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관광으로 만난 서쪽 끝섬의 매력
[서쪽 끝섬 가거도 1] 홍도 못지않은 해안절경
▲ 가거도출장소 앞에 세워진 ‘대한민국 최서남단’ 표지석 ⓒ 김정수
지난 8월 30일부터 9월 3일까지 한국관광공사에서 주최하고 (주)남해안투어에서 주관하는 가거도 팸투어에 다녀왔다. 팸투어에는 한국관광공사를 비롯해 문화관광부, 한국여행작가협회, 여행동우회, 코레일네트웍스 등에서 17명이 참가했다.
원래 공식일정은 9월 1일까지였으나 기상악화가 배가 못뜨는 바람에 이틀을 더 묵게 되었다. 팸투어 첫날 대부분의 일행은 서울 용산역에서 KTX로 목포로 향했다. 하지만 필자는 마산에 사는 관계로 따로 출발해서 숙소인 신안비치호텔로 향했다. 호텔에서 신안군청에서 주최한 환영만찬에 참석해 저녁을 먹었다. (주)남해안투어 주관으로 해변 라이브카페에서 '만남의 밤' 행사를 가진 후 호텔에서 일박을 했다. 9월 1일 아침을 먹고 오전 8시 쾌속선에 올랐다.
하태도까지 이어지는 뱃길은 다도해의 비경을 쾌속선 양 옆으로 나란히 마주하면서 가는 길이라 전혀 지루하지가 않았다. 배가 정박할 무렵에는 셔터를 누르며 카메라에 비경을 담기에 바빴다. 하지만 하태도를 벗어나자 망망대해가 펼쳐진다. 수평선과 하늘밖에 보이지 않으면서 파도가 다소 거칠어졌다. 배는 오전 11시 57분경 가거도항에 도착했다. 관광안내책자에는 4시간 30분이 소요된다고 나와 있었지만 바다가 잔잔했던 탓인지 4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 가거도항의 녹섬과 회룡산 줄기가 뻗어내린 해안절벽 ⓒ 김정수
대한민국 최서남단에 자리한 가거도는 일제시대 이후 한동안 소흑산도라고 불리기도 했다. '아름다운 섬'이라는 뜻의 '가가도'(嘉佳島, 可佳島)로 불리다가, 1896년부터 '가히 살만한 섬'이란 뜻의 '가거도(可居島)'로 불리게 되었다.
전남 신안군 흑산면에 속한 가거도는 대리(1구), 항리(2구), 대풍리(3구) 등 3개 마을에 289가구 약 540여 명의 주민들이 살고 있는 제법 큰섬이다.
가거도는 중국과의 직선거리가 435km로 서울보다 중국이 더 가깝다. 그래서 중국에서 새벽닭우는 소리가 들린다는 우스개소리가 전해온다.
얼마전까지만해도 가거도는 이틀에 한번씩 배가 다녀서 접근하기에 어려움이 많았다. 그러다가 지난 5월부터 매일 하루 한차례 쾌속선이 운행하면서 여행길이 수월해졌다.
대한민국 서쪽 끝섬이라는 매력에다가 지난 4월에 개봉한 영화 <극락도 살인사건>의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요즘 가거도가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흑산면사무소 가거도출장소 앞에는 ‘대한민국 최서남단’이라 새겨진 표지석이 세워져 있다.
가거도 여행은 뭐니뭐니해도 해상관광이다. 어선이나 낚시배를 빌려타고 섬을 한바퀴 돌다 보면 가거도 8경과 두루 만나게 되면서 그 매력에 빨려든다. 적정 승선인원(6~10명 내외)이 모이면 1인당 2~3만원 선에 배를 빌릴 수 있다. 점심을 먹고 짐을 숙소에 내려놓은 후 해상관광에 들어갔다.
▲ 기둥바위 앞에서 강태공이 낚시를 하는 모습 ⓒ 김정수
가거도항에서 출발해 시계방향으로 돌다보면 녹섬, 돛단바위, 기둥바위, 망부석, 국흘도, 망향바위, 남문과 해상터널 등 수석전시장을 방불케하는 멋진 바위들과 해상동굴 등을 만나게 된다.
가거도항 입구에 자리한 녹섬에서 서쪽으로 약 500m를 올라가면 높이 20m, 너비 10m의 직사각형 바위인 돛단바위가 보인다. 돛단바위에서 500m를 더 올라가면 40m 높이의 멋진 기암인 기둥바위와 만난다. 하늘을 찌를듯 쏫아오른 기둥 모양의 바위가 해안절벽과 어우러지며 황홀한 풍경으로 다가온다.
▲ 해상동굴 안에서 바라본 모습 ⓒ 김정수
기둥바위를 지나면 이내 해상동굴과 만난다. 20명이 탈 수 있는 제법 큰 낚시배가 이 동굴안으로 들어갈 수 있을 만큼 크다. 위쪽으로도 약간 뚫려있어 그 틈새로 하늘도 보인다. 거제해금강의 십자동굴 못지 않게 매력적인 곳이다.
배는 동굴속에서 잠시 머물며 자연산 회를 비롯한 먹거리와 소주로 담소를 나누었다. 하지만 필자는 배 이쪽저쪽으로 옮겨 다니며 동굴의 매력을 카메라에 담느라 맛볼 시간이 없었다. 약 5분 후 배는 동굴을 빠져나와 해안선을 따라 돌았다.
이내 섬등반도의 기암절벽이 보인다. 공룡등뼈를 닮은 섬등반도 중간 지점에서 약 20m 떨어진 바다 위에 망부석이 자리잡았다. 망부석은 마치 한 아낙네가 아기를 안고 먼 바다를 바라보며 누군가를 애타게 기다리는 모습이다.
해상관광에 나선 배가 선착장에 닿아 일행들을 내려놓는다. 가거도 등대를 보기 위해서다.
등대로 가는 길목에는 선사시대 유적인 가거도패총(도지정 기념물 130호)이 보인다. 가거도 북단인 대풍리의 가거도등대 서측 경사면에 자리하고 있는데 20m x 10m 규모이다. 이곳에서 흘각색 즐문토기, 명갈색 무문토기, 마제석부, 골침, 융기문, 압입문토기편 등 신석기시대 유적이 다량으로 출토되었다고 한다.
▲ 1907년에 세워져 100년동안 불을 밝히고 있는 가거도등대 ⓒ 김정수
패총을 지나 가파른 고개길을 10여 분 더 가자 하얀색의 등대가 보인다. 가거도등대는 우리나라에서 세 번째인 1907년에 세워졌으니 올해로 꼭 100년동안 고깃배의 길잡이 노릇을 하고 있다. 애석하게도 등대는 일제시대 이름인 '소흑산도 항로표지관리소'라는 이름을 달고 있다. 새하얀 등대 앞에서 단체로 기념촬영을 한 후 다시 배에 올랐다.
가거도등대 앞에는 국흘도라는 무인도가 자리하고 있다. 대국흘도, 소국흘도, 개린여, 두억여, 검은여 등의 바위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중 개린여가 가장 인상적이다. 해발 50m의 작은 섬에 올라서면 1,000평방미터에 이르는 드넓은 석광장이 나온다. 섬사람들은 이 광장을 ‘논산훈련소’라고 부른다. 개린여에 잠깐 올라가 보았는데, 바위섬에 넓은 광장이 펼쳐진 모습이 너무나 이국적이었다. 이곳은 섬주민들의 소풍장소로 널리 애용되는 곳이라 한다.
국흘도는 해조류번식지로 천연기념물 341호로 지정되어 보호를 받고 있는데 훌륭한 낚시포인트이기도 하다.
애석하게도 갑자기 파도가 거세어져 이곳에서 배를 돌렸다. 그 바람에 섬 앞쪽에 자리한 남향바위, 남문과 해상터널은 보지 못했다. 22km 길이인 해안선의 60% 정도를 감상하고 되돌아 왔는데, 뱃머리가 파도에 쏟구쳐 휘청대는 바람에 약간 무서웠다.
배는 영화 <극락도 살인사건>의 주무대인 항리마을에 일행들을 내려주고 돌아갔다.
▲ 개린여의 평탄한 공간은 '논산훈련소'라 불린다 ⓒ 김정수
덧붙이는 글
- 다음 편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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