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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리는 비에 무너지는 아버지 마음

등록|2007.09.27 13:51 수정|2007.09.27 14:15
비가 참으로 질기게 온다. 우산 장수야 좋겠지만 논농사, 밭농사, 과일농사 짓는 분들은 울상이다.

우리 아버지도 예외는 아니다. 이번 추석 때 아버지의 걱정과 한숨이 귓전에 지금도 맴돌고 있다.

지금쯤이면 햇살이 강하고 선선해서 논의 물도 다 마르고 곡식이 여물어야 하는데, 비는 찔끔찔끔(추석 연휴에도) 내리고, 엎어진 벼에서는 싹이 트고…. (아래 사진)

아직 수확도 하지 않은 벼에서 싹이 텄다는 건 상품 가치가 없다는 얘기다.

엎어지지 않은 부분만 빼놓고 벼를 벨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나마 쨍쨍 말렸다고 수확을 하려고 보니 9월 27(목)에 또 비가 온다네.

그리고 아직 확실친 않지만 주말에도 구름소식이 있는 것 같은데….

추석날 아버지는 차례 지내고 성묘 다녀오기 무섭게 옷을 벗어 던지시고 냄새 나는 (소똥, 돼지똥, 개똥, 닭똥 등등) 작업복으로 갈아입으시고는 곧장 논으로 달려가셨다네….

추석날 오후 내내 아버지는 논에서 허리 굽히시고 자식들이 가는지, 오는지 모르게 그저 일만 하셨다네…. 그것 참!!!

제발 햇살이나 쨍쨍 내리쬐었으면 좋겠다. 이미 망친 일부 벼농사인데, 아버지의 마음을 두 번 죽이는 일이 없도록, 비는 가고 따가운 햇볕이여 오라.

(어제 아침<26일> 도회지로 올라오기 위해 새벽 5시경 짐을 챙기는데, 그때 소 여물 챙겨 주시려 나오시는 아버지. 이슬이 얼마나 내렸나 그것부터 확인하시더군…. 오늘, 벼를 베는 날이거든, 자식들은 다 도회지 올라가고 아버지 혼자 그 쓰러진 논의 벼를 타작하실 거야. 올해 농사 망쳤다 한탄하시면서….)




▲ 엎어진 논의 벼 ⓒ 윤태


▲ 영근 벼에서 색싹이 돋아나고 있다. ⓒ 윤태

▲ 모내기철도 아닌데 벼에 싹이 트고 있다 ⓒ 윤태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daum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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