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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개발 NO!, 역사와 문화 YES!

산업도로 개설놓고, 인천시와 주민 대립 이어져

등록|2007.09.19 17:29 수정|2007.09.19 17:31

▲ 배다리를 관통해 인천항까지 연결되는 산업도로 예상도 ⓒ 한만송

인천 근현대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 쉬는 배다리가 인천시 중구와 동구를 관통하는 산업도로로 사라질 위기에 놓여 이 지역 주민들의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중구-동구 관통 산업도로 무효화를 위한 주민대책위원회(주민대책위)'가 19일 기자회견을 갖고 "안상수 시장은 산업도로 무효화와 역사와 문화의 도시로 만드는 새로운 행정절차를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천시는 2011년까지 중구 신흥동 삼익아파트~동구 동국제강을 연결하는 길이 2570m, 폭 8차선의 산업도로를 신설키로 했다(그림 참조).

1998년부터 추진된 이 사업에는 총 1254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며 현재 45%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으나, 산업도로가 지나가는 주변 주민들의 반발로 인해 도로 개설이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주민들과 인천 시민단체들은 산업도로가 지나가는 곳이 인천의 근현대사 역사와 문화가 잘 보존돼 있고, 산업도로로 인해 주거 환경이 파괴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산업도로가 지나가는 인천 배다리 헌책방 거리는 동인천역 인근에 위치한 거리로 한국전쟁으로 폐허가 된 거리에 손수레와 노점상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기 시작해 형성돼, 70년대에는 40여개의 헌책방이 자리 잡을 정도로 호황을 이뤄, 인천에서 생활한 30, 40대 이상의 인천사람이라면 학창 시절 참고서나 문제집 또는 사회과학 서적을 구하기 위해 이곳을 방문했던 경험을 갖고 있을 것이다.

또 이곳에는 1920년대 문을 열어 70년이 넘도록 '인천소성주'를 제조했던 인천 양조장과 1892년 개교한 국내 최초의 사립학교인 영화학교가 있다. 이외에도 1897년 경인철도 공사가 처음 시작된 지점을 알리는 기념비를 비롯해 1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창영초등학교 등이 위치해 인천 근현대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쉬는 곳으로 평가되고 있다.

주민대책위는 이날 "김진영 종건 본부장은 지난 14일 개최된 주민 설명회에서 주민들의 요구 사항인 '산업도로 무효화와 교육․문화․녹지 공간 조성'을 확인했고, 17일 그 사실을 안 상수 시장에고 보고하겠다고 밝힌 만큼, 안 시장 더 머뭇거리지 말고 도로 건설 무효화를 즉각 선언하고 동구를 역사와 문화의 도시로 만드는 새로운 행정절차 수립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 문제는 98년부터 시작돼 10년 동안 쟁점 현안이 돼 온 만큼 인천시는 이 문제를 그 어떤 현안 문제보다 시급히 해결해야할 인천시의 긴급 현안으로 분류해 논의한 후 빠른 시일 내에 제2차 주민 간담회를 개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외에도 주민대책위는 "인천시는 중단한 공사에 대해 주민과의 합의 없이 공사를 재개하려는 일체의 행위를 시도해서는 안 되고, 주민들을 분열시키려는 일체의 말과 행동이 있어서도 안된다"면서, "주민대책위도 산업도로 무효화에 따른 대안을 마련하는 일도 준비해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배다리를 지키는 인천시민모임 공동집행위원장을 맞고 있는 이희환씨는 "주민들은 보상을 바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살고 있는 삶의 공간과 문화를 지켜내고자 하는 맘"이라며, "인천시의 무분별한 개발은 인천의 문화와 역사를 파괴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오죽하면 인천시의 무분별한 개발을 반대하기 위한 인천의 수십여개 주민대책위가 시민단체와 연대를 구성 했겠냐"며, "문화와 역사적 가치를 파괴하고 혈세를 들여 새로운 공간과 조형물을 억지로 만드는 것은 개발주의자들의 천박한 문화관과 역사관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인천시를 비난했다.

▲ 인천에서 학창시절을 보냈던 많은 사람들에게 꿈, 희망 그리고 추억을 만들어 준 인천 동구 배다리 책방거리. 그 거리가 산업도로 신설로 그 자취를 잃어버릴 위기에 놓이게 됐다. ⓒ 한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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