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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이런 일이... 가족 세 명 암진단

석빈이네의 가슴 아픈 사연.... 아들 백혈병·남편 간암·시아버지 위암

등록|2007.09.18 17:03 수정|2007.09.18 18:00

▲ 석빈이 어머니는 이제 눈물마저 말라버린 듯 그저 고개만 떨구었다. 사진은 지난 17일 극동아파트부녀회가 석빈이네 가족을 위해 모금한 병원비를 전달하며, 석빈이 어머니의 손을 꼭 잡아주고 있다. ⓒ 엄아현

"아무리 우리나라에 암환자가 많다고 하더라도… 내 가족에게 이런 일이 생길 줄이야… 정말 모든 것이 꿈이었으면 좋겠어요…."


가족 중 한 사람이 암진단을 받으면 지켜보는 가족의 아픔과 고통은 매우 크다. 그런데 이 고통의 2배, 3배, 아니 10배의 고통을 안은 채 살아가고 있는 가족이 있다.

안타까운 사연의 주인공은 경남 양산 동면 극동아파트의 석빈이네. 석빈이(14)는 백혈병을 앓고 있다. 지난 4월 소아에게 잘 발병하지 않는다는 급성골수성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현재 치료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어린 석빈이가 감당하기에는 힘들기 그지없다.

하지만 석빈이의 아픔은 이것뿐만이 아니다. 석빈이 아버지(44)가 5월경 간암 말기 판정을 받은 것이다. 공사 현장에게 가족들의 생계를 위해, 아들의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땀 흘려 일해 왔던 아버지의 간암 말기 진단은 가족들에게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사형선고였다고.

이것이 끝이 아니다. 석빈이의 할아버지(78) 역시 위암 말기 진단을 받은 환자이다. 항암치료로 어렵게 생명의 끈을 이어가고 있지만 이 역시도 완치의 기약은 없다.

이렇다 보니 석빈이 어머니(42)는 아들과 남편과 시아버지 간병을 하느라 이미 몸과 마음이 모두 지쳐버린 상태이다. 게다가 직장 생활은 꿈도 못 꾸는 현실 때문에 가족들의 기본적인 생활이 전혀 되지 않고 있다. 석빈이 말고도 두 아들이 있기에 지쳤다고 포기할 수도 없는 석빈이 어머니는 눈물을 삼키며 하루하루를 힘겹게 견디고 있다.

"얼마 전 남편이 '이렇게 살면 뭣하냐'며 '가족 모두 같이 죽자'고 울고 불며 고통을 토해 냈어요. 순간 '아 그런 방법도 있구나'라고 생각했었죠. 하지만 아니잖아요. 저에게는 석빈이도 있고 두 아들도 있어요. 내가 현실에서 도망치고 싶다고 내 아이들의 인생도 같이 빼앗아서는 안되잖아요. 정말 그러면 안되잖아요…."

석빈이 어머니는 이렇게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다행히 석빈이네 사연을 전해 들은 이웃들이 도움의 손길을 보내고 있다.

지난 12일 극동아파트부녀회에서 석빈이네를 돕는 자선바자회를 열었다. 호박죽, 달걀, 김치, 참기름 등을 판매한 돈을 석빈이 어머니에게 전달했다. 또 무명의 독지가가 쌀과 라면 박스를 전하기도 했고, 양산시 사회복지과에서 아이들에게 매일 도시락을 제공할 수 있도록 했다.

극동아파트부녀회 이복념 회장은 "조금씩 정성을 모아 돕고는 있지만 석빈이네는 여전히 힘겨운 생활을 하고 있어요"라며 "가족들 모두가 경제생활을 할 수 없기에 병원비는 커녕 생활비조차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지경이에요. 뜻있는 독지가 분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라고 솔직한 심정을 토로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양산시민신문 199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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