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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인의 축제? 광고주의 축제?

대한민국방송광고페스티벌, 그 달콤쌉싸름한 축제

등록|2007.09.19 17:46 수정|2007.09.19 17:55
지난 18일 저녁, 노처녀 검사의 늦깎이 사랑이야기로 인기를 끌며 화제가 되고 있는 <아현동 마님>을 보기 위해 MBC에 채널을 맞춘 대한민국 많은 주부들은 난생 처음 보는 생경한 시상식 때문에 드라마가 쉰다는 사실을 알고는 꽤나 분통을 터트렸을 것이다. 게다가 대종상이니 청룡영화제니, 방송대상이니 영화나 방송과 관련된 여러 시상식 소식은 간간히 들어왔지만, 방송광고에 대한 시상식이라니, 참으로 생소하기 짝이 없다.

이렇듯, 방송광고는 우리의 일상 속에 늘 함께하는 친숙한 대상이지만 그렇게 지상파방송을 통해 시청자들과 광고인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장이 마련된 것은 아마 이번 '대한민국방송광고페스티벌'이 처음이 아닌가 싶다.

이효리가 모델로 출연한 여러 방송광고들을 하나의 이야기로 흥미롭게 엮어보기도 했고 이승기, 윤하, 빅뱅 등 국내 인기가수들이 대표적인 CM송들을 편곡하여 부르는 무대가 마련되기도 했으며, 일선 광고인들의 고단하지만 도전과 열정으로 가득 찬 삶의 편린들을 보여주기도 하는 등 그 첫 시도 치고는 꽤나 다채롭고 이색적이었다. 더불어 이 프로그램은 광고인들의 축제를 넘어 시청자들도 함께 즐길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이 즐겁고 유쾌한 이벤트를 그저 달콤하게 즐길 수만 없었던 이유는 이 축제의 현장에서마저 잠시도 벗어날 수 없는 일선 광고인들의 숙명을 곱씹어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광고인의 축제임에도 불구하고, 수상의 순간 예외 없이 광고인들은 다시 조연의 역할에 충실하기 마련이다. 광고주가 수상소감을 말하는 동안 그 뒤에 서서 빙긋이 미소만 짓고 있던 어느 광고인의 모습이 눈에 밟힌다. 또 어느 카피라이터는 "훌륭한 광고는 훌륭한 크리에이터에 의한 것이 아니고, 훌륭한 광고주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말도 있습니다. 광고주께서 좋은 안을 사주셔서 좋은 광고가 가능했습니다"라는 수상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사실 정치적으로 보자면 광고계의 이 유명한 금언마저도 그리 공정치만은 않다. 이는 결과적으로 피와 땀이 어린 그 멋진 결과물에 대한 자신들의 상당한 기여마저도 광고주에게 그 공을 돌리는 셈이기 때문이다. 광고인의 축제를 표방한 이 이벤트가 짧게나마 마치 '광고주의 축제'처럼 보인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광고인, 고객을 위해 순교를 맹세하다

간혹 광고인들은 독실한 종교인에 비교되기도 한다. 자기들끼리의 이야기겠지만, 종종 광고인들은 광고주를 '주님'으로 칭하기도 한다. 광고주의 크고 작은 의사결정에 따라 자신들의 땀의 결정체가 세상의 빛을 보거나 혹은 사장되기도 하며, 심지어 소속된 회사의 존망이 좌우되기도 한다.

그렇기에 응당 광고인이라면, 또한 좋은 광고를 만들기 원한다면, 또 조금 솔직하게 말해 생활인으로서 입고 먹을 몫을 챙길 수 있으려면, 자발적으로 광고주의 제품을 깊이 사랑해야 하는 것은 기본이거니와, 또한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해서 광고주 역시 진실하게 사모해야 함이 마땅하다.

산업적 측면에서 보자면, 광고주는 광고시장이라는 마켓에서 자신들의 제품을 가장 매력적으로 보이게 할 수 있는 '광고'를 구입하고자 하는 소비자이고, 광고인들은 서로 자신이 최선을 다해 만든 '광고상품'을 경쟁적으로 판매하고자 하는 생산자이다. 그러므로 고객을 정성을 다해 모시는 광고인들의 성실한 태도는 그들의 프로정신을 반영하는 것이다.

사지에 내던져진 선교사들이 프로정신에 입각해 순교를 각오하듯, 광고인들도 광고주의 성공과 안녕을 목표로 밤을 낮 삼아, 술·담배를 벗 삼아, 때론 가족도 외면한 채 순교를 각오하는 치열한 프로정신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광고인들은 무엇으로 사는가?

대한민국방송광고페스티벌의 엔딩을 장식한 '광고인의 일상'에 대한 영상을 보자면, 광고인들이 그 치열한 일상 중에서 느낄 법한 피로감에 대한 치유의 어루만짐이 있다. 아무리 힘들더라도 주변 누군가의 "그 광고 네가 만든 거야?"라는 말 한마디가 모든 피로감을 깨끗하게 날려버린다는, 많은 광고인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바로 그 말이다.

일하는 시간과 노력에 비하자면 그다지 높은 보수를 받는 것도 아니고, 어디서 대단한 대우를 받아가며 일할 수 있는 환경도 아니며, 수많은 종류의 스트레스와 압박들을 견뎌내야만 함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버티게 하는 힘은 산고의 고통을 겪은 후 만나게 되는 자식 같은 그 결과물을 마주하게 되는 기쁨과 그 결과물에 자신의 존재가치를 투영하게 되는 '크레딧'일 것이다. 그러나 그 마저도 대한민국방송광고페스티벌에서 확인 할 수 있듯 '광고주에게 영광 돌리며' 그저 한 발짝 물러나 혼자 속으로나 박수치며 누릴 수밖에 없는 그런 소박한 것이다. 

광고인을 위한 진정한 축제가 되어주길

그럼에도 불구하고, 쉽사리 그 원천을 알 수 없는 자기만족감과 거기에 부수되는 작은 보상들로도 만족하는 광고인들의 습성상 대한민국방송광고페스티벌은 분명 그들의 자부심을 더해주고, 자신의 존재 이유를 재확인하는 상당한 자극제가 되었을 것이다.

바라건대, 앞선 안목을 가지고 훌륭한 안을 선택한 광고주들의 혜안도 칭찬해주어 마땅한 것이지만, 그보다 대한민국방송광고페스티벌의 진정한 주인공으로 인정해 주기에 손색이 없는 광고인들이 더욱 누릴 것이 많은 행사로 발전해 갈 수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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