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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 이야기 전한 것은 문제없다?"

이명박 직접 해명에 여성계 발끈... "문제제기 잘못 이해하고 있다"

등록|2007.09.19 17:28 수정|2007.09.20 10:05

▲ 19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한법률구조공단 강당에서 열린 신용불량자와의 '타운미팅'에서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생각에 잠겨 있다. ⓒ 권우성



'마사지걸' 발언에 대한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의 해명이 또다시 화근이 되고 있다.

이 후보는 19일 오전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나 "내 이야기가 아니라 선배의 이야기를 전한 것"이라고 '마사지걸' 발언의 의미를 축소했다. 이 후보는 "45년 전 남의 이야기, 우리 선배의 이야기를 전한 것"이라면서, 여성단체를 향해 "문제삼지 말라고 하라, (여성계에서) 잘못 알았다"고 말했다.

여성계는 이에 대해 "이 후보의 여성계의 문제 제기를 잘못 이해하고 있다"고 일축했다. 여성단체 인사들은 "문제의 핵심은 '이 후보가 퇴폐업소에 갔느냐 안 갔느냐' 여부가 아니다"며 "이 후보가 '인생의 지혜'라면서 성 상품화 발언을 전달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남윤인순 한국여성연합대표(이하 여성연합)는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내 이야기가 아니다'는 것은 해명이라고 할 수 없다"며 "남의 경험이라 하더라도, 이를 '인생의 지혜'라고 소개한 것 자체가 잘못"이라고 반박했다.

남윤 대표는 "'얼굴이 덜 예쁜 여자를 고르라'는 것을 인생의 지혜라고 소개하는 것은, 이 후보가 자신도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에 남들에게 전달하는 것 아니냐"며 "여성을 상품화하는 이 후보의 잘못된 인생철학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남윤 대표는 이어 "우리는 처음부터 '이 후보가 마사지업소를 갔다'는 것을 문제삼은 것이 아니다"면서 "여성단체가 오해한 적은 없다"고 못박았다. 이 후보가 여성계에 "(이번 발언을) 문제삼지 말라"고 한 데 대한 여성계의 답변인 셈이다.

여성계 "이 후보, 여성계 문제 제기 잘못 이해하고 있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은 "남의 경험을 전했을 뿐이라고 하지만, 그렇다면 이 후보는 선배의 발언에 대해 자기 검열이나 옳고 그름의 판단을 하지 않은 것이냐"며 "왜 그런 발언을 '인생의 지혜'라며 전하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 소장은 "한 나라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의 인권 의식이 이 정도밖에 되지 않느냐"며 "잘못된 발언이라고 생각한다면, 해명이 아니라 자성을 해야 한다"고 이 후보를 비난했다.

한편 여성연합은 20일 오후 1시 여의도 한나라당사 앞에서 이 후보의 여성비하 발언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이들은 이 후보 발언에 대해 "여성의 인권을 모독한 몰상식한 언행"이라면서 이 후보의 공개 사과를 촉구할 예정이다.

이 후보는 지난달 28일 일간지 편집국장들과의 만찬 자리에서, '인생의 지혜'에 대해 이야기하던 중 "(현대건설 재직 당시 타이) 현지에서 오래 근무한 선배는 마사지걸들이 있는 곳을 갈 경우 가장 얼굴이 덜 예쁜 여자를 고르더라, 예쁜 여자는 이미 많은 손님들을 받았겠지만 예쁘지 않은 여자들은 자신을 선택해준 게 고마워 성심성의껏 서비스를 하게 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보도됐다.

여성연합 등 5개 여성단체들은 이에 발언의 진위 여부와 여성에 대한 이 후보의 인식 등을 묻는 공개질의서를 보냈다. 한나라당은 이 후보를 대신해 보낸 답변서에서 "골고루 기회를 주자는 뜻이었을 뿐, 여성을 비하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가 '마사지걸' 발언에 대해 "발언한 적 없다"(17일 한나라당), "선배의 이야기를 전한 것"(19일 이 후보)이라는 등 엇갈린 해명을 내놓자, 발언의 현장에 참석했던 언론사 편집장들의 입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사)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은 19일 발표한 성명을 통해 "이 후보에게 접대를 받은 언론사 편집장들은 입을 열라"며 "대통령 후보의 주요한 자질 검증을 외면한 대다수 언론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민언련은 "지난 13일 <오마이뉴스>가 보도한 이 후보의 발언은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도 변명이 불가능한 명백한 '여성비하'였다"며 "하지만 이를 감시하고 비판해야 할 언론은 발언의 진위 여부를 밝히는커녕 이 후보보다 더 한심한 작태를 보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어 "<오마이뉴스>가 첫 보도한 13일부터 <한겨레> 이외에 어떤 신문도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다"며 "대선이 3개월여 앞으로 다가왔음에도 후보들의 도덕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것은 언론의 직무유기"라고 꼬집었다.

민언련은 또한 "이 후보와 편집국장들과의 만남은 그 자체가 매우 부적절했다"며 "언론사들은 관례처럼 '오프 더 레코더(비보도)'에 대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침묵한 것이라고 변명하겠지만, 이번 만남은 유력 대선주자에게 일종의 향응을 제공받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만찬 자리에는 <한겨레>를 비롯해 <경향신문> <국민일보> <내일신문> <문화일보> <서울신문> <세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연합뉴스> 편집국장들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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