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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곤의 봄' 19년만에 다시 오나

반정부시위로 최대 8명 사망... 네티즌들이 시위 상황 속속 알려

등록|2007.09.27 13:05 수정|2007.09.27 13:28

▲ 26일 미얀마 양곤에서 무장한 경찰과 군인들이 반정부시위대를 진압하고 있다. ⓒ AP 연합뉴스


19년만에 '양곤(미얀마의 옛 수도)의 봄'이 재연되는 것일까?

26일(현지시각) 미얀마에서 승려들이 주도하는 격렬한 반정부 시위가 발생해 최대 8명이 사망하고 수십명이 부상당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다시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1988년 미얀마 군정은 민주화 시위를 무력으로 진압해 3000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했었다.

외신들에 따르면, 미얀마 정부가 옛 수도인 양곤에서 가두 행진을 하던 1만여명의 반정부 시위대에 발포해 최대 8명이 숨졌다. 그러나 미얀마 정부의 공식 발표에 따르면 1명이 숨졌고 4명이 부상당했다.

AP통신에 따르면 목격자들은 여성 2명과 젊은 남성 1명이 총상으로 숨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노르웨이에서 '민주 버마의 목소리'라는 단파 방송을 운영하는 킴 마웅 윈은 5명의 승려와 3명의 민간인이 숨졌으며 최소한 4명이 중상을 입었다고 주장했다. 

미국 워싱턴에 살고있는 반정부 인사인 진린은 최소한 5명의 승려가 숨졌다고 밝혔다. 태국에 근거를 두고 있는 '민주-해방을 위한 연맹'의 활동가는 3명의 승려가 숨진 것이 확인됐고 17명이 부상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미얀마 군사 정부는 26일 국영방송을 통해 30살의 남성이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사망했으며, 25살·27살의 남성과 47살의 여성이 경찰 발포로 부상했으나 심각한 상태는 아니라고 발표했다. 미얀마 군정은 이날 밤 0시를 기해 옛 수도인 양곤과 제2도시인 만달레이에 각각 60일간의 통금령과 5인 이상의 집회 금지령을 내렸다.

예고없는 유가인상이 반정부시위 불러

미얀마인들이 휴대폰으로 찍어 외부로 유출한 것으로 보이는 동영상에는 최루탄과 곤봉으로 무장한 경찰들이 시위대를 진압하는 장면, 시위대들이 경찰 오토바이를 불에 태우는 장면 등이 담겨있다.

영국 BBC 방송 웹사이트는 27일 목격자들의 말을 인용해 미얀마 보안당국이 26일 밤 양곤 시내에 있는 한 사찰을 급습해 100여명의 승려들을 체포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시위는 지난 8월 19일부터 시작됐다. 미얀마 정부가 예고없이 천연가스 가격을 5배, 디젤유 2배, 휘발유는 67%를 인상하는 조치에 항의하는 생계형 시위였다. 그러나 곧바로 1960년대부터 집권하고 있는 군사 정권에 대한 반대시위로 변화했다.

미얀마는 지난 1962년 3월2일 네윈이 이끄는 미얀마군이 쿠데타를 일으킨 뒤 계속 군정이 실시되고 있다. 특히 지난 1990년 아웅산 수지가 이끄는 야당 민주국민연맹(NLD)이 총선에서 승리했으나 군부는 정권 이양을 거부하고 여전히 집권하고 있다.

▲ 미얀마의 반정부시위대가 9일째 가두행진을 벌이고 있다. 사진은 지난 24일, 미얀마 양곤에서 군사정부에 반대하는 승려들의 거리행진 모습. ⓒ AP 연합뉴스


유엔 안보리 특사 파견 결정

조지 메이슨 대학의 존 데일은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시위를 주도하는 승려들은 이번 시위가 결코 약화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고 버마 정부가 시위를 이렇게 오래 끌도록 내버려 둔 것은 놀랍다"며 "이제 폭동으로 변화했고 대단히 위험스러운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유엔 안보리는 미얀마 군사정부의 강경 대응에 우려를 표명하면서 강경 대응을 자제할 것을 촉구했다.

안보리 이사국들은 26일 오후 긴급회의를 열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미얀마 특사 파견결정을 환영하며 미얀마 당국이 조속히 특사의 입국을 허가할 것을 주문했다.

한편 현재 아시아에서 가장 폐쇄적인 국가 가운데 하나인 미얀마의 시위 상황은 전 인구의 1%도 안된다고 알려진 네티즌들을 통해 속속 외부로 알려지고 있다.

영국 BBC 방송은 미얀마 내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BBC에 이메일 등을 보내 상황을 속속 알려주고 있다고 보도하면서 그 내용을 웹사이트에 소개하고 있다.

예를 들어 26일 양곤에 살고있다는 티안이라는 가명을 쓰는 사람은 "한 목격자 말에 따르면 3명의 승려가 택시로 이송됐고 한 명은 (응급실) 탁자에서 숨졌고 두 명은 대단히 심각한 상황이다"라고 전했다.

또 다른 익명의 네티즌은 10시에 폭동진압 경찰이 도로를 막고 승려들이 바리케이드를 밀어내고 쉐다곤 파고다에 진입하는 상황, 경찰의 시위 진압 과정에서 승려 30여명이 심하게 다친 것 등을 전했다.

런던에 사는 미얀마 태생의 블로거인 코 흐티케씨는 자신의 블로그를 사실상의 '뉴스통신사'로 전환한뒤 미얀마에서 비밀 네트워크를 통해 보내오고 있는 사진과 동영상, 시위소식을 자신의 블로그에 게재하고 있다.

'버마의 목소리'라는 매체의 편집장인 아에 찬 나잉은 "활동가들은 인터넷과 휴대폰을 사용해 미얀마 밖으로 소식을 전달하고 있다"며 "정부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동영상의 경우 한 프레임씩 이메일에 첨부해 외부로 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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