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편 빚고 전통놀이 즐기며 사랑 나누어요"
민족 명절 한가위를 외국인 근로자 가족과 함께
▲ 송편빚기외국인노동자와 송편을 빚는 모습 ⓒ 이권섭
민족의 최대 명절 추석이 가까워졌다. 오랫동안 헤어졌던 가족이 상봉의 기쁨을 누리고 맛있는 음식을 나누며 그간의 안부를 물으며 사랑과 정을 다지는 명절. 하지만 이런 명절일수록 더 외롭고 쓸쓸해지는 사람들이 있다. 고아원, 양로원, 노숙자들….
고향에 가고 싶어도 너무 멀어서 다음을 기약할 수밖에 없는 외국인 근로자 가족도 그 일부이다. 기쁨을 나누어야 할 명절일수록 외롭고 쓸쓸해지는 이웃들을 돌아보는 따뜻한 손길이 더없이 그리운 때가 바로 이때가 아닐까.
세상에서 가장 따뜻하고 가장 포근한 사랑은 바로 어머니의 사랑. 명절이 되어도 여의치 못한 사정 때문에 고향에 못가는 사람들이 가장 애틋하게 그리워할 대상도 어머니이다. 사랑하는 부모님과 가족이 그리워도 고향에 가지 못하고 이역만리 타국에서 추석 연휴를 보낼 외국인 근로자들. 그들의 외로움을 덜어주고자 IWF 회원들이 십시일반 정성을 모아 따뜻하고 포근한 어머니의 사랑과 마음을 담아 조촐한 잔치를 마련한 것이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외국인은 몽골, 러시아, 나이지리아, 필리핀, 베트남, 중국 등 6개국의 근로자 가족 100여명(부모 60명, 자녀 35명) 정도. 이들은 이날 IWF 회원들이 정성껏 마련한 잔치에 참여해 안산문화원에 마련된 한국의 유물과 전통을 접하면서 한국의 놀이도 즐기고 맛있는 한국 전통 음식도 먹으면서 한국인의 따뜻한 정을 체험했다.
행사는 전통놀이체험마당, 전통문화체험마당으로 다채롭게 꾸며졌다. 안산문화원 한 편에 지어져 있는 초가집과 바로 옆에 있는 너른 풀밭 마당에서 전통놀이체험마당이 펼쳐졌다. 외국인 근로자 가족들은 제기차기, 투호, 그리고 남녀노소 불문하고 폭 넓게 두루 즐기던 소박한 민속놀이인 엿치기 등 다양한 한국의 놀이도 체험하면서 흥겨운 하루를 보냈다.
▲ 큰절 올리는 외국인 아이들한복을 입고 큰 절을 배우는 아이들 ⓒ 이권섭
▲ 아이 예뻐라곱게 차려입은 한복에 너무 잘 어울리는 아이들 ⓒ 이권섭
어른 머리만 한 박덩이가 주렁주렁 열린 초가집 아래서는 한국의 전통 의상인 한복을 입고 큰절도 배웠다. 무게 중심이 바닥에 대인 이마로 쏠려 갸우뚱거리기도 했지만 생전 처음 큰절을 해보고는 아주 대단한 경험이라도 한 듯 다들 재미있어 했다.
“지금 너무 행복하고 즐겁습니다. 한국에 온 지 3년이 지났지만 이렇게까지 따뜻하게 대해준 사람들은 많지 않았어요. 오늘 너무 행복합니다. 여러분의 따뜻하고 친절한 마음이 저를 행복하게 만들어 주었어요.”
한국 전통의상인 한복을 입고 연신 싱글벙글거리는 나이지리아 출신의 학원 영어 강사 조슈아(42) 씨. 자원봉사자의 도움으로 힘겹게 한복을 입은 조슈아 씨는 “조금 덥긴 하지만 너무 예쁘고 편하고 또 색깔까지 훌륭하다”면서 연신 “Wonderful”을 외쳤다.
그는 내친 김에 큰절까지 배웠다. 먼저 남자는 왼손을 위쪽에 올려야 한다는 원칙을 배운 후 무릎을 꿇고 이마를 바닥에 대었다. 몸 전체 무게 중심이 이마에 쏠린 까닭인지 아니면 큰절 자체가 생각보다 쉽지 않았던지 이내 검은 얼굴에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혔다. 그래도 정말 오랜만에 경험하는 타문화 체험인지라 마냥 즐겁고 신기하기만 한 표정이다.
조슈아 씨는 아직 한국말에 익숙지 않은 탓에 하고 싶은 말 전하고 싶은 말을 마음껏 하지 못한다. 하지만 자신처럼 타국에서 온 외국인 가족을 위해 작은 잔치를 마련해준 자원봉사자들에게 서툴게나마 “감,사,합,니,다”라는 다섯 음절에 벅찬 소감을 한껏 실어 보낸다. 그리고는 “우리 오랫동안 친구하기로 해요”라며 처음 만난 사람에게 자신의 마음 한 구석을 통째로 내어주고 만다.
▲ 투호투호를 경험해 보는 외국인들 ⓒ 이권섭
▲ 엿치기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처음해 보는 여치기에 무척 신기해 하는 표정 ⓒ 이권섭
또 다른 한편에서는 한국의 대표 명절 음식인 송편도 직접 빚었다. 송편 역시 듣는 것도 보는 것도 처음인 나이지리아 출신의 조슈아(42) 씨. 그는 “못생겼지만 아마도 맛있을 거예요”라며 호언장담하며 자신이 만든 송편을 찜기에 집어넣으며 마냥 흐뭇해했다. 필리핀에서 온지 1년 정도 되었다는 준(33) 씨도 여자 친구와 함께 만든 못생긴 송편을 바라보면서 대단한 예술품을 만든 것처럼 흐뭇해했다.
한편 이날 참가한 외국 근로자 자녀들에게는 IWF 회원 자녀들이 손수 마련한 학용품과 장난감 등 선물도 전달되었다. 전통문화체험마당에서 즐거운 한국의 전통 놀이를 즐긴 후 이들은 안산문화원 3층에 마련된 행사장에 풍성하게 마련된 음식을 나누어 먹으며 담소를 나누기도 했다.
이날 행사장에 가족과 함께 들러 한복도 입어보고 맛있는 식사를 나눈 주한 몽골 대사관 쟈르갈싸이한(Bazarjav Jargalsaikhan) 부영사는 “이곳에서 외국인들이 잠시나마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되어서 참으로 기쁘다. 몽골인뿐 아니라 더 많은 외국인들에게 고향처럼 가족처럼 따뜻이 대해 달라”면서 “가족 사랑의 기본인 어머니의 사랑을 외국인에게 더욱 널리 알리는 좋은 일을 많이 해달라”고 회원들에게 특별히 부탁했다.
이날 IWF 장길자 회장은 외국인 근로자 가족들에게 “고향을 떠나 외국에 와서 고생하고 있는 여러분들이 오늘 하루만이라도 고향에서 가족과 함께 있는 것처럼 편하고 행복하게 지내길 바라는 마음으로 행사를 준비했다”면서 “앞으로도 한국에서 지내는 동안 늘 좋은 일 행복한 일 웃음만 가득한 일들이 가득하기를 바란다”고 위로의 말을 전했다.
이번 행사는 ‘가족과 이웃의 소중함을 깨닫고 이웃의 즐거움과 아픔을 함께 나누면서 밝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 가자’는 슬로건 아래 IWF가 지속적으로 실천하고 있는 ‘이웃사랑 캠페인’의 일환으로 실시되었다. IWF 회원들은 이 행사를 통해 이역만리 한국에서 열심히 일해 국내 경제에 큰 도움을 주고 있는 외국인 근로자 가족들을 위로하고, 영원히 기억하고 싶은 좋은 추억도 많이 만들어주려고 노력했다.
▲ 어엿차.제기차기를 해보는 외국인노동자들 ⓒ 이권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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