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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이해찬, 왜 안 뜨나

[박형숙의 대선 진맥⑬] '기획통' 이광재 "부산·경남 이기는 후보가 중요"

등록|2007.09.30 03:48 수정|2007.09.30 12:39
정치가 '놀이'가 될 순 없을까? 놀이의 핵심은 참여와 즐거움이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정치가 '코미디'나 '쇼'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참여는 없고 쓴웃음과 냉소만 횡행한다. 정치가 술자리의 안주가 되었을 땐 그나마 희망이 있었다. 하여 이번 연재물의 목표는 정치의 술안주화(化)다. 결코 코미디나 쇼처럼 일회성으로 끝날 수 없는 대통령 선거를 여러분의 술자리 안주로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는 요리사'가 되겠다. 독자 손님들의 적극적인 주문도 기대한다. [편집자말]

▲ 지난 달 27일 오후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대통합민주신당 대통령후보자 정책토론회에서 이해찬 후보가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유시민(이해찬 후보 공동선대위원장)의 판단은 빗나갔다. 그는 광주·전남의 판세에 대해 "손학규 후보는 확실한 3등으로 예측된다"고 말했었다(28일 CBS 라디오 인터뷰).

물론 이는 확신이라기보다 '전략적' 발언일 수 있다. 2위 손학규와 불과 400표 차이로 3위를 달리고 있는 이해찬 캠프로선 광주·전남에서 손학규를 앞지르고 곧바로 이어지는 부산·경남에서 1위를 함으로써 상승세를 타겠다는 계획이었다. 광주 연설회에 참석했던 유시민 위원장은 이튿날 부산 연설회장으로 건너오지 않고 내내 광주에 머물면서 공을 들였다.

"손학규 3위" 유시민의 빗나간 예측

하지만 결과는 달랐다. 29일 저녁에 발표된 대통합신당 광주·전남 개표결과 예상대로 1위는 정동영(2만6065표). 2위는 손학규(1만9906표)였다. 정동영과 손학규는 체면치레를 했다.

사실 1위를 하긴 했지만 정동영 후보는 예상치보다 조금 낮게, 손학규 후보는 조금 높게 나왔다. 정동영 캠프의 한 조직 담당 관계자는 "목표치의 70, 80%만 나왔다"며 "3만표 이상을 예상했다"고 말했다. 내심 높은 투표율을 기대하며 욕심을 냈던 손학규 후보는 개표 결과가 발표된 뒤 표정이 굳었지만 실망할 수준은 아니었다.

체면을 구긴 건 이해찬이었다. 3위(9826표)였고 표차도 컸다. 1만 표가 채 안된다. 이해찬 캠프에선 광주·전남이 정동영 우세 지역임을 인정하면서도 2만표는 예상했었다. 이해찬 후보가 연설을 통해 "광주·전남에서 기대만큼 나오진 못했지만"이라고 섭섭함을 드러낸 것도 그런 까닭이다. 이해찬 캠프 대변인을 맡고 있는 김형주 의원의 말을 들어보자.

"광주는 전반적으로 친노 단일화에 대해 매우 부정적이었다. (탈당 전) 구민주당을 대변하고 있는 인사(추미애)를 끼어들 수 없게 만든 것에 대한 괘씸죄가 포함되어 있는 것 같다. 때문에 한명숙의 호감도 통하지 않았다. 또 광주에서 있었던 방송토론회에서 이해찬 후보가 호남이 우호적 정서를 가지고 있는 정동영 후보를 거칠게 공격("나쁜 사람" 발언)한 것도 좋지 않은 인상을 주지 않았나 싶다. 전체적으로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반감, 섭섭함도 깔려 있고… 아무튼, 이해찬 후보에겐 플러스 요인이 없는 선거구였다."

이해찬 캠프에 '빨간불'이 켜졌다. 당초 5명을 거르는 예비경선(컷오프)에서 '친노' 후보가 3명이나 당선돼 '후보 단일화'를 최대 전략으로 내세웠었다. 단순하게는 3, 4, 5위를 차지하고 있던 이해찬 유시민 한명숙의 표만 합쳐도 1위 정동영을 앞선다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초반 4연전은 시기적으로 단일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쳐도 2주가 지난 광주전남 선거에서도 효과는 드러나지 않았다.

이해찬, 왜 안 뜰까? 사실 '조직세'에서 크게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예비경선 주자였던 한명숙, 유시민, 김두관, 신기남 등 4명의 후보가 일제히 이해찬 지지자로 돌아섰고, 허성관(행정지치부), 추병직(건설교통부), 이치범(환경부) 등 전직 장·차관들이 자문단으로 참여하고 있다. 돕고 있는 국회의원 수도 정동영 캠프에 뒤지지 않는다. 단일화 직후 26명이었다가 최근엔 중도 그룹 의원들이 가세해 40여명에 달한다고 한다.

"이해찬이나 손학규가 전국적인 후보로 적합"

▲ 이광재 대통합민주신당 의원 ⓒ 오마이뉴스 이종호

지난 28일 부산에 와 있는 이광재 의원을 만났다. 그는 한명숙 후보를 도왔지만 후보 단일화가 되면서 이해찬 캠프에서 일하고 있다. 자신의 지역구(강원도 영월·평창·정선·태백) 조직을 바탕으로 이해찬의 '강원도 1위'를 만들어낸 핵심 공로자다.

- 후보단일화 효과가 안 나오고 있다.
"후보가 단일화되었다고 한명숙·유시민 지지자들이 바로 안 넘어온다. 국회의원은 정리되었다. 하지만 밑바닥 조직까지 하나의 대오를 형성하기엔 시간이 부족했다. 지지하고 사랑했던 사람에게 대한 열망이 있는데 쉽게 정리되겠나. 두 분(유시민·한명숙)이 열심히 돌아다니고 있고 조직의 탄력이 붙고 있다. 이번 4연전(광주·전남, 부산·경남)으로 이제 비로소 경선 레이스가 시작되었다고 본다."

- 조직·동원선거 논란이 있다. 정동영쪽에선 '그럼 이해찬의 강원도 1위는 뭐냐'고 역공을 취했다.
"선거는 기본적으로 지지자를 모아서 투표장으로 가게 하는 것인데 그 자체를 나쁘다고 할 수 없다. 다만 정도가 과하면 안된다. 나와 이용희 의원(충북)을 비교하는데 나는 절대로 투표율이 30%를 넘지 않도록 했다. 그 이상이 넘어가면 공정성의 시비가 온다. 절제가 필요하다."

- 손학규 후보가 조직․동원 선거 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했는데.
"어느 정도 효과를 냈다고 본다. 경각심을 줬다. 손학규 후보의 경우 대세론으로 밀고 가다가 우리 당의 선거환경에 적응을 못했는데 '아 이게 아니구나' 하고 제대로 드라이브를 걸었다. 본인 입장에선 값비싼 학습비용을 치렀다. 선거의 열기는 더해졌다. 후보들 간의 본격적인 인파이팅이 있어야 한다. 경선이 치열해야 흥행이 된다."

- 대통합신당의 경선이 재미가 없다. 관전 포인트를 뭘로 보나.
"두 가지다. 하나는 '플러스 알파'를 누가 먹느냐에 따라 결판이 난다. 광주·전남의 결과도 중요하지만 '플러스 알파'의 출발지는 부산·경남이 될 것이다. 전통적인 지지층 호남을 제외한 지역에서 누가 더 경쟁력이 있느냐가 이명박과의 본선 경쟁력에 있어 핵심이다. 전국정당의 모양새를 가지려면 손학규와 이해찬의 선전이 필요하다.

전국적인 후보를 뽑아야 한다. 대통합신당의 탄생으로 '집토끼 논쟁'은 마무리되었다. 산토끼를 잡아야 한다. 우리가 선거에서 이긴 역사적 경험을 보면 전국정당을 만들려는 피나는 시도가 있었다. 97년 대선에선 DJP 연합으로 이겼고, 2002년에는 행정수도로 충청도를 돌파했다. 다른 지역의 표를 가져올 수 있는 후보는 상대적으로 이해찬과 손학규가 낫다." (이광재 의원이 꼽은 두 번째 관전 포인트는 인터뷰 후반부에 나온다.)

- 이해찬과 손학규가 왜 유리하다는 건가. 출신지 때문인가.
"일단 연고지 문제가 있다(정동영은 전북, 손학규는 경기, 이해찬은 충남). 영남에서 30년을 집권했다. 호남에서도 나왔다. 이제 다른 지역에서 나와야 나라에 도움이 된다. 절대 권력의 힘이 다양한 지역으로 분산되어야 한다. 그리고 경험의 문제가 있다. 이해찬은 5선 국회의원에, 정책위의장, 장관, 총리까지 지냈고 손학규는 교수, 국회의원, 장관, 경기지사 등 다양한 방면을 경험했다."

- 정동영 후보는 '호남후보 필패론은 또 다른 지역분열주의'라고 반박한다.
"DJ에 필적하는 경험과 이력을 가진 인물이라면 왜 호남 출신이라서 안되겠나. 정동영은 DJ가 아니지 않나. 고건(전북)의 경우에도 영남 보수의 지지를 꽤 받았지만 호남 고립 구도에 묻히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있었다."

"부산, 과연 이해찬을 사위로 받아들여줄까?"

- 부산 민심은 어떤 것 같나.
"택시 기사들 말을 들어보면, 이명박도 마음에 안 들고, 우리쪽은 그만그만해 보이는 것 같더라. 한나라당 경선 때 부산에 내려와 봤는데 박근혜 열풍이 불고 있었다. 하지만 박근혜가 지고 나서 시들해 졌다. 이명박에게는 호감이 별로 없다. 97년에는 이인제가 영남 표를 잠식했고 2002년에는 노무현이 이 곳 출신이라 표를 가져왔는데 이번에 PK(부산·경남) TK(대구·경북)가 한 덩어리로 가면 굉장히 상황은 심각해진다."

- 부산·경남은 이해찬 후보가 약간 우세한 가운데 초박빙이라고 하던데.
"글쎄 잘 모르겠다. 사모님(김정옥)이 부산 출신인데 이 후보를 사위로 받아줄 수 있을지…."

- 이해찬 후보가 부산 연설에서 "내가 노무현을 끝까지 지켰다"고 강조했는데 '친노' 프리미엄이 있을까.
"득과 실이 있을 것이다. 경상도 사람들은 의리를 중시한다. 노무현은 DJ가 정권 말기 어려웠을 때 차별화 하지 않았다. 자산과 부채를 승계했던 게 먹혔다. 노무현에 대해 애증이 있다. 여기가 워낙 한나라당 판이니까 동네 분위기에 짓눌려 박수를 못치지만 외국에 나갔을 때 보면 연호하며 달려든다."

- 변양균·신정아 비리 의혹 사건이 경선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나.
"YS는 야당이면서도 주류였고, DJ는 비주류였지만 호남에선 주류였다. 노무현은 비주류의 비주류다. 특정한 지지기반이 없다. 임기 끝날 때 우리가 득표한 51%의 지지도로 끝나도 200점짜리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봤다. 신정아 사건이 터지기 전에는 40%까지 갔었고 잘하면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생각했는데… 참 아쉽다." 

- 노 대통령의 '부산파 386' 참모 3인방 중의 한 명인 정윤재(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씨가 김상진 불법 로비 사건에 연루된 것도 부산경남 판세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마음 아픈 사건인데… 아쉬운 측면은 있다. (정윤재씨가 총선 출마를 준비 중인) 사상구의 경우 선거인단을 많이 받아놨는데 이렇게 되니까…. 그 정도 수준이다. 더 큰 영향은 없다."

- 이해찬 후보가 연설에서 '몰표'를 달라고 했다. 예상치가 얼마인가.   
"표의 격차보단 '1위'라는 상징성이 중요하다. 부산경남 선거에서 이기는 후보가 가장 의미 있는 후보가 될 가능성이 높다."

- 이해찬 후보가 너무 안 뜬다.
"부산·경남과 대전·충남의 결과가 말해줄 것이다. 선거는 자기 존재 가치를 알리는 장이다. 이해찬의 존재가치는 과연 영남에서 표를 얻을 수 있는 후보냐, 또 자기 동네인 충남에서 득표력을 보여줄 수 있느냐, 그 두 가지다. 두 곳에서 일등을 한다면 플러스 알파를 지닌 후보가 되는 것이다."

- '비호감'이 높은 건 마이너스 요인이다.
“이해찬에 대해선 두 가지 마음이 있다. 마음에 안 들기도 하지만 '그래도 일은 잘할 거야'라는 느낌이 있다. 지지율 50%가 넘는 이명박도 비호감 1위 아닌가. 능력과 가능성을 보는 것이다. 대선은 이성적인 선거다. 하지만 신당의 후보로 당선이 되면 완전히 다른 전략을 쓸 것이다."

"2007년엔 전북이 '2002년 광주'와 비슷한 처지"

▲ 29일 열린 대통합민주신당 광주-전남 지역 경선에 참여한 손학규, 정동영, 이해찬 후보. ⓒ 광남일보 김진수


- 다음 선거가 충남·대전·전북(6일), 인천·경기(7일)다. 전북은 특히 정동영 후보의 텃밭인데.
"노무현이 영남에 표를 가지고 있는 후보가 아니었다. 울산에서 1위를 하니 광주에서 밀어준 것이다. 아, 영남에서 표를 가져올 수 있는 사람이구나. 2002년 선거에서 플러스 알파는 노무현이었다. 이번 부산경남의 결과가 전북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나는 이번 경선에선 전북이 '제2의 광주'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울산에서 1위한 노무현을 밀어준 광주와 비슷한 심리상태에 놓일 것이다. (정동영쪽의) 김현미 의원이 '전북에서 표 폭탄이 쏟아질 것'이라고 했는데 국민들이 용납하겠나. 때문에 전북이 아노미 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

- 모바일(휴대폰) 투표도 변수인데.
"젊은 층은 이해찬 후보가 앞선다. 유시민 효과가 있다면 모바일에서 나올 것이다."

- DJ도 언급했지만 신당 후보와 민주당, 문국현 후보와의 단일화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 민주당 경선에서 이인제 후보가 현재 1위인데 단일화 효과가 날까.
"옛날 유성영화를 보는 것 아니겠나."

- 문국현 후보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나.
"대조적인 위치에서 이명박을 실패한 경제인, 비전 없는 지도자로 만드는데 상당히 성공하고 있다고 본다. 메시지도 분명하게 전달되고 있다. 진짜 경제, 사람 중심, 환경, 교육 등 미래가치에 대한 투자 등 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 문국현과의 단일화 효과는.
"이번 경선이 플러스 알파의 표를 가져올 수 있는 사람이 후보가 되어야 한다는 것에 더해 문국현이 수용할 수 있는 후보가 누구냐가 중요하다. 문국현이 받아들일 수 있는 후보를 탄생시켜야 한다는 것이 지지자들의 고려사항 중 하나다."

- 신당의 후보와 문 후보 중 누구를 중심으로 단일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나.
"모르겠다. 판단을 안하고 있다."

"문국현이 수용할 수 있는 후보가 누구냐도 고려사항"

이광재 의원은 2002년 대선에 '노무현 대통령 만들기' 핵심 역할을 했다. 그는 기획에 능하다. 특히 선거전략. 92년 대선 때 이해찬 기획본부장 밑에서 일을 배웠다. 당시 지역주의를 뼈져리게 경험했고, 이듬해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단다. 그리고 10년만에 결실을 맺었다.

"선거는 잘 모른다. 나는 다만 사람의 마음에 관심이 많다. 사람들은 무엇을 생각할까? 자꾸 심리학에 관심이 가고, 선거에 관심이 생긴 것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선 "한발짝 물러서 있다"고 말한다.

"나는 발론티어(자원봉사자)다. 사실 후보단일화 이후 열심히 안하려고 그랬다. 내가 나서는 것 자체가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

그런가? 그는 이날 연설회장 안으로 들어오지 않고, 내내 행사장 밖에서 서성거렸다. 사람들과 인사하며 전화를 받느라 분주했다. 또 인터뷰가 끝난 뒤에는 김해로 가야 한다며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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