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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을 매혹시킨 한국전통과 발레

서울발레시어터 이스라엘 공연 대성황

등록|2007.09.28 10:37 수정|2007.09.28 10:45

▲ 이스라엘 관객들로부터 뜨거운 환호를 받은 서울발레시어터 신작 마스크의 한 장면 ⓒ 김기

터키 공연을 성공리에 마친 서울발레시어터(단장 김인희)가 이스라엘에서도 더 큰 성공을 거뒀다. 주 이스라엘 한국대사관(대사 신각수)이 초청하고 문화관광부와 외교통상부가 후원하여 이스라엘을 방문한 서울발레시어터는 9월 23일 이스라엘 텔아비브 퍼포밍아트센터(Israel Opera Tel Aviv performing Arts Center)에서 1천 2백여 이스라엘 관객의 환호를 끌어냈다.

이스라엘 관객들은 높은 예술 수준을 갖고 있다고 정평이 나있다. 서울발레시어터가 준비해 간 다섯 작품 중 이스라엘 관객들이 각별히 관심과 환호를 보낸 것 역시 작품성이 높은 ‘생명의 선’과 신작인 ‘마스크(Mask)’였고, 이스라엘을 위한 특별한 작품인 재독 안무가 허용순의 ‘그녀는 노래한다(Elle Chante)’는 예상대로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저녁 8시 30분에 시작해 두 시간 반 동안 진행된 이 날 공연은 총 객석 1,500석 중 1,200석을 채웠다. 이 자리에는 대사관 초청으로 빈야민 벤 엘리얼쳐(국가기관산업부장관), 일란 미츠라이(국가안전보장회의 의장)과 메나헴 마기도 히브리대 총장을 비롯한 대학총장 4명 등 이스라엘 주요 인사들이 대거 관람하였고, 일본, 독일, 이태리, 독일 등 각국 대사 24명이 자리를 했다.

▲ 이스라엘 오페라 텔아비브 퍼포밍 아트센터를 가득 메운 관객들. ⓒ 김기

특히 이스라엘 공연은 대사관 초청 외에 현지 공연 에이전시를 통한 입장권 판매를 시도했다는 점에서 일반 한국 공연단의 해외 공연과 달랐다. 대사관과 에이전시 초대가 총 600석이었고 그외 600석 정도가 직접 표를 산 관객들로 채워졌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현지 공연 관계자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세계적 안무가 오하드 나할린의 공연에도 평균 300명 정도의 관객이 든다는 현지 분위기에 비추어볼 때 이 날 공연에 든 관객 숫자는 대사관과 에이전시의 홍보가 성과를 거둔 것이기도 하겠으나, 그만큼 한국 예술에 대한 이스라엘 관객들의 호기심과 기대감을 반영한 것으로 향후 이스라엘을 겨냥한 한국문화예술 진출에 있어 중요한 의미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신체적으로는 비록 서양 발레무용수들에 비해 불리한 조건을 가졌지만 뛰어난 테크닉과 표현력으로 눈 높은 이스라엘 관객을 만족시킨 이 날 공연 중간휴식에는 현지 에이전시 담당자가 백 스테이지로 달려와서는 김인희 단장에게 “아이 콜 유 백(I’ll call you back!)”하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고 할 정도였다.

이 날 공연은 두 명의 여성무용수와 한 명의 무용수가 높은 테크닉을 보이는 '1X1=?’로 문을 열었다. 윤미애, 조현경 서울발레시어터 단원들 중에서 고참에 속하는 두 발레리나의 완벽한 테크닉에 이스라엘 관객들은 경탄을 토했고, 작년 대학을 갓 졸업한 발레리노 서동은이 등장해 신구의 완벽한 조화를 보였다.

▲ 서울발레시어터를 미국 발레계에 알리게 된 발판을 마련해준 '생명의 선' 한 장면. 이스라엘에서도 높은 예술성으로 언론의 관심을 끌었다. 전선영. 정운식. ⓒ 김기

이어 바흐 음악에 동양적 회화기법을 결합시켜 한국 발레로서는 처음으로 외국에 수출된 기록을 갖고 있는 ‘생명의 선(Line of life)’은 큰 공감을 이끌어냈다. 모던발레에 익숙하지 않은 관객들을 상대로 해서도 항상 호응을 받는 작품인 ‘생명의 선’에 고정 출연하는 전선영, 정운식 두 무용수의 연기는 지독한 고통과 환희를 동시에 표현해 생명 탄생에 대한 안무가 제임스 전이 갖는 모성성에 대한 경애를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탱고에 대한 제임스 전의 독특한 시각과 해석을 보이는 서울발레시어터 2006년 작 ‘탱고 포 발레(Tango for Ballet)’는 세계인의 음악으로 자리잡은 탱고의 익숙함과 모던발레의 발랄함이 조화되어 13년 모던발레를 통해 발레의 대중성을 넓혀온 서울발레시어터의 대표적 작품으로 자주 공연되는 것으로 이스라엘에서도 역시 관객들을 흥겹게 만들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1부 끝 작품이 시작되자 객석은 흥겨운 탄성과 함께 우뢰 같은 박수가 터져 나왔다. 전통민요를 포함한 이스라엘 노래들로 구성한 ‘그녀는 노래한다’를 알아들은 때문이다. 김은정의 솔로와 다섯 명의 군무가 어우러진 이 작품을 통해 이스라엘 관객들은 그들 민요의 발레적 해석에 흥미로워 했으며, 흥겨운 부분에서는 박수로 무용수들과 함께 리듬을 타기도 했다.

▲ 이스라엘 민요를 바탕으로 안무한 '그녀는 노래한다'로 관객들의 따뜻한 호응을 끌어냈다. 김은정. 정운식. ⓒ 김기

중간 휴식을 마치고 선보인 신작 ‘마스크(Mask)’는 이스라엘 관객들에게 작은 충격을 준 듯 했다. 45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무대에 몰입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비교적 가볍게 대할 수 있었던 1부에는 더러 소곤거리는 모습도 보였던 것과는 전혀 다른 태도로 한국 발레의 다른 모습에 몰두했다.

남도구음, 거문고 연주 등 이스라엘 관객들로서는 처음 대하는 것일 수밖에 없어 우선 음악적으로 호기심을 자극했으며, 무용수들이 쓰고 나온 반투명 하회탈과 한국 전통의 창살 그리고 대형 하회탈이 무대에 조립되어 오르는 등 시각적으로도 호기심을 충족시켜 주었다. 거기에다가 뭉크의 회화를 모티브로 채용한 까닭에 관객들은 서양적 주제에 대한 한국적 해석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며 또한 이해하고자 애쓰는 모습을 보였다.

프로그램에 수록된 모든 작품을 마친 서울발레시어터는 폭발적인 관객들의 환호에 두 번씩이나 커튼콜을 했고, 이례적으로 앵콜작품을 답례로 무대에 올렸다. 해외에서는 예외없는 인기를 누리는 ‘희망’으로 이스라엘 관객들 역시 품바타령이 가진 흥겨움과 남성 무용수만의 파워에 만족하였다.

터키 앙카라 공연에 이어 아니 오히려 그 이상의 공연 성과를 올린 서울발레시어터는 마지막 공연지인 세르비아를 향해 무박 2일의 고된 여정을 향했다.

▲ 탱고에 대한 제임스 전의 새로운 해석으로 호평을 받고 있는 '탱고 포 발레' 한 장면. 김은정.정경표 ⓒ 김기



무역은 흑자 인식은 적자  Know better Korea!

이스라엘은 2차 대전 후인 1948년 세계 각지에 흩어져 살던 민족들이 잃어버린 땅을 찾아와 세운 나라다. 최근 들어서 특별한 일없이 평화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이스라엘은 외형적 지수로는 가늠할 수 없는 거대한 쟘재력을 가진 나라이다. 텔 아비브 아트센터에는 세계 최고의 아티스트, 단체들이 앞다퉈 공연을 올리고 있다.

이스라엘인들은 근래 아시아에 대한 관심이 높아 인도나 중국 등지로 여행을 많이 한다. 그러나 아쉽게도 한국에 대해서는 아직 인지도가 낮다. 현재 이스라엘에는 현대와 마쯔다가 자동차 부문에서는 1,2위를 다투고 있으며, 삼성과 엘지가 가전 부문을 석권하는 등 날로 한국 경제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국내 기업이 가진 브랜드 파워를 백분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현지의 분석.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신각수 대사는 올해 한국 알리기에 나서고 있다. 이스라엘 현지에서 ‘Know better Korea’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크고 작은 20개 문화행사를 기획한 것. 물론 한국과 이스라엘이 수교한 지 45주년이 되는 해이기에 주 이스라엘 대사관의 야심 찬 문화기획은 가치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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