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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향기' 맡으러 종로구 가회동으로

30일, 소설가 박범신과 함께하는 '서울 속 문학투어'

등록|2007.09.20 19:13 수정|2007.09.20 19:15

▲ 소설가 박범신. ⓒ 홍성식


먼저 서울 종로구 가회동을 공간적 배경으로 하는 박범신(61)의 소설 <외등>의 한 대목을 옮겨보자.

'그것은 쓸쓸한 외등이 아니라, 세상을 향해서 가미카제처럼 외치고 싶은 분노의 외등이 아니라, 사랑의 외등이었다. 나는 꿈속에서, 목련나무에 걸린 등불들이, 세상 끝까지, 산과 강과 도시를 넘어, 도미노로, 환하게, 만개한 목련꽃처럼, 제 가슴의 외등을 일제히 켜드는 것, 오래오래 보고 있었다.'

작가와 독자들이 함께 '소설 속 공간'을 찾아가 그 지역에 숨겨진 문학적 향기를 다시 음미한다는 취지로 기획된 '서울 속 문학투어'가 오는 30일 서울 종로구 가회동 일대에서 진행된다. 참여작가는 소설가 박범신.

앞서 언급된 <외등>은 197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굴곡진 한국현대사를 온몸으로 통과해온 주인공들의 사랑과 죽음을 다루고 있다. 1993년 <문화일보>에 연재됐으나 작가의 갑작스런 '절필 선언'으로 끝을 내지 못했던 작품. 박범신이 이 작품을 완성해 세상에 내놓은 것은 그로부터 9년이 흐른 2001년이다.

이날 박범신은 독자들과 함께 가회동을 돌아보며 자신의 작품 세계와 <외등>에 얽힌 뒷이야기를 들려줄 예정이다. 박범신이 사용하는 낭만적인 문장처럼 행사의 명칭도 로맨틱하다. 이름하여 '다시 가회동에 외등 밝히러 간다'.

이번 행사를 주관한 문학나눔사업추진위원회(위원장 김치수)에 따르면 "독자와 작가가 함께 유연하게 이어진 기와집 골목을 걸으며 역사의 격랑을 헤쳐온 <외등> 속 인물들에게 가회동이 어떤 의미였는지 짚어보게 될 것"이라고.

이번 행사의 사회는 문학평론가 이선우가 맡았다. 노래패 '조국과 청춘'에서 활동한 바 있는 '영원한 거리의 가수' 손병휘도 함께 해 <외등>의 주인공들과는 또 다른 방식으로 자신이 건너온 1980년대를 노래로 들려준다.

이번 행사의 초대작가 박범신은 1946년 충남 논산에서 태어나 1973년 중앙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문단에 나왔다.

그의 작품 <죽음보다 깊은 잠> <풀잎처럼 눕다> <물의 나라> 등은 수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은 베스트셀러. 몇 년 전엔 장르를 시(詩)로까지 확대, <산이 움직이고 물은 머문다>라는 제목의 시집을 내기도 했다. 2001년엔 김동리문학상을 2003년엔 만해문학상을 수상했다.
덧붙이는 글 관련문의 : 02)760-4690(문학나눔 사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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