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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국은 늘 여러분을 기다립니다

해외동포에게 들려드리는 고국의 한가위 소식

등록|2007.09.22 15:32 수정|2007.09.22 18:28

플래카드마을 들머리에 걸린 귀성객 환영 플래카드 ⓒ 박도


쪽지함의 메일들

누군가 나를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삶의 의욕을 갖게 하는 흐뭇한 일이다. 이따금 <오마이뉴스> 쪽지함을 열면 메일이 기다라고 있다. 가장 최근에 온 메일이다.

"선생님의 글이 번민했던 제 마음을 정리해 주는 것 같습니다. 미국 땅에서 13년째 살아도 마음을 주지 못했습니다. 30대 중반으로 이룬 것이 없어 무척 초조하고 힘들었지요. 점심시간에 동료에게도 선생님의 글을 간단히 소개하며 저도 그렇게 살고 싶다고 웃으며 얘기 했습니다. 좋은 글 감사 하고요. 면식은 없으나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빕니다."  - 시카고에서 최정아.

이밖에도 버지니아 주 알렉산드라시에 사시는 황병용씨, 플로리다 주에 거주하시는 김명곤씨, 지명은 밝히지 않고 그냥 해외에 산다는 조수경씨 등이 이런저런 다정한 사연을 담아 메일을 보냈다. 숱한 메일 가운데는 친지나 제자 등 아는 이도 있지만, 한번도 만난 적 없는 분이 더 많고, 국내에 사는 분보다 해외에 사는 동포들이 더 많다.

아마도 고국을 그리는 마음으로, 고향의 흙냄새를 그리는 향수로 내 기사를 찾나 보다. 한때 이런저런 바쁜 일로 <오마이뉴스> 기사 송고를 중단했더니 내 메일함으로 기사를 몹시 기다린다는 애소를 받기도 했다.

코스모스가을의 전령사인 코스모스가 마을 들머리 길가에서 하늘거리고 있다. ⓒ 박도


언제든지 오십시오

해외에 나가면 누구나 애국자가 된다고 한다. 비록 한국이 싫어서 떠난 이조차도 곧 향수병에, 마치 못난 친정어머니를 더 그리는 자식처럼 고국을 그리워한다고 한다. 해외에서 동포를 만나면 국내 사람보다 더 국내뉴스에 정통하다.

그 까닭은 요즘은 위성방송, 인터넷이 널리 보급되어 거의 실시간으로 국내소식을 듣는다는데, 텔레비전 채널은 아예 국내방송에 고정시켜놓았고, 인터넷도 시작페이지를 국내사이트에 연결해 놓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눈에 삼삼한 귀국길이 이런저런 사정으로 막상 그렇게 쉽지는 않을 것이다. 올 추석도 해외에서 보내는 동포에게 고국의 한가위 추석 소식을 전하고자 한다.

"고향에 오심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추석 명절에 고향에 오심을 환영합니다"
"고향은 항상 여러분과 함께 합니다"


풀 베기추석맞이 마을 길 풀 베기를 하는 주민들 ⓒ 박도

최근의 추석은 시골 마을 곳곳에 내건 귀성객 환영 플래카드로 시작한다. 오늘 아침 이장님의 마을방송은 내일 아침 식전에 추석맞이 마을 길 풀 베는 일이 있다고 집집마다 한 사람씩 제초기나 낫을 들고 나오라는 전달이다.

올 여름은 사흘이 멀다 하고 내내 아주 징그럽게 비가 자주 내렸다.

그래도 하늘은 알곡을 여물게 하여 풍성한 한가위를 맞게 하고 있다. 감사하고 감사할 일이다.

지붕 위의 호박도 누렇게 먹음직스럽게 익었고, 들판에 벼들도 누렇게 익어 허수아비들이 곡식을 지키고 있다. 마을 들머리에는 코스모스가, 산길에는 갈대와 억새가 하늘거린다.

벼 논허수아비들이 벼 논을 지키고 있다. ⓒ 박도


호박지붕 위에 호박이 누렇게 익고 있다. ⓒ 박도


추석을 앞둔 시골 대목장에는 모처럼 사람들로 발 디딜 틈도 없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흥겨운 명절맞이 풍경이 여기저기서 벌어지고 있다.

해외에 계신 동포 여러분! 고국은, 고향은 늘 여러분을 기다립니다. 언제든지 오셔서 그리던 고국산천 품에 안겨 고향의 송편을 마음껏 드시고 가십시오.

대목장 풍경한가위를 앞둔 횡성장 ⓒ 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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