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아'를 위한 턱 없는 변명
하늘을 우르러 한점 부끄러움 없는... 사람은 없다
▲ 비 개인 하늘태풍 후 하늘 손을 넣으면 물들 듯 해요 ⓒ 송유미
사람들은 누구나 깨끗하게 살기를 원한다. 그리고 예로부터 죄인과 격리해서 수용했다. 이 세상 사람들은 누구나 죄를 짓고 싶어서 짓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 이유들로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개 윤동주의 <서시>를 좋아한다.
그리고 무슨 누명을 쓸 마당이면 펄쩍 뛰면서 나는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러움이 없다고 말한다. 정말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이런 마음으로 산다면 이 세상은 교도소가 필요 없을 것이다.
나는 경찰서나 교도소에 가본 적이 없다고, 말을 하는 사람을 본다. 하지만 "너희들 중에 누구든지 죄 없는 사람이 먼저 저 여자를 돌로 쳐라"란 '요한복음'을 빌려오지 않더라도, 정말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러움이 없이 누구라도 이 세상을 깨끗하게 살기는 너무 어렵다.
어린 시절, 엄마는 늘 시장에 장사를 나가고, 집안 살림을 맡아 하는 일하는 언니가 있었다. 자주 일하는 언니들은 얼굴이 바뀌었지만, 그녀는 그나마 오래 우리 집에 있었다. 그녀는 마음이 착하고 성실해서 엄마는 친딸처럼 여겼다. 그녀는 갓스물이 넘었는데 남편이 있었다. 무슨 죄를 지었는지 모르지만 그녀의 남편은 교도소에 있었다.
교도소에서 편지가 가끔 왔는데, 그녀는 까막눈이었다. 내가 대신 편지를 읽어주고 대필을 해 주곤 했다. 그때가 초등학교 3학년 4학년쯤 되었을까. 그녀는 남편이 출감되어 우리 집을 떠났지만, 그녀를 따라 두어 번 거리가 먼 교도소에 면회를 간 적이 있었다. 언니는 그 사람이 추울 거라며 내의를 사고, 배가 고플 것이라며 과자를 사고, 심심할 거라며 소설책을 샀지만 그것을 무슨 까닭인지 차입하지 못했던 것 같다.
돌아오면서 과자를 내게 주었는데, 언니는 하염없이 울어서 나도 울면서 차입하지 못한 과자를 내가 다 먹으면서 울었던 기억이 새삼스럽다. 지금은 어느 하늘 아래 살고 있을까 가끔 궁금해진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도 모르는 사이 죄를 짓고 산다. 시인이었지만, 도둑이기도 했던, 프랑스의 장 주네란 시인이 있다. 시를 쓰는 시인도 인간이기에, 피치 못할 상황에는 죄를 짓게 된다. 그는 25세 때까지의 악덕한 생활을 뉘우치고 훌륭한 작품으로 결실을 맺는다. '사형수'라는 시를 쓰고, 이어 그의 최초의 걸작인 '꽃의 노트르담'을 썼다. 이로 인해 사르트르와 장 콕토가 종신 금고형 판결을 받은 그의 특사에 진력한 바 있다.
▲ 파아란 하늘가을 하늘은 세상의 거울 ⓒ 송유미
▲ 새털구름들 몰려 어디가나요 ?태풍 후의 하늘 ⓒ 송유미
죄는, 사람을 가장 더럽게도 만들지만, 또 사람을 가장 깨끗하게 만들기도 하는 죄, 그 죄 때문에 울고 웃는 인생이다.
릴케, 또한 시인을 이 세상에 유배 온 죄인이라는 데야…. 누구라도 이 가을에는 맑은 하늘을 우러러 나는 한 점 부끄럼이 없다고 말할 수 있을까.
저 거울 같은 맑은 가을 하늘을 우러러보는 시간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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