 광주 무등산에 한 걸음에 달려왔다"며 "바로 지금 '광주 정신'이 위협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광주에 가장 많은 빚을 진 범여권의 일부 정치인들이 대선을 포기하려 한다"며 "정권을 포기해서라도 자신들의 정치적 생명을 연장시키려고 전전긍긍하는 모습은 참으로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손 후보가 얘기하는 조직선거의 본질은, 대선 패배를 기정사실화 한 세력들이 당권과 차기 총선을 염두에 두고 탄탄한 조직 기반을 확보하고 있는 후보측으로 대거 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손 후보측 관계자가 "제주·울산 경선에서 정동영 후보가 1위를 차지한 것은 동원된 조직선거에 의해 경선이 당 의장 선거로 변질된 것"이라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 16일 오후 충북 청주시 상당구청에서 열린 '대통합민주신당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충북·강원지역 국민경선' 개표 결과 종합 3위를 한 손학규 후보가 지지자들의 환호를 받고 있다. ⓒ 권우성

손학규 "광주의 아들이 되겠다"
손 후보는 이어 "민주·평화세력의 대표선수를 교체해 달라"며 "이미 레드카드를 받은 선수들을 결승전에 내보낼 수는 없다"고 말해, 정동영·이해찬 후보를 싸잡아 비판했다. 특히 "민심이 조직 동원에 의해 가려지고 있다. 광주가 지켜달라"며 "손학규가 광주의 아들이 되겠다"고 호소했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한나라당 경력'에 대한 사과였다. 손 후보는 "광주(정신)을 훼손하는 정치세력과 함께 했던 사실 때문에 마음의 상처를 입은 분이 많은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여러분 마음에 상처를 드린 것, 무등산에서 광주 영령과 광주 민주시민 앞에 마음 깊이 사죄드리고 용서를 구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손 후보는 그동안 "한나라당의 전력이 대선에서 자산이 되도록 하겠다"며 '한나라당 전력 효자론'을 내세워, 정체성 논쟁에 휩싸인 바 있다.

이에 대해 우상호 대변인은 "실제 대선에 가면 도움에 될 것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면서도 "문제는 전통 지지층이 마음을 안 열고 있어, 손 후보의 진솔한 사과와 고백을 믿어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손학규 후보가 광주전남 경선에서조차 '대세론'을 되살려내지 못할 경우, 손 후보의 '중도하차론'이 제기될 것이라는 성급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손학규 후보 본인이나 캠프의 팽배한 위기감도 이 때문이다.

손 후보측은 막판에 치러지는 서울-인천-경기 경선에서 자신감을 나타내고 있지만 초반에 너무 저조한 성적은 대세론의 붕괴로 이어져, 서울 등의 경선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2002년 대선 당시 민주당 경선에서 이인제 후보가 초중반 대세론이 무너지는 바람에 결국 중도하차했다.

'한나라당 전력 효자론'을 내세웠다가 '광주의 아들'로 급선회한 손학규 후보가 추석 연휴 이후에 치러지는 광주전남 경선에서 어떤 결과를 얻게 될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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