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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한 귀향과 이명박의 글로벌 스탠더드

[손석춘 칼럼] 추석 연휴에 '세계 표준'의 참뜻 논의를

등록|2007.09.22 20:12 수정|2007.09.27 15:23

끌려나오는 여성노동자16일 새벽 0시 30분경 서울 중랑구 홈에버 면목점을 기습점거한 이랜드일반노조 조합원들이 점거농성 3시간여 만에 경찰에게 강제연행되고 있다. <사진제공 노동과세계 이기태> ⓒ

한가위다. 연휴를 앞두고 '서울노동광장'의 노동자들과 만났다. 강연을 마치자 한 노동자가 진지하게 문제를 제기했다. 왜 국민이 노동조합을 신뢰하지 않는지 도통 이해할 수 없다는 항변이었다.

그랬다. 최근 한국노동연구원이 발표한 연구보고서에서 노조의 신뢰도는 기업이나 정부, 언론보다 더 아래로 나타났다. 부자신문들은 서슴없이 꼴찌라고 조롱했다.

역대 어느 정권보다 많은 노동자들이 구속당한 상황이기에 그 노동자의 울뚝밸은 더했다. 그 뿐인가. 이랜드나 KTX가 상징하듯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한가위는 우울할 수밖에 없다. 양극화가 심해지기에 더 그렇다.

문제는 우울한 귀향만이 아니다. 앞으로 생활이 나아질 전망조차 보이지 않는 데 있다. 성큼 다가온 대통령선거도 현재로선 노동자들에게 희망을 주지 못한다. 노무현 정권의 노동배제 정책보다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 않을 후보가 가장 당선이 유력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명박 후보도 추석 연휴의 민심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잘 알고 있다. 그래서다. "국민 속으로"를 내걸었다. 추석 연휴에 '민생 탐방'을 하겠다고 밝혔다. 농촌과 노동 현장을 찾겠단다.

하지만 농민을 만나고 노동자를 만난다고 해서 그가 민생에 가까이 다가설 수 있을까. 아니다. 문제는 그의 사고이고 그의 정책이다.

이명박 후보는 연휴를 앞두고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주한유럽연합상공회의소(EUCCK) 초청 오찬간담회에 참석했다. 노사관계 질문을 받은 이 후보는 거침없이 "차기 정권은 우선적으로 기초질서를 확립하고 노사 문화를 글로벌 스탠더드로 정착시키는 일을 최우선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물론, 이 후보가 노동운동을 비난해온 것은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그가 '기초질서 확립'과 함께 '글로벌 스탠더드'(세계 표준)를 강조하는 데 있다.

과연 이 후보에게 '세계 표준'은 무엇일까. 한국의 여론시장을 독과점한 언론의 일관된 선동 탓에 이 땅에서 '세계 표준'은 신자유주의와 등식이다. 하지만 어떤가. 전혀 사실이 아니다.

이명박 후보의 '글로벌 스탠더드' = '신자유주의'?

▲ 지난 6월 11일 경선 출마 기자회견 당시 이명박 후보를 지지하는 모임인 'MB연대' 대표가 민생과 경제를 살리자는 뜻으로 화분을 선물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단적인 보기를 들어보자. 얼마 전 한국에서도 유엔 글로벌콤팩트(Global Compact) 한국네트워크가 열렸다. 글로벌 콤팩트(세계 협약)는 지난 2000년 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의 제안으로 발족했다. 노동, 인권, 환경, 반부패를 비롯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관한 10대 원칙으로 이루어진 협약이다. 현재 온 세계 116개 나라에서 4500여 기업이 가입해 있다.

눈여겨 볼 것은 '글로벌 콤팩트'의 내용이다. 글로벌 콤팩트의 노동 표준(Labour Standards)을 보면 기업이 노동권 강화에 나서야 함을 명문화하고 있다. 고용은 물론이고 업무에서도 차별을 배제해야 한다. 뒤늦게 한국에서도 그 협약에 가입한 대기업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다행스럽고 좋은 일이다.

비단 글로벌 콤팩트만이 아니다. 심지어 다국적 컨설팅 업체인 '맥킨지'조차 최근에 낸 '경쟁의 새 규칙 형성'이란 연구보고서에서 해를 끼치지 않은 기업을 선호하는 '윤리적 소비자'들이 세계적으로 늘고 있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그래서다. 이명박 후보가 강조하는 '글로벌 스탠더드'가 과연 무엇인지 추석 연휴에 정확하게 물어야 할 때다. 과연 노 정권의 노동배제 정책을 더 강화하는 게, 더 엄혹하게 법을 적용해 '기초질서 확립'을 이루는 게, 세계 표준으로 생각한다면, 이제 이명박의 무지와 낡은 사고를 적극 알려야 할 때다. 그가 생각하는 세계 표준이 얼마나 표준에서 낙후되어 있는가를 온전히 드러내야 옳다. 부자 신문들이 입을 모아 부자 후보만 비호하고 있기에 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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