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 남부시장] 공사로 사라진 추석 대목 '씁쓸'
아케이드 사업 등으로 손님 발길 줄어
▲ 추석을 앞둔 장날이었던 지난 11일 남부시장. 아케이드 사업과 한전지중화사업, 하수관거정비사업 등으로 시장 전체가 공사장으로 변해 상인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추석을 앞두고 임시포장을 했지만 어려움은 여전한 상태다. ⓒ 홍성현
장날이었던 지난 11일 경남 양산시의 대표적인 재래시장인 남부시장에서 리어카로 버섯장사를 하던 한 상인의 푸념 섞인 말이다. 직접 말을 하진 않지만 대부분 상인이 굳은 표정을 지으며 이 말에 동조했다.
민족 최대의 명절이라는 추석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재래시장에서 이제 '추석 대목'이라는 말이 사라진지 오래다. 백화점이나 대형 할인마트에 손님을 다 빼앗기고 존재마저 위협받고 있는 재래시장을 추석이라는 반가운 명절도 이제는 도와주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올해 남부시장은 아케이드 사업과 한전지중화 사업, 하수관거 정비 사업이 맞물리면서 시장 전체가 공사판으로 변해 손님도 예년만 못하다. 먼지 날리는 시장에 장을 보러 나올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아동복 매장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그나마 오늘은 장날이라 나은 편이죠. 공사를 잠시 중지하니까요. 평일에는 공사한다고 모든 길을 다 파헤쳐서 사람이 다닐 수도 없어요. 누가 먼지 풀풀 날리고 시끄러운 시장에 물건을 사로 오겠습니까?"라며 현재 상황을 전했다. 추석을 앞두고 상인들의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이고자 먼지 날리는 시장길에 임시포장을 했지만 손님들의 발길은 뚝 끊어졌다. 당연히 시장 상인들의 매출도 줄었고 떠들썩하던 명절 분위기도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시장 분위기에 따라 울고 웃는 상인들의 표정도 어둡다. 장을 보러 나온 아주머니들이 좁고 울퉁불퉁한 시장길에서 힘겹게 손수레를 끌고 다니는 모습이 종종 보인다. 이미 가격경쟁력과 편리함에서 대형 할인점에 밀린 재래시장이 공사로 탓으로 오는 손님마저 내쫓은 격이니 시끌벅적 신바람 나던 예전의 재래시장은 온데 간데 없다. 신명나는 떠들썩함이 아닌 어수선한 시끄러움이, 차분함을 넘어선 적막함만이 시장 전체를 감싸고 있다. 남부시장 상가상인회 손경원 회장은 "요즘 세상에 불편하면 손님이 안 오는 게 당연하죠. 아케이드 사업으로 건물주인 입장에서는 좋아할지 모르지만 상인들 입장에서는 당장 생활이 어려워지니 불만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다보니 아케이드 사업 당장 때려치우자는 원성도 많습니다. 앞으로 좋아질 것이라고 설득을 해도 당장 눈앞에 닥친 현실 때문에 불만이 많은 것이 사실이죠"라고 말했다. 생존의 기로에서 위협받고 있는 재래시장. 이래저래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더 나은 미래를 위한 꿈을 키우는 상인들도 보인다. "아케이드 사업이요? 당연히 불편하죠. 공사한다고 장사도 안 되고. 그래도 어쩌나요. 두발 나아가기 위해 한발 물러서는 것 아니겠습니까. 불편하지만 감수해야죠. 다 같이 잘 살아보자고,더 좋아지려고 하는 일인데…. 어디 내 욕심만 채울 수 있나요"
야채 노점상을 하는 한 아주머니는 조금만 참고 견디면 곧 좋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놓지 않았다. 내년 6월이면 남부시장 아케이드 사업이 마무리된다. 내년 추석에는 깨끗하고 손님들이 북적대는 남부시장에서 함박웃음을 지으며, 물건을 파는 상인들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양산시민신문 199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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