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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에선 뭘 먹고 살아요?

[생뚱맞은 과학선생의 아프리카 여행 12] 아프리카의 주식, 우갈리

등록|2007.10.30 12:06 수정|2008.01.02 18:23

▲ 2박 3일의 타자라 열차. 멈추는 역마다 먹을거리를 팔기 위해 사람들이 몰려든다. ⓒ 조수영


첫날밤이 지나고 또 다른 태양이 떠올랐는데도 아직도 탄자니아를 달리고 있다. 아침 일찍 창 밖으로 사파리를 즐기며 마시는 모닝커피는 타자라 열차의 하이라이트다.

간이역마다 몰려드는 사람들

▲ 경비가 삼엄한 역에는 감히 접근하지 못하고 눈치를 보며 멀찌감치 물러서 있다가 기차의 손님이 부르면 달려 나온다. ⓒ 조수영



기차가 두세 시간 간격으로 서는 간이역마다 많은 사람들이 손에 손에 돈과 바꿀 음식꺼리를 들고서 창가로 모여들었다. 삶은 달걀을 비롯하여 삶은 옥수수, 튀긴 닭다리, 구운 생선 등 음식의 종류도 다양하다. 음식뿐만 아니라 속옷도 팔고 시계를 파는 사람도 있다.

멀리서라도 창 밖으로 손만 흔들면 쏜살같이 달려왔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달리고 큰 소리로 외치기도 한다. 하나라도 더 팔기 위해 이리저리 두리번거리는 긴장된 눈빛에서 전쟁터의 치열함이 느껴진다.

이들에게 먹을거리를 돈으로 바꿀 수 있는 시간이라고는 잠시 기차가 서는 몇 분 동안만이다. 어물쩍하고 있다가는 창문으로 몰려든 다른 사람들 뒤편에 처져서 멀뚱멀뚱 열차 안의 손님에게 안타까운 시선만 보내게 되는 것이다. 일주일에 두 번 출발하는 노선이니 되돌아오는 노선을 고려해도 이 기차를 놓치고 나면 적어도 하루나절 이상은 기다려야 한다.

처음엔 바나나, 삶은 달걀 같은 음식만 사먹었지만 차츰 멈추는 역마다 새로운 음식을 먹어보는 시도를 해본다. 잘못 먹고 탈나면 어떻게 하냐고 걱정하는 이도 있었지만 다행히 막강 위장은 모든 음식을 무사히 받아주었다. 만두와 비슷하게 생긴 빵은 우리나라보다 더 맛있는 것 같다.

▲ "이게 뭐예요?" "%*$@~&" 도통 대화가 되지 않는다. 무조건 "피프티 실링"(우리돈 500원)만 외치고 있다. 고소한 맛의 정체모를 곤충은 메뚜기 사촌을 볶은 것이라 추정. ⓒ 조수영



아프리카에선 뭘 먹을까?

하루 종일 비좁은 객실에서 6명이 마주앉아 있는 것도 힘든 일이다. 식당 칸으로 갔다. 식사만 하기 위해선 굳이 식당칸까지 찾아가지 않아도 된다. 식사 시간이 되면 웨이터가 메뉴판을 들고 객실로 찾아와 주문을 받아 배달까지 해주기 때문이다. 메뉴는 우갈리와 닭고기 또는 소고기를 곁들인 것이다.

아프리카 사람들에게 우갈리는 우리의 밥에 해당한다. 우리의 밥에 쌀밥, 보리밥, 잡곡밥 등 여러 종류의 밥이 있듯, 우갈리에도 재료에 따라 옥수수 우갈리, 카사바 우갈리 등 여러 가지가 있다.

▲ 우갈리를 젓고 있는 여인. 처음엔 잘 저어지는데 옥수수 가루가 익을수록 찰기가 생겨서 젓는것이 쉽지않다. ⓒ 조수영



옥수수 우갈리를 가장 많이 먹는데 만드는 방법은 간단하다. 흰 옥수수가루에 뜨거운 물을 부어 나무 주걱으로 오래 잘 저으면서 익히면 된다. 첨엔 잘 저어지는데 옥수수가루가 익어 떡처럼 될수록 찰기가 생겨서 젓는 것이 쉽지 않다. 그래서 우갈리를 만들고 있는 여인들은 모두 선 자세로 긴 주걱을 사용해서 우갈리를 젓고 있었다.

옥수수가루라고 하면 약간 노르스름한 옥수수 색깔을 떠올리기 쉽지만 우갈리의 재료가 되는 옥수수는 일단 말린 뒤에 껍질을 많이 벗기고 빻기 때문에 색깔이 희다. 옥수수의 껍질층에는 섬유소도 들어 있고, 노란색 색소에는 폐암에 좋은 성분도 들어 있는데 왜 벗겨내는지 궁금했다. 게다가 껍질층을 벗기다 보면 영양분이 많은 배아부분이 떨어져 나갈 수도 있는데 말이다.

그들의 답은 간단했다. 우갈리가 흰색이기 때문이란다. 우리나라에선 몸에 좋다고 옥수수수염까지 다려서 먹는데 노란 우갈리나 갈색 우갈리가 무슨 상관인가 싶다. 아마도 예전에 우리가 흰쌀밥을 고집했던 때의 기분인가보다.

▲ 우갈리. 그릇에 담아 그대로 덮은 것 같는 모양으로 접시에 담겨 나온다. ⓒ 조수영



여하튼 우갈리는 쌀이나 바나나에 비해 값이 월등하게 싸고 무엇보다 소화가 느려서 포만감이 상당히 오래 지속된다는 이유로 많은 지역에서 주식으로 대접받고 있다.

또 우리가 더운밥을 좋아하듯 우갈리도 반드시 뜨거워야 한다. 그래서 우갈리는 만든 즉시 먹든가 아니면 보온통에 넣어 식는 것을 막는다. 그래서 탄자니아에는 아무리 서민층이라 하더라도 한 집에 보온통 두세 개쯤은 있다고 한다.

▲ 짐바브웨 노점상에서 만난 우갈리 만드는 여인. 직접 저어보았는데 커다란 냄비 전체가 끄덕거릴뿐 우갈리는 섞일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힘도 힘이려니와 요령이 있는가보다. ⓒ 조수영



▲ 짐바브웨 시장의 노점. 즉석에서 만든 우갈리와 닭튀김을 팔고 있다. 쫄깃한 육질이 정말 맛있다. ⓒ 조수영



반찬은 뭘 먹지?

주문했던 식사가 나왔다. 대접에 담아 그대로 엎은 것 같은 모양의 우갈리와 소고기 스프의 가격은 우리 돈으로 1500원이다. 종업원이 가져온 대야에 손을 씻으니 일류 호텔 식당에 온 것 같다.

우갈리 그 자체는 아무 맛도 없고 푸석푸석해서 반찬이 필요하다. 포크로 한번 떠먹었는데 푸석푸석한 것이 씹는 느낌도 좋지 않고 아무 맛이 없다. 도움을 청하지도 않았는데 옆 테이블의 아저씨가 자기를 따라 하란다. 나온 음식을 먹지는 않고 이리저리 사진 찍는 모습에 초보자 티가 났나보다. 하긴 식당차에 있는 현지인들의 시선은 모두 낯선 동양인에게 쏠려 있었다.

우선 덩어리에서 한 입에 먹을 만큼 떼어낸다. 주먹을 폈다 오므렸다하며 손바닥 안에서 우갈리를 주무르면 푸석했던 찰기가 생겨 떡처럼 되었다. 설탕이 들어가지 않은 백설기의 맛이다.

이 떡처럼 된 것을 같이 나온 고기스프에 찍어먹는데 떡을 육개장에 찍어먹는 맛이다. 일반 가정에서는 형편에 따라 삶은 콩이나 삶은 멸치, 야채를 푹 익힌 음치차라는 국물에 적셔서 건더기와 함께 먹는다.

▲ 우갈리의 반찬으로 나온 고기 스프와 콩. 일반 가정에서는 고기대신 나물을 삶은 음치차에 찍어 먹는다. ⓒ 조수영



▲ 바바나를 길거리에 쌓아두고 팔고 있다. 남자가 먹고 있는 사탕수수도 맛있다. ⓒ 조수영



▲ 막걸리와 비슷한 맛을 내는 민속주. 지저분한 플라스틱잔에 한가득 담아준다. ⓒ 조수영



맥주 마시며 비자도 받고, 환전도 하고

우갈리 주무르기에 열중하는 사이 기차는 잠비아쪽에 가까운 꽤 큰 도시인 음베야(Mbeya)에 도착했다. 이곳은 탄자니아에서 말라위로 넘어가는 길목이기도 해서 많은 사람들이 기차에서 내렸지만 6인실인 우리 칸에는 내리는 사람도 없다. 복도 없지 모두 종점까지 가는 사람들이다.

오후 5시, 주위가 어두워질 무렵 정차한 탄자니아의 국경도시 툰두마(Tunduma)에서 탄자니아 출국 심사관이 탔다. 기차 안을 돌아다니면서 출국확인 스탬프를 찍어준다. 잠비아는 탄자니아보다 1시간 느리다

창 밖으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핑계로 식당차에서 탄자니아 킬리만자로 맥주를 마셨다. 우리 입맛에는 담백한 우갈리가 맥주 안주로 괜찮은 것 같다. 국경을 지난 지 두 시간쯤 달렸을까 열차가 잠비아의 국경도시 나콘데(Nakonde)에 도착하니 이번에는 잠비아 심사관들이 기차에 올라타서 입국심사를 한다. 우리는 여전히 식당차에서 맥주에 빠져 있었다.

▲ 잠비아 입국 심사관. 기차에서 출국수속과 입국소속이 이루어진다. ⓒ 조수영



식당차에서 입국신고서도 쓰고 비자도 받았다. 여행한 아프리카 대부분의 나라가 그렇듯 잠비아로 비자비 25달러만 내면 된다. 이것저것 적더니 1분만에 비자 도장을 찍어주었다.

잠시 후 이번에는 환전상들이 열차 안을 돌며 흥정을 한다. 종착역인 뉴 카피리 음포시에는 환전소가 없기 때문에 환전은 주로 기차 안에서 이루어지는데 이 열차 안의 환율이 가장 유리하다고 알려져 있고, 사실 그랬다. 사실 환율을 따져볼 여유가 없다. 일단 국경을 넘으면 더 이상 탄자니아 돈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조금 전까지 탄자니아 실링으로 마셨던 킬리만자로 맥주도 살 수 없다. 지금부턴 잠비아의 기차다.

▲ 잠비아 크와차(Zambian kwacha /ZMK). 경제적 형편이 어려운 잠비아에선 낡아서 숫자까지 지워진 지폐까지 유통되고 있었다. 크와차 계산법은 0을 하나 빼고 3을 곱하면 된다. 1000K는 우리 돈으로 300원에 가격이다. ⓒ 조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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