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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속의 '공공미술'

등록|2007.09.23 15:56 수정|2007.09.23 15:58
내가 사는 동네는 옛날부터 전래되는 동네이름이 송강동(松江洞)이고, 행정상 주민편의를 위해 부르는 이름은 구즉동(九則洞)이다. 구즉동은 전국적으로 널리 알려진 묵마을 동네로, 대덕연구개발특구의 첨단산업 중심지역이기도 하다.


▲ 송강동 새마을공원안에 있는 '금석교' ⓒ 한미숙


▲ 송강동유래비. ⓒ 한미숙


대전광역시 유성구 송강동 ‘새마을공원’ 입구를 들어서면 돌에 새겨진 ‘금석교(金石交 )’가 눈에 들어온다. 사람을 사귐에 있어 금석같은 믿음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금석교 뒷면에는 ‘송강동유래비(松江洞由來碑)’가 있다. 그 뿐이 아니다. 양옆으로는 효(孝)와 정(情)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글도 있다.

▲ 효를 강조한 글. ⓒ 한미숙

"나무가 조용히 있으려 하나 바람이 가만 두지 아니하고, 자식이 부모님을 잘 봉양하려 하나 부모님이 기다려 주지 않는구나" (수욕정이 풍부지/자욕양이 친부대)
동네사람들이 다양하게 이용하는 공공의 장소에 놓여 공공성의 의미를 띤 ‘공공미술’은 그 공간을 사용하는 시민들과 지역주민들에게 보여지는 것이다. 공공미술은 공적인 시각환경에 인간적이고 사회적인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1960년 중반 이후 새롭게 도입된 개념이다.

땅의 경계긋기와 건물의 이름을 짓는 것만으로 한 도시를 구분 지을 수 있는 것일까. 낯선 길을 지나가다 만나는 허름한 나무장승, 다 쓰러져 가는 오두막 마당 한구석에 놓인 돌절구도 ‘문화유산’이란 이름으로 재탄생되어 사람들에게 각별한 의미를 갖게 한다. 공공의 공간에 놓여진 비석이나 조각품 따위는 건물과 도시의 단순한 부속물 개념이 더 이상 아니다.

날마다 만나는 우리 동네의 공공미술은 누구의 작품인가. 유래비와 금석같은 믿음을 강조하는 우정, 효도와 정을 가슴에도 새기게 하는 글은 또 공원이라는 주변환경과 정서에 얼마나 잘 어울릴까 생각해본다. 공공미술을 보면서 내 생활에 그것들이 아무런 상관이 없다면 ‘작품들’은 한갖 제한된 장소를 장식하는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고 별 의미가 없을 것이다.

친척들이 모처럼 모이는 명절날, 우리 마을엔 어떤 공공미술이 있는지 잠시 눈여겨보는 건 어떨까. 미술관에 가서 예술작품을 감상하는 것이 쉽지 않은 사람들에게 공공미술이 주는 확장된 예술개념의 의미는 크다.
덧붙이는 글 한겨레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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