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밥' 먹는 "우리집은 방귀공장^^"
맛도 영양도 풍부한 햇밤 밥을 소개합니다
▲ 밤밥맛도 영양도 최고 방귀공장 밤밥 ⓒ 김혜원
“딱”
태풍 나리와 함께 온 비바람에 밤새 밤송이 떨어지는 소리가 요란하더니 마당 여기저기에 곱디고운 밤들이 수줍은 얼굴을 내밀었습니다.
뒤춤에 비닐봉지 하나를 찔러 넣고 뒷산에 오르신 엄마, 관절수술을 받은 다리가 늘 불편하시다더니 산을 오르는 모습을 보니 다람쥐 저리 가라로 날래십니다.
▲ 밤나무밤이 실하게 열린 뒷산 밤나무 ⓒ 김혜원
이 가을, 엄마에게 아름드리 밤나무가 가득한 뒷산은 좋아서 잠도 못 잘 정도로 가슴 설레게 하는 놀이터랍니다. 이 주머니 저 주머니 가득 가득 윤기 나는 알밤을 주워 담아 내려오실 땐 얼마나 좋은지 한달음에 산등성이를 내려오곤 하시니까요.
비 온 후라 산길이 미끄러울 거라 걱정을 했지만 엄마는 듣지 않으십니다. 지난밤 태풍에 밤 떨어지는 소리가 예사롭지 않았거든요.
▲ 햇밤반짝 반짝 예쁘기도 하여라 ⓒ 김혜원
“때깔 고운 놈은 골라서 추석 차례상에 놓고, 자잘한 것들은 밤송편을 만들고, 그도 저도 안 되는 건 밥할 때 넣어서 밤밥 해먹으면 좋지. 돈 주고 사봐라. 이렇게 흔하게 먹을 수 있겠나.”
지난 봄에 심은 동부와 함께 산에서 주워 온 햇밤을 넣고 밥을 지으니 가을의 영양이 가득담긴 영양밥이 따로 없습니다.
“밤이 얼마나 영양가가 좋은 건지 아니? 엄마 젖 부족한 아기들 밤으로 죽을 끓여 먹여봐. 금방 토실토실 살이 올라 손목 발목이 잘록해진다. 곡기 못하시는 노인들도 밤죽을 끓여드리면 기운을 차리시거든. 가을 한철 밤밥 해먹고 나면 겨울나기도 문제 없다니까.”
▲ 영양밥밤과 동부를 넣고 영양밥을 했습니다 ⓒ 김혜원
하지만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너무 먹다보니 예상치 않은 작은 문제가 생깁니다. 밤을 듬뿍 넣은 밥을 매일 매일 먹으니 밤벌레처럼 살이 올라 예쁘기는 한데 소화가 잘 돼서 그럴까요? 평소보다 빈번한 가스배출사고(?) 때문에 낯뜨거운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는 것이지요.
“뽀옹~”
“뿌웅~”
“이거 원 가스실도 아니고 화생방 경보라도 미리 울려주던지….”
"나오는 걸 어떻게. 밤밥만 먹으면 그런 걸…. 이러는 나도 내가 싫어. 히히히."
“냅둬라. 밤밥 먹으면 원래 방귀가 잘 나오는 법이거든. 방귀 뽕뽕 나올 때마다 살이 퐁퐁 오르는 거니까 눈치 보지 말고 마음 놓고 해.”
"에라 나도 한방이다." 뿡~
어른들의 밤밥예찬, 아니 방귀예찬에 여섯 살 조카 주석이가 한마디 합니다.
“우리집은 방구공장이에요. 가족들이 모두 방구쟁이 뿡뿡이가 됐거든요.”
▲ 밤밥가을이 담긴 밤밥 ⓒ 김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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