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마을 '핸섬 보이', 생일 떡 받아요
원어민 총각 교사 위해 준비한 섬마을 아이들의 깜짝 이벤트
▲ 생일축하합니다. ⓒ 김치민
아이들은 며칠 전부터 두 선생님 생일 파티 준비를 해왔다. 녀석들끼리 회의를 하고 떡을 맞추고 음료수를 준비했다. 떡은 인터넷으로 여수 떡집에 주문하고 시루떡은 휘수 어머니께 부탁했다.
금요일 아침, 우편배달을 하시는 혜원이 아빠에게 주문한 떡이 오면 11시까지 학교에 도착하도록 해달라고 신신당부했다. 휘수 어머니께도 다시 확인했다. 이안 선생님과 수업이 4교시이니 11시 30분까지는 학교에 모든 준비물이 도착해야 한다.
벌써 11시다. 교문 쪽을 아무리 보아도 떡을 가져오는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다. 깜짝 파티여야 하는데 큰일이다. 하는 수 없이 이런 저런 이유를 대며 수업시간을 5교시로 바꿨다. 선생님께서 웃으시며 흔쾌히 허락하는 것이 이미 눈치 채신 모양이다.
점심시간이 되어도 주문한 떡이 오지 않는다. 점심시간에 휘수 어머니는 방앗간에서 아직 떡이 오지 않는다며 롤케이크와 양초를 들고 오셨다. 섬마을에서 생활하는 어려움과 설움이 가득하다. 아이들은 애써 준비한 것들이 무산되는 섭섭함을 감추지 않는다. 그래도 어쩌랴.
▲ 다정하게 촛불을 끄세요. 선생님 생일 축하합니다. ⓒ 김치민
"Happy birthday to IAN & Golden Girl……."
두 분 선생님은 환하게 웃으시며 케익을 자르고 '고맙고 사랑한다'고 말해주었다.
▲ . ⓒ 김치민
지구 반대편에서 날아와 작은 섬마을을 순회하며 생활하는 이안 선생님이 참으로 고맙다. 숲속의 사슴벌레와 숨바꼭질하고 고라니와 달리기 시합하며 생활하는 아이들. 할머니의 구부정한 모습이 익숙하고, TV 화면의 화려한 이야기들이 먼 나라 이야기처럼 흘려듣는 아이들이다. 작은 가슴에 어머니의 희미한 잔상을 담고 사는 녀석들, 엄마 아빠가 먼 바다에 고기 잡이 나가면 며칠씩 혼자 끼니를 해결하는 녀석들, 할머니 할아버지의 느린 걸음을 말없이 쫓아가는 녀석들이다. 녀석들이 먼 나라에서 오신 이안 선생님의 진한 향수를 느꼈을 지도 모른다.
인지상정이라 했던가. 섬마을 아이들이 노랑머리 총각 선생의 생일파티를 준비했다. 맛있는 시루떡에 양초를 꼽고 우리 떡 맛을 보여주고 싶었지만 섬은 허락하지 않았다. 아이들은 이런 상황에 익숙하다. 섭섭함도 잠시 환한 웃음으로 아이들은 행복을 만든다. 녀석들을 보는 선생님들은 아이들보다 더 행복하다.
토요일 아침 아이들이 떡 상자를 들고 등교했다. 어제 오후 늦게 도착한 생일 떡이다. 이안 선생님께 드리지 못했지만 녀석들은 교실과 교무실에 한상씩 차렸다.
"선생님 떡 드세요. 세상에 이제야 생일 떡이 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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