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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슬아슬' 도지사 재판... 태풍 피해 복구도 못하고"

28일 제주 시민단체 대법원 정문 앞 기자회견... 대법원은 선고기일 논의

등록|2007.09.28 14:23 수정|2007.09.28 14:31

▲ 제주참여환경연대·제주여민회·제주환경운동연합 등 지역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28일 오전 서울 대법원 정문 앞에서 김태환 제주도지사의 선거법 위반 사건과 관련해 "대법원은 엄정하고도 조속한 판결에 즉각 나서라"며 대법원을 규탄하는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 안윤학

"장기간 법정에 계류돼 있는 제주도지사의 신분 문제가 지역 행정을 마비시키고 있다. 대법원이 판결을 지연시키는 것은 '직무 유기'라 할 수 있다."

김태환 제주특별자치도지사의 공직선거법 위반에 대한 대법원의 조속한 판결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법원이 선거법상 법정기한인 지난 7월 12일까지 최종 판결을 내렸어야 함에도 오늘(28일)에서야 첫 심리를 여는 등 뜸을 들이고 있어 제주 행정이 '공백' 상태에 빠져있다는 지적이다.

제주참여환경연대·제주여민회·제주환경운동연합 등 지역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28일 오전 서울 대법원 정문 앞에서 "대법원은 엄정하고도 조속한 판결에 즉각 나서라"며 대법원을 규탄하는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 지사는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무원들과 공모해 선거운동의 기획에 참여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기소돼, 올해 1심(1월)과 2심(4월)에서 모두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 600만원을 선고받은 바 있다.

제주 시민단체 "도지사의 불안한 신분에 지역 행정 표류"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제주 해군기지 건설문제 및 한·미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따른 농가의 피해 대책 등 지역 현안들이 해결되지 않은 채 표류하고 있는 이유가 김태환 제주도지사의 불안한 신분 때문"이라며 대법원에 조속한 판결을 호소했다.

이들은 "해군기지 건설 문제는 제주의 앞날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는 '태풍의 눈'이었지만 제주도는 이에 대한 해결능력을 상실한 지 오래"라고 비판했다. 이어 "한미FTA가 제주 산업의 근간인 감귤·밭농업의 미래를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는데도, 제주도는 안정적 전략을 만들 만한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들은 "신분이 불투명한 도지사로서는 안정적인 직무수행은 물론 지역사회의 협력을 끌어내기도 어려운 상황"면서 "도지사직 유지 여부가 논란이 되는 것은 그 자체로 소모적이다"고 비판했다.

또 이들은 "많은 지역 주민들이 도지사의 거취 문제가 하루 속히 매듭지어지길 원하고 있다"면서 "지역 사안의 시급성을 고려해 볼 때, 대법원이 판결을 미루는 것은 직무 유기"고 규탄했다.

아울러 이들은 "지역 주민과 합심해 태풍 피해 복구에 전념할 시기에 도지사의 선거법 문제로 대법원 앞에 선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도민들이 재해로 인한 고통만큼이나 제주의 미래에 대한 불안에 떨고 있다"고 기자회견을 가진 동기를 밝혔다.

고유기 참여환경연대 사무처장 등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김 지사에 무죄를 내려 도지사로서의 권위를 살려 주던지, 원심대로 유죄를 내려 하루 빨리 재·보궐선거를 치르던지 해야 제주도가 안정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 김태환 제주도지사(자료 사진) ⓒ 제주의 소리

대법원 선고 기한 3개월 넘겨...'검찰 압수수색 증거능력'이 논란

김 지사는 지난해 2월 공무원으로부터 5·31지방선거에 대비한 지역별 책임자 후보 명단과 '지역별·직능별·특별관리 책임자 현황'을 보고받는 등 선거운동 기획에 참여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같은 해 10월 기소된 바 있다.

김 지사는 올해 1월 제주지방법원에서 열렸던 1심에 이어 같은 해 4월 광주고등법원에서도 벌금 600만원을 선고받고 도지사직을 내놓아야 할 처지에 놓였다. 현행 공직선거법상 당선자가 징역 또는 100만원 이상의 벌금을 최종 선고받으면 당선은 무효가 된다.

대법원은 항소심 선고 이후 3개월 이내에 최종 판결을 내리도록 규정한 공직선거법 제270조에 따라, 지난 7월 12일까지 확정 판결을 내렸어야 했다. 그러나 대법원2부는 지난 20일 이번 사건을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부로 넘겼다. 법정 시한을 두 달이나 지나도록 심리를 끝내지 못했던 것이다.

김 지사 측이 상고이유보충서를 추가 제출하고 위헌법률 심판을 신청하는 등 검토사항이 많아졌다는 것이 공식적인 이유. 그러나 대법원 측이 선고를 망설이는 이유는 검찰 압수수색의 증거능력과 위법성 여부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제주도청을 수색할 당시 '조직표' 등 문건을 압수하면서 영장에 기재된 장소가 아닌 곳에서 가져왔고, 압수 과정에서도 영장 제시절차를 어겼다는 주장이 제기되어 1·2심에서도 논란이 된 바 있다. 김 지사 측은 이와 관련 지난 6월 현행 형사소송법에 대한 위헌법률 심판을 신청한 상태다.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위법수집증거'를 인정하는 개정 형사소송법(2008년 1월 시행)을 내다본 김 지사의 전략"이라면서도 "이는 소급적용이 안된다는 점에서 판결과정의 논의대상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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