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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반정부 시위대 수만명 9일째 가두행진

AFP "군정당국의 강제 진압으로 시위대 4명이 숨졌다"

등록|2007.09.27 09:38 수정|2007.09.27 10:30

▲ 미얀마의 반정부시위대가 9일째 가두행진을 벌이고 있다. 사진은 지난 24일, 미얀마 양곤에서 군사정부에 반대하는 승려들의 거리행진 모습. ⓒ AP 연합뉴스

(방콕=연합뉴스) 전성옥 특파원 = 미얀마 군사정부의 야간통행과 집회금지령에도 불구하고 승려들이 이끄는 반정부 시위대 수만명이 9일째 가두행진을 벌였으며 군정당국의 강제진압으로 시위대 4명이 숨졌다고 AFP 등 외신이 26일 보도했다.

승려와 시민 수백여명은 이날 오후부터 양곤의 랜드마크 역할을 하고 있는 불탑인 쉐다곤 파고다 주변으로 몰려들었으며 무장한 군 병력은 이곳으로 통하는 길목 4곳에 철조망을 두르고 시위대의 접근을 막았다.

쉐다곤 파고다는 1988년 3천명이 숨진 것으로 알려진 민주화 운동 당시 시위의 중심지였으며 최근 승려들이 이끌고 있는 반정부 가두행진의 출발지 역할을 해왔다.

경찰은 시위대를 해산하기 위해 경고사격을 하고 최루탄을 발사했으며 방패와 경찰봉을 무자비하게 휘둘러 승려와 시민 등 수십명이 부상했다.

승려들이 이끄는 시위대는 경찰의 해산 명령에도 불구하고 쉐다곤 파고다에서 가두행진을 시작해 그 수가 수만명으로 불어났으며 일부 목격자는 시위대 인파가 10만명에 달했다고 전했다.

AFP 통신은 이날 시위 진압 과정에서 승려 3명을 포함, 시위대 4명이 숨졌다고 미얀마 정부관리과 병원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로이터 통신은 최소 5명이 총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한 승려 지도자는 AFP와 인터뷰를 통해 "국민의 안녕과 복지를 위해 가두행진을 계속할 것"이라며 "충돌이 예상되지만 우리는 국민을 위해 목숨을 바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민주화 운동 지도자인 윈 나잉(70대 후반)과 유명 코미디언인 자가나(40대 후반)는 수일 전 쉐다곤 파고다에서 시위대를 이끈 승려들에게 음식과 물을 대접했다는 이유로 경찰에 체포됐으며 이날 시위현장에서도 200여명의 승려와 시민이 경찰에 붙잡힌 것으로 알려졌다.

미얀마 군정은 이날 0시를 기해 옛 수도인 양곤과 제2도시인 만달레이에 각각 60일간의 통금령과 5인 이상의 집회 금지령을 내렸다. 야간 통행금지 조치는 현지 시각으로 오후 9시부터 이튿날 오전 5시까지 이어지게 된다.

미얀마 군정은 전날 국영 방송을 통해 승려들이 반정부 가두시위를 자제하지 않을 경우 강제진압에 나서겠다고 경고한 상태다.

▲ 26일, 미얀마 양곤에서 무장한 경찰과 군인들이 반정부시위대를 진압하기 위해 곤봉과 최루가스등을 사용하고 있다. ⓒ AP 연합뉴스

미얀마의 강제진압에 따른 유혈사태에 대해 국제사회의 여론도 들끓고 있다.

장-피에르 주예 프랑스 유럽담당 정무차관은 "(미얀마의 반정부 시위는) 확실히 정당하다"며 "유럽연합(EU)은 미얀마의 군사정권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유엔 총회에서 조만간 미얀마의 야당인사를 면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도 이날 노동당 행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유엔 안보리가 즉각 소집돼 미얀마 사태를 논의해야 한다"며 "유엔이 미얀마에 특사를 파견해 어떠한 인권탄압도 용납할 수 없다는 사실을 주지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고무라 마사히코 일본 외상은 기자회견에서 "일본 정부는 미얀마 정부가 (반정부 시위에 대해) 차분하게 대처할 것을 촉구한다"며 "일본 정부는 사태 진행 상황을 주시하겠다"고 말했다.

마치무라 노부타카 관방장관도 "이번 사태가 건설적으로 해결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필리핀의 수도 마닐라에 위치한 미얀마 대사관 앞에선 미얀마의 민주화운동을 지지하는 필리핀인 수십명이 모여 "미얀마 군정종식" 등의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한편 하미드 알바르 말레이시아 외무장관은 "미얀마에 대한 제재를 강화할 경우 군사정권이 아닌 평범한 미얀마 국민이 피해를 입게 된다"며 국제사회의 제재강화 움직임에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sungo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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